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월25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다. 호불호를 떠나 대통령 취임을 축하해줘야 하는 날에 소금을 뿌리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만, 한마디 하련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개념을 처음 내보였던 애덤 스미스가 그의 저서인 "도덕 감정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만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계획에 스스로 도취되어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을 못 참는다. 공공의 이익보다도 자신의 계획을 한치의 오차 없이 완벽히 실행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는 손으로 체스 판 위의 말을 옮기는 것만큼 국민들을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상상한다."
내가 애덤 스미스의 말을 꺼내드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부디 오만한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많은 욕을 먹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와 실패는 정치적 역량보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다.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이명박 당선인에게서도 국민을 바라보는 오만한 시선이 느껴진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
취임하기 전 영어몰입 교육, 대운하 사업 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그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것이나 수년간 연구를 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인식도 차차 바뀔 것이다"라면서 그의 특기대로 '밀어불일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실행을 전제로 공청회를 하겠다는 시도는 오만함의 끝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 취임을 축하한다. 허나 이 시점에서 우려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정치적 이상은 현실보다 우선할 수 없다. 부디 오만한 시선을 걷어내길 바라며, 국민의 공복으로 일하겠다는 당선 소감의 말이 상투적인 허언이 되지 않기를 빈다.
오만은 편견을 낳고, 편견은 대립을 심화시키며, 대립은 억압으로 변질된다.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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