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사람들 중 몇몇은 치솟은 아파트 전세값을 부담하기가 어려워서 변두리나 구리, 하남, 고양과 같은 인근 위성도시로 이사를 갔거나 조만간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직장이 서울 시내에 있어서 이사 갈 경우 통근시간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많게는 1~2억원까지 전세값을 올려 달라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까닭이겠죠.


정확한 통계는 기억나지 않지만 통근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수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통근시간이 30분 길어지면 그만큼 길 위에서 더 보내야 하기에 휴식할 시간이 줄어드는 탓일 겁니다. 여기에 교통체증까지 가중되면 부정적인 효과는 더 커지겠죠.



출처: http://outsidetheboxmom.com/



그런데, 이렇게 통근시간이 길어지면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J. 이그나시오 지메네즈-나달(J. Ignacio Gimenez-Nadal)과 조세 알베르토 몰리나(Jose Alberto Molina)는 스페인에서 2002~2003년에 조사된 통계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일상 활동에 대해 모두 20,603가구가 응답한 통계 자료에는 통근시간과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묻는 질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소 복잡한 통계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약간을 씁쓸했습니다. 통근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즉,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이 30분 더 늘어나면) 평균적으로 35분 가량의 시간을 회사에서 더 보낸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하면, 통근시간이 길어지면 더 오래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이죠. 통근시간이 길어지면 집에 빨리 가기 위해 좀더 일찍 퇴근할 거라는 짐작이 틀렸던 것이죠. 비록 스페인에서의 사례이지만, 우리도 비슷하리라 추측됩니다(물론 실증자료가 있어야겠죠).


통근시간이 길어지면 무엇 때문에 회사에 더 오래 시간을 보내는지, 그 늘어난 시간 만큼 생산성이 증가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이 연구에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회사와 집 사이의 거리가 길어진 만큼 교통체증을 경험할 빈도가 많아지기에 교통체증을 피할 요량으로 좀더 일찍 출근하고 좀더 나중에 퇴근하는 것은 아닐까 짐작될 뿐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통근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회사에 오래 있게 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도심에서 교외로 이동해서 얻은 '거주비용 절감 효과'가 이렇게 새로 생기는 비용에 의해 잠식된다는 걸 뜻합니다. 씁쓸한 결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사는 통근시간이 길어진 직원들에게 어떤 배려를 해야 할까요? 통근시간이 길어진 것은 직원 개인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요?



(*참고논문)

Commuting Time and Labour Supply: A Causal Effect? by Jose Ignacio Gimenez-Nadal, José Alberto Molina (February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