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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들 중에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일이 별로 없다", 혹은 "업무가 별로 타이트하지 않다"라고 평소에 느끼는 분이 있습니까? 많은 직원들이 업무는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잡담이나 하고 담배를 피우는 데 시간을 소모한다면서 개탄할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은 경영자이거나 관리자일 확률이 큽니다. ^^
하지만 무조건 한탄스러워 할 일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과시간에 비생산적으로 '노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고, 노는 시간을 줄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년에 직원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산출해 보면 휴일과 휴가를 빼고 대략 2,000 시간 정도 됩니다(야근은 감안하지 않음). 만일 여러분의 팀에 5명의 직원이 있는데, 60%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 40%의 시간은 빈둥거린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1년 중 1,200시간만 일하는 꼴이니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일해야 하는 총시간 = 5명 * 2,000 시간 = 10,000 시간
실제 일하는 총시간 = 5명 * 1,200 시간 = 6,000 시간
잉여인력 = 10,000 - 6,000 = 4,000 시간 = 즉, 2명
여러분은 이 결과를 보고 4,000 시간만큼의 잉여인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5명을 3명으로 줄여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다음과 같이 5명을 3명으로 줄이면, 잉여인력이 0 이 되어 인력이 놀지 않고서 타이트하게 업무를 수행하리라 기대하겠죠.
일해야 하는 총시간 = 3명 * 2,000 시간 = 6,000 시간
일하도록 만들 총시간 = 3명 * 2,000 시간 = 6,000 시간
잉여인력 = 6,000 - 6,000 = 0 시간 = 0명
여러분이 이렇게 인력을 조정하면 2명분의 임금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고, 조직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으리라 기대할 겁니다.
만약 이 팀이 수행하는 일이 1년에 평균 100 건이고, 1건당 업무처리시간이 평균 60 시간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예시를 위해 숫자를 단순화했음). 그렇다면, 1년 동안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총 6,000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3명의 팀원을 1년 동안 100% 활용하면 커버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어 보입니다.
헌데, 과연 그럴까요?
1년에 100 건의 일이 발생한다면, 20시간에 1건 꼴로 업무가 발생한다는 뜻(100건을 2,000시간으로 나누면 됨)입니다. 그렇다면, A업무는 홍길동이, 20시간 후에 생길 B업무는 김삿갓이, 다시 20시간 후에 생길 C업무는 박문수가 순차적으로 처리하면 되겠죠. 그리고 다시 20시간이 지나 D업무가 생기면, A업무를 막 끝마친 홍길동이 D업무를 맡으면 됩니다.
A업무 : 홍길동
(20시간 후)
B업무 : 김삿갓
(20시간 후)
C업무 : 박문수
(20시간 후)
D업무 : 홍길동
.
.
.
하지만 문제는 업무가 20시간 마다 1건씩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20시간 마다 1건이란 말은 정확하게 20시간 간격으로 1개씩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뜻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20시간에 1건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극단적으로 1,999시간 59분 0초까지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다가 막판 1분 동안 100 건의 일이 한꺼번에 생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으로 업무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업무가 고르게 발생하지 않고 한꺼번에 몰렸다가도 갑자기 업무가 뚝 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가게에 손님이 갑작기 들이닥칠 때도 있고 파리를 날릴 정도로 한산한 때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1건의 업무가 처리완료되기 위해서는 60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롭게 이제 막 3명의 팀원이 각자 업무를 시작한 상태라면, 새로 도착한 A라는 업무는 최대 60시간을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되겠죠. 그러면 A업무는 120 시간이 지나야만 완료될 수 있습니다. 대기시간 60시간에 업무처리시간 60시간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죠.
A업무 이후에 B,C,D 등의 업무가 무작위적인 시간 간격으로 발생한다면, '줄 뒤에 서 있는' 업무일수록 대기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남을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려면 끝날 때까지 엄청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팀원들이 쉬지 않고 일해도 계속 쌓이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업무를 지시한 상사나 고객의 노여움을 사게 되겠죠. 그렇다고 팀원들이 노는 것은 아니니 팀장이나 팀원들은 죽을 맛일 겁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충원 좀 해달라"고 건의하면, "무슨 소리냐! 정확하게 유휴시간 없이 인력을 산정해 줬건만!"라는 면박을 받겠죠.
인력의 가동률(Utilization)를 100%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인력을 조정(감축)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인력을 원래대로 5명으로 두면 업무가 무작위적인 시간 간격으로 발생해도 현재 '놀고 있는' 인력이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커질 확률은 팀원이 3명일 때보다 작을 겁니다.
인력의 가동률은 생산성이 아닙니다. 의미 있는 생산성은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사이클 타임'입니다. 사이클 타임은 단위시간 당 산출되는 아웃풋과 같은 개념입니다. 3명으로 줄였을 때 임금이야 적게 나가겠지만, 단위시간 당 처리되는 업무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어서 생산성이 뚝 떨어지고 맙니다.
인력이 여유시간을 가지고 일할 때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할 때보다 생산성이 더 높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위의 사례가 보여 줍니다. 적정인력은 유휴시간이 0 일 때의 인력이 아니라, 유휴시간을 어느 정도 보장할 때의 인력입니다.
물론 무한정 유휴시간을 줄 수 없겠죠. 인력의 적정한 가동률은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70~80% 정도가 좋습니다. 하루 중 대략 2시간 정도의 유휴시간은 주어져야 한다는 거죠.
직원들이 잡답하고 커피 마시면서 놀면서 타이트하게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노여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노는 시간은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한 '버퍼(buffer)'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노는 시간이 고깝게 보인다면, 그 시간을 창의적이고 건설적으로 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죠. 구글이 그렇게 하듯 말입니다.
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놔 두십시오! ^^
*추신 : 3명에게 매일 3~4시간씩 야근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업무품질이 나빠져서 장기적으론 생산성을 좀 먹는 행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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