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을 만드는 어떤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지역에 3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커다란 부품 계약 2건을 놓치는 바람에 3개의 공장 중 두 곳의 임금을 삭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사회는 두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15%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죠.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공장은 임금을 삭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심리학자 제럴드 그린버그(Jerald Greenberg)는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진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는 실험 조건을 놓치지 않았죠. 그가 실험하고자 했던 가설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들이 회사의 물건을 절도하는 일이 더 많다" 였습니다. 그가 이 연구를 시작한 1990년에는 직원들에 의한 절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인식되던 터였습니다. 좀 오래된 정보이지만, 미국 경영자 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에 의하면 1975년에 미국만 해도 50억불에서 100억불 정도의 '직원 절도(Employee Theft)'가 일어났다고 추정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면 직원 절도 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임금 삭감이 결정된 두 공장 중 한 곳의 직원들에게는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왜 임금 삭감이 불가피한지 그래프와 그림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고통 분담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습니다. 사장의 설명은 9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다른 공장의 직원들에게는 사장이 아니라 부사장이 '앞으로 15%의 임금 삭감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알아라' 식으로 설명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임금 삭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그래프도 없었고 설명은 겨우 15분 동안 성의 없게 이뤄졌지요.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린버그는 임금 삭감 조치가 실행되기 전의 직원 절도율(Rate of Employee Theft)를 조사했는데, 당연히 세 공장 모두 비슷한 값이 나왔습니다(평균 3.0% 수준). 하지만 임금 삭감 조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임금이 삭감되기로 한 두 곳의 공장에서 직원 절도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이는 삭감된 임금을 무언가를 통해 벌충하려는 직원들의 심리에서 기인합니다. 개인적으로 필요가 없는 물품인데도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죠.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신입으로 들어간 첫 직장이 부도를 맞아 휘청거릴 때 월급이 일주일 정도 늦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복사기 옆에 쌓인 A4 용지 한 권을 집에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유용(?)했죠.

그렇다면 똑같이 임금 삭감이 결정됐지만 상세한 설명을 들은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은 어떤 차이가 생겼을까요? 사장으로부터 성의 있는 해명을 들은 공장 직원들의 절도율은 대략 평균 4.7%로 상승한 반면, 부사장의 성의 없는 설명을 들은 공장 직원들은 평균 8%에 이르는 절도율을 나타냈습니다. 세 공장 중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서 대조군(control group)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 직원들의 절도율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린버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의 설문에서 충분한 해명을 듣지 못한 직원들은 임금 불평등에 대해 매우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반면, 상세한 설명을 들은 직원들은 임금 삭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급여의 불평등에 대하여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회사 물건을 절도함으로써 임금 삭감을 벌충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심리, 상세하고 충분한 설명과 해명이 직원 절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부당하게 대우 받는다고 느끼고 게다가 성의 없는 설명을 들을 때 직원 절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은 아마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알고도 시간을 좀더 들여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임금 삭감과 같이 '강력한 조치'일수록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직원들에게 친절한 자세로 나가면 임금 삭감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더 커지지라 지레 짐작합니다.

비단 임금 삭감과 같은 조치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직원들로부터 협조를 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의사결정사항에 대해 충분하고 성의 있는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장은 임원에게, 임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팀원에게 통보하면 된다는 하향식 의사소통의 방식이 여전합니다. 가능한 한 직원들의 반발을 눈앞에서 보기를 꺼려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소통 방식은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직원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절도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더 보이지 않는 비용이 크게 발생합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업무를 게을리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내놓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훨씬 크죠. 이런 비용은 절도보다 더 장기적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중대한 의사결정은 그만큼 변화관리가 중요합니다. 멀찌감치 물러서서 사태를 조망하겠다는 말은 직원들의 반발이 '겁난다'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더 반발할 거라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모욕적입니다. 직원들을 '생각 없고 돈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은근히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외집단(out-group)이 아닙니다. 그들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아픈' 조치일수록 진정성이 우러난 해명과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 그것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배려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절도는 나쁜 짓이고 정도가 심하면 범죄에 해당합니다. 절도를 저지른 직원들을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직원 절도율이 높아진다면 직원들을 탓하기 이전에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
http://www.personal.psu.edu/faculty/k/r/krm10/PSY597SP07/Greenberg%20costs%20of%20pay%20cuts.pdf )
(*참고도서 : '머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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