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근에 ‘리워크(re:Work)’라는 사이트를 공개하면서 전 세계 HR 담당자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충격을 선사했다(rework.withgoogle.com). 회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운영하는 동안 HR 부문에서 겪은 시행착오의 산물을 이 사이트를 통해 아낌없이 ‘무료’로 공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 사이트의 존재를 페이스북으로 알리자 무려 522회나 공유되는 등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re:Work의 로고 (출처: https://rework.withgoogle.com )



그러나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읽어보고는 싶어도 그냥 ‘킵(keep)’해 두고마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 같았다. 영어 독해는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모국어가 아닌 이상 실제로 읽기까지 엄청난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말이다(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 사이트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어로 된 사이트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그리고 내가 번역에 기꺼이 pro bono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금껏 외서 10권을 번역한 나의 경력을 덧붙여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 글을 읽는 구글코리아 직원이 있으면 따로 연락을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알렸지만 역시나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독자의 이메일이 너무나 쇄도하는 바람에 답장 보낼 겨를이 없거나 자기 일이 아니면 되도록 신경을 쓰지 않는 외국계 기업 직원들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리워크 사이트에는 내용의 무단전재와 상업적 이용은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있기에 내 마음대로 내용을 번역하여 블로그에 올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잘 정리된 이 사이트의 내용을 어떻게 하면 많은 한국 독자들(특히 HR 담당자들)에게 알리고 읽게 할까 궁리하다가 해당 내용을 소개하고 거기에 나의 견해를 덧붙이고 한국 기업에서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일종의 ‘논평’ 혹은 ‘해제’라고 할까? ‘북 리뷰(book review)’와 비슷하다고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자신들의 노하우를 기꺼이 공개한 대담한 기업이라면 비상업적이고 공익적인 나의 포스팅(그것도 북 리뷰 수준의 포스팅)을 문제 삼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혹시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주기를 바라고, 공식적인 ‘한국어 사이트’ 론칭 계획이 있으면 나와 함께 논의해 주기를 이 자리를 빌어 요청한다.


먼저 리워크의 ‘About re:Work’ 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단에 ‘Let’s make work better’라는 모토가 나온다. 이 문구에 이 사이트를 구축하고 공개한 목적이 함축되어 있다. ‘일을 더 좋게 만들자’. 사람들은 무엇보다 일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일은 성취감과 영감을 주지 못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리워크는 출발한다. 사람들이 좀더 행복하고, 좀더 건강하며, 좀더 생산성 높게 일하도록 만들려면 일을 새로이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이다.


re:Work 메인 페이지 캡쳐 (출처: https://rework.withgoogle.com )



이러한 사이트의 구축 목적은 구글의 강점인 ‘데이터 기반의 HR(data-driven HR)’로 힘을 얻고 있다. 내가 감수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란 책을 읽어 본 이들은 알겠지만, 구글은 HR 운영에 있어 실험과 데이터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기업이다. 오죽하면 ‘People Analytics(사람 분석학?)’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HR 운영 과정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를 모두 추출하여 제도와 프로세스 개선에 활용한다. 면접을 몇 번 보는 것이 최적인지, 상품과 돈 중에서 무엇으로 보상하는 것이 효과가 좋은지, 직원들의 비만을 줄이려면 구내식당의 접시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등을 실험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판단이 든 후에야 도입하는 ‘습관’을 지닌 회사가 바로 구글이다. 바로 이런 실험정신이 리워크 사이트의 내용에 신뢰가 가는 이유이다. 내용을 읽다 보면 ‘이건 이미 알려진 것인데…’라는 부분이 일부 존재하지만, 구글의 엄정한 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해 ‘증명된’ 것이라 믿음이 간다. 무엇이든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으면 아무리 설득력 있는 주장과 논리라고 해도 실험없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구글이기 때문이다.


리워크 사이트는 다음과 같이 7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 Goal Setting(목표 수립)

- Hiring (채용)

- Learning & Development(교육 및 개발)

- Managers(리더십)

- People Analytics(사람 분석학)

- Teams(팀워크)

- Unbiasing(의사결정)


각 주제는 핵심내용이 정리돼 있는 ‘가이드’, 웨그먼스(Wegmans), 젯블루(JetBlue), 뉴욕 시 교육부 등에서 실제로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는 ‘케이스 스터디’,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블로그’ 포스팅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도구(tool)를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주제인 Goal Setting을 열면 ‘Set goals with OKRs’라는 가이드가 나오는데, ‘OKRs로 목표를 수립하려면’ 모두 10개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고맙게도 PDF로 OKRs 스프레드시트와 스코어카드를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회원 가입과 같은 귀찮은 과정은 전혀 없다). 


이처럼 귀한 자료를 ‘공짜로’ 공개하다니, 구글을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비록 업력이 짧다는 약점은 그들의 강점인 People Analytics(그들은 자신들이 이 분야의 초보라고 겸손해 한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속칭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기업, 삼성은 구글의 '공유 정신'을 보며 반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리워크는 모든 산업에 대해 ‘이렇게 하면 된다’는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게시된 내용들은 좋은 출발점을 선사한다. 개별 기업에서 리워크의 가이드과 도구들 중 무엇이 작동하고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소중하니까 말이다.


오늘은 리워크 사이트를 개괄하는 정도로 글을 마칠까 한다. 앞으로 주제별로, 가이드별로 하나씩 격파하듯 글을 게시할 생각이다. 일단 Goal Setting부터 시작해 보련다. HR담당자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기업에서 인사를 고민하는 경영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물론 구글의 관심도 바란다).



* 리워크 사이트 주소 : https://rework.with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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