여러분이 상사로 모시고 있는 팀장이 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회사 사정상 그 팀장이 여러분의 역량과 업적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도 ’팀장님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아실까? 그 분이 정말 나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마음 속에서 크게 자라날 겁니다. 같이 근무한 기간이 길고 친밀해야 ‘나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고 ‘나의 의도’를 잘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친밀할수록 나를 잘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다면평가 시에 종종 불거지는 ‘나를 잘 모르는 동료가 나를 평가하는 문제’에도 잠재되어 있습니다.


헌데 과연 그럴까요? 나와 함께 한 시간이 길수록 나를 잘 알까요? 오랜 기간 함께하며 친밀해질수록 상대방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믿음은 과연 옳을까요? 상사와의 친밀도와 평가의 정확성을 측정한 실험이 있으면 안성마춤이겠지만(혹시 아시면 귀띰해 주세요), 텍사스 대학교의 윌리엄 스완(William B. Swann, Jr.)과 마이클 길(Michael J. Gill)이 연인들과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실험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간접적이나마 유추할 수 있을 겁니다.




스완과 길은 연애기간이 최소 3주에서 최대 312주에 이르는 57쌍의 연인들을 서로 다른 방으로 안내한 다음 특성이나 능력, 성적 취향, 흥미 등을 묻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본인의 자존감, 지능, 사회적 스킬, 예술적 능력, 매력, 운동 경기에 대한 열정 등과 같은 항목에 자신이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질문 받았죠. 뿐만 아니라, 그들은 방 청소, 술집 가기, 보드게임하기 등과 같은 활동을 본인이 얼마나 즐기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적어야 했습니다. 옆방에 있는 파트너는 참가자가 각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예측하고 그런 예측이 맞을 확률을 0에서 100까지의 숫자로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스스로의 판단을 확신하는지 알기 위함이었죠.


그 결과, 연인들은 어림짐작으로 맞힐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정확도로 상대방의 생각을 예측했습니다. 예를 들어 파트너의 자존감에 대해서 ‘찍어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20%였는데 연인들은 44%의 정확도를 보였고, 파트너의 자질에 대해서는 어림짐작 수준인 20%보다 높은 30%의 정확도를 나타냈습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나와 친밀한 사람이 나를 잘 안다’는 명제가 ‘어느 정도 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잘 안다’는 자신감이 과도했다는 것입니다. 파트너에 대해 ‘실제로 알고 있는 정도’보다 ‘알고 있다고 믿는 정도’가 더 높았으니 말입니다. 자존감을 묻는 질문에 연인들은 44%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나의 예측이 맞다’라고 확신한 정도는 82%나 됐습니다. 연인 관계가 아니라, 같은 기숙사방에서 함께 생활한 룸메이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후속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스완과 길은 사귄 기간과 예측의 정확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사귄 기간이 길수록 파트너를 잘 안다는 ‘과신’의 정도가 커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결과는 함께 한 시간이 길다고 해서 상대방을 더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라는 점, 사귄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점을 꼬집어 줍니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완과 길의 연구를 상사와 직원 관계에 직접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나와 오래 근무한 팀장님이 날 잘 평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틀렸을지 모른다고 추측케 합니다. 심리학자 케네스 새비스키(Kennethe Savitsky)는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이런 편향을 ‘친한 사람과의 소통 편향(the closeness-communication bias)’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기 때문에 눈빛만 교환해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경우가 분명 있지만, 이와 반대로 서로 잘 안다고 확신하는 탓에 오히려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편향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새비스키는 말합니다. 따라서 ’나와 함께 한 기간이 짧은 사람이 날 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일반적인 믿음도 의심할 필요가 있겠죠. 새로 온 팀장이 나의 능력을 더 올바르게 평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모시고 있는 팀장 혹은 임원과 오랜 시간을 함께 근무 중이라면, 그가 여러분을 얼마나 정확히 평가하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기 바랍니다.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요?




(*참고논문)

Swann Jr, W. B., & Gill, M. J. (1997). Confidence and accuracy in person perception: do we know what we think we know about our relationship partn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4), 747.


Savitsky, K., Keysar, B., Epley, N., Carter, T., & Swanson, A. (2011). The closeness-communication bias: Increased egocentrism among friends versus stranger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7(1), 269-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