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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기잡지였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iterary Digest)가 1936년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를 예측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들은 1000만 명에게 엽서를 발송해서, 236만 명으로부터 답변을 회수했습니다.
결과는 랜든(Alfred M. Landon)이 57%,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가 43%의 지지율을 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랜든이 루즈벨트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발표했지요.
하지만 개표를 해보니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여론조사와는 달리 공화당의 알프레드 랜든은 고작 38%를 득표한 반면, 민주당 소속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62%를 득표해서 루즈벨트가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투표 결과와 무려 19%나 틀려서 여론조사 사상 최대의 오차라는 불명예를 입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이 실수 때문에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해서 결국 문을 닫고 맙니다.
여론조사 실패의 이유는 리터러리 다이제스트가 236만 명이나 되는 표본의 크기를 너무 신뢰한 나머지 표본의 타당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전화 가입자와 자동차 소유자의 의견을 조사하면 승리자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헌데 1936년 당시는 대공황이 최악이었던 시절로 전화나 자동차는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또한 그 부유한 사람들 중에는 보수적 성향의 공화당을 지지하는 자들이 상당히 많았죠. 랜든 지지율이 높게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전화 가입자와 자동차 소유자들의 주소를 확보하기가 쉽고 그들이 1000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유권자 전체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래서 236만 명이라는 거대한 표본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를 잘못 예측한 겁니다. 타당하지 않은 표본을 여론조사에 사용했다는 점이 예측 실패의 근본원인이었습니다.
반면, 똑같은 시기에 고작 1500명이라는 작은 표본만 가지고 비교적 근사하게 대선 결과를 예측한 회사가 있었는데, 바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으로 유명한 갤럽(Gallup)입니다. 그들은 조사 대상자를 미국 전역에서 추출하는 ‘할당추출법’을 사용해서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랜든이 44%, 루즈벨트가 56%의 지지율을 얻자 그들은 루즈벨트의 승리를 옳게 예상했습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보다 표본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거 결과와 6%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이유는 “최대한 무작위로 골고루 표본을 할당해서 여론조사를 하면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을 준수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올바른 여론조사가 되려면 표본이 무엇이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사례는 여론조사를 경계해야 할 충분한 이유입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는데, 지지율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표본이 합리적으로 선택됐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일입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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