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하여   

2009. 8. 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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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해결책을 선정할 때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만일 이 두 요소 모두가 좋은 해결책이 하나 뿐이라면 그것을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면 됩니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이라면 우리는 선택의 상황, '의사결정'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효과도 좋고 효율도 좋은 해결책이 여러 개라면 그 모두를 다 실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 가진 자원의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나 돈이 부족하고 인력을 동원하기도 어렵다면 여러 개의 해결책 중에 가장 나은 '하나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선택의 상황에서 문제해결사가 어떻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지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문제해결을 잘 하면 이런 노다지가 굴러올 수도...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동시에 높은 해결책이 세 개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셋 모두 효과와 효율이 다 좋다고 했으므로 이것만 가지고는 우열을 점치기 어렵습니다. 물론 효과와 효율에 대해 심층적으로 정량분석을 실시해서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와 효율이 높은지를 가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효과와 효율이 정성적으로 동일한 해결책들을 정량적으로 다시 심층분석해서 나온 값들이 실제의 효과와 효율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해결책들이 계획된 단계일 뿐 실행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층분석에서 효율이 50 이 나왔다 해서 그 해결책이 실행되고 나서도 효율이 50 이 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상적인 상태가 아닌 이상, 실행 과정 상에서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변수가 많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모두 높다고 한다면, 세 개의 해결책들은 동일한 선상에 놓고 효과와 효율이 아닌 다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하나의 '최고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제 3의 잣대란 바로 '외부환경' 입니다.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은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왔습니다. '내'가 혹은 '우리 회사'가 해결책을 실행한다는 입장만 생각해서 효과와 효율을 따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외부환경이란 차원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어떤 해결책이 A라는 매우 우호적인 외부환경에서는 100이라는 효과를 가졌다 해도, B라는 외부환경에서는 효과가 80 밖에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와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찢어지게 가난한 어떤 사람이 자신의 곤궁을 탈피하고자 동전 던지기라는 도박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면, 이 두 개의 선택이 그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일 겁니다. 이 사람에게 이 두 가지 해결책은 효과와 효율이 동일하겠지요. 둘 다 동전의 어떤 면이 나오는지 지켜보면 되고 이겼을 경우에 얻는 상금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 해결책은 어느 면으로 모나 동일합니다.

이 사람에게 주어진 외부환경이란 바로 '앞면이 나올 때'와 '뒷면이 나올 때'입니다. 그가 앞면에 내기를 걸었는데 앞면이 실제로 나온다면, 최고의 해결책은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입니다. 반대로 뒷면에 내기를 걸었더니 뒷면이 덜커덕 나온다면,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죠. 

앞면이 나왔다 →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뒷면이 나왔다 →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물론 그가 어떤 면이 나올지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다시 말해 어떤 면이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최고의 해결책을 동전을 던지기 전에 미리 골라내지는 못합니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최고의 해결책이 '그때그때 달라질' 가능성이 큼을 보이기 위한 예임을 양지하기 바랍니다.

세 개의 해결책(효과와 효율이 모두 동일한)이 제시되고 예상되는 외부환경이 세 가지라면 다음과 같이 3X3의 매트릭스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가치 매트릭스(Value Matrix)'라고 부릅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해결책 B      
 해결책 C      

매트릭스의 빈칸에는 각 해결책이 각 환경에 처했다고 가정하고 문제해결효과나 문제해결효율의 예상치, 즉 '가치'를 정성적으로 판단하여 기입합니다. 여기서 '정성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말은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 상대적인 값임을 의미합니다. 아래의 매트릭스와 같이 가장 효과(혹은 효율)가 큰 조합을 100 혹은 10 이라고 놓고서 나머지 조합의 상대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기입하면 됩니다. 물론 각각의 가치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10  5  -10
 해결책 B  -5  10
 해결책 C  -10  -5  10

이 매트릭스를 놓고서 최고의 해결책을 선정해야 합니다. 이 셋 중 무엇이 최고의 해결책일까요? 언뜻 보아도 최고의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환경 1에서 해결책 A가 가장 좋지만, 환경 3에서는 해결책 C가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고가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라는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경제가 활황일 때는 높은 효과를 보이지만 불황이 지속되는 환경이라면 그다지 좋은 전략이라 말하기 힘든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좀더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접근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1)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
2)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3)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일 때

첫 번째,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완전히 확실하다는 말은 어떤 외부환경일지 확실하게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예상 가능한 외부환경의 유형이 어떻든 간에, 확실하게 예상되는 특정한 외부환경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해결책을 택하면 됩니다. 이를 '최고가치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가치 매트릭스에서 환경 2가 펼쳐질 것이 확실하다면 나머지 환경은 고려할 필요도 없이 해결책 B를 최고가치전략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확실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별로 나타나는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올 것이 100% 확실하다고 미리 간파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주 드물게 앞으로 어떤 외부환경이 득세할지 거의 확실하게 예상될 때에 한하여(예를 들어 항아리 속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어떤 색깔의 공이 나올지 알 경우에 한하여) 최고가치전략을 취하기 바랍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상황은 첫 번째 상황보다는 현실적입니다. 현실의 일들이 다 그러하듯이 이러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이 포스팅의 분량을 마냥 늘릴 수 없으므로 그것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최고가치전략과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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