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유명한 문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2가지의 선택지가 있을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개탄하며) 표현하는 문장이죠.

기업에서 인력을 운용할 때 이 문장과 비슷하게 보이는 문장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냐, 스페셜리스트가 먼저냐"

두 개의 인력육성 방향 중에 무엇이 먼저냐에 대해 토론을 해보면 "여러 분야의 일을 두루두루 알아야 협력이 잘 되어 조직 전체의 성과가 향상된다", "무슨 소리! 직원들이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면 경쟁사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란 두 개의 의견이 '다람쥐 쳇바퀴'를 돕니다. 전혀 합의에 이르지 못하죠.


그래도 요즘엔 의견의 차이가 많이 좁혀져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일정기간 여러 직무를 경험하게 하고, 그 뒤에는 전문직무를 선택해서 그 직무에서 계속 전문성을 쌓게 한다는 T자형 모델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초기엔 제너럴리스트로 키우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스페셜리스트로 키우자는 거죠.

하지만 T자형 모델에 대해서도 반론의 힘은 강력합니다. 스페셜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신입사원들이 여러 직무를 경험하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신입사원을 뽑아 이제 좀 일을 시킬 만한데 다른 부서로 순환시켜서 되겠느냐, 1~2년만 있다가 떠날 거라면 그 신입사원에게 제대로 신경 써서 일을 가르치겠느냐"라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특히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부서들이 이런 의견을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반면, 제너럴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은 "신입사원들이 몇 개의 직무를 경험한다고 해서 회사 업무 전체를 알겠는가? 대리, 과장으로 올라가서도 두루두루 여러 직무로 순환시켜야 다른 부서가 뭘 하는지 알기 때문에 서로 협조가 잘 이루어진다"라고 말하면서 직급이 높은 직원들도 정기적으로 순환시켜야 한다고 반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력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제너럴리스트일까요, 스페셜리스트일까요? 요즘은 전문가가 대접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설문을 해보면 스페셜리스트가 우선이라는 대답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페셜리스트로 조직에서 육성된 사람들과 인터뷰하면 이런 불만을 토로합니다. "한 직무에 오래 있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진다. 게다가 승진되고 대우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제너럴리스트다"라고 말합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뜻하는 대답을 인터뷰할 때마다 듣습니다.

제너럴리스트에게는 불만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좀 일할 만하면 강제로 다른 부서로 순환시키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없다. 어느 부서로 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 교육이나 주거 등 개인사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직급이 높아지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것 같다"라면서 역시 상대적인 불이익을 걱정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불만들이 모두 하나의 회사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냐, 스페셜리스트가 먼저냐" 둘 다 장점과 단점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 질문을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저 역시 딱 부러지게 어느 하나를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고 하면 '스페셜리스트'를 선택하겠습니다. 스페셜리스트의 일반적인 장점은 여러분이 익히 알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스페셜리스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스페셜리스트를 우선하는 조직이 협력을 더 잘 이끌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너럴리스트로 키우는 게 여러 업무를 두루 알기 때문에 부서 간의 협조가 더 공고해진다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대리, 과장이 되어도 직무 순환을 강제하는조직(제너럴리스트로 육성하는 조직)들은 대개 2~3년의 주기로 인력을 이동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직원들은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동기를 가지기 때문이죠. 조직의 장기적인 성과에 해악이 될지라도 당장 이룰 수 있는 업적에 초점을 맞춥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열을 올린다면 과연 다른 부서(혹은 다른 사람)의 협조 요청에 자발적으로 손발을 걷어부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부서로 옮길 타이밍이 된다면 열심히 해봤자 그 성과는 자신에게 남는 게 아니기 때문에(즉 자신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일을 대충 마무리짓고 다른 사람의 협조 요청에도 무성의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떠날 마당에 어려운 일을 떠맡으려 할까요? 때로는 '작은 배신'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해주기로 말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른 부서로 낼름 가버리는 거죠.

따라서 단기로 인력을 순환시키는 제도는 조직 내 협력을 오히려 저해합니다. 다른 부서가 뭘하는지 알고 경험해야만 협조가 잘 되거라는 생각은 일종의 '신화(myth)'입니다. 회사에 오래 근무하면 스페셜리스트라도 다른 부서의 일이 무엇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꼭 인력을 순환시켜야만 할까요?

로버트 액설로드는 "협력의 기초는 '관계의 지속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협력을 고양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방법은 인력을 한 직무에서 전문성을 쌓게 하는 '스페셜리스트 우선 전략'이죠.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라고 해서 인력을 순환시키는 제도는 겨우 만들어진 소중한 협조 관계를 칼로 잘라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입니다. 이런 손실보다 인력을 순환시킬 때의 이득이 더 클 경우에만 자신 있게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제너럴리스트가 먼저입니까, 스페셜리스트가 먼저입니까? 이 질문에 답을 못하겠더라도 관계의 지속성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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