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자리에 올랐을 때 조심할 것들] 2013년 9월 10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지난 번 방송에서 ‘권력자의 자세’라는 말을 설명한 적 있는데, 자신의 몸이 가능한 한 많은 공간을 차지하도록 만들면 상대방에게 ‘나는 당신을 지배한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권력자의 자세를 취하면, 몸에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데, 그 호르몬의 작용 때문에 상대방에게 지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잘 나갈 때를 조심해야 한다. 그러다가 한방에 훅~ 간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쓰곤 하는데, 실제로 직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하거나, 조직에서 대표로 올라가면,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인데, 오늘은 그런 자리에 올라갔을 때 어떤 심리 상태가 되는지, 그리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2. 힘 있는 자리에 올라가면 어떤 모습이 나타나는가?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힘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관리하는 역할이 주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을 하기가 쉽다. 어떤 실험에서 학생 2명한테는 사회 현안에 대해 짧은 글을 쓰도록 했고, 나머지 1명에게는 다른 학생이 써 온 글을 평가하는 권한을 주었다. 학생들에게는 쿠키 5개가 간식으로 주어졌는데, 1개씩 먹고 나면 2개가 남지 않나? 그러면 우리는 보통 미안해서 남은 쿠키를 선뜻 집지 못한다. 하지만, 보스(boss) 역할을 맡은 학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자연스럽게 4번째 쿠키를 집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과시하는 듯 입을 벌리고 쿠키를 씹어댔고, 테이블 위에 쿠키 부스러기를 잔뜩 흘렸다고 한다.


이렇듯 힘 있는 자리에 올라가면, 자기도 모르게 탐욕스러워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2009년에 미국의 자동차 3사의 회장들이 워싱톤으로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갔었는데, 그때 최고급 전용 제트기를 타고 갔다고 해서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힘 있는 자리에 가면, 자기가 뭘 잘못하는지 모르는 경향이 있다.



3. 자기가 뭘 잘못하는지 모른다?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 방송이 교통방송이니까 자동차를 예로 들어서 말해 보겠다. 어떤 학자가 도로에 다니는 자동차를 면밀하게 살펴봤는데, 최고급 자동차들 중 30퍼센트가 끼어들기 위반을 했지만, 낮은 등급의 자동차들은 7~8퍼센트만 끼어들기 위반을 했다. 그리고, 낮은 등급의 자동차들은 횡단보도의 선을 밟지 않았는데, 최고급 자동차는 45퍼센트 넘게 횡단보도를 침범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자동차가 최고급이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랐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그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그렇게 되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해도 자기에게 사회적인 제약이 가해지지 않을 거라고 다시 착각하게 된다. 또, 자기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막중하다는 이유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할 때도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많다.





4. 의사결정할 때 무리수를 둔다? 자세히 말씀해 주신다면?


한 실험에서 사람들한테 권력자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서, 주사위 게임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주사위는 본인이 던질 수도 있었고, 다른 사람이 대신 던져줄 수도 있었다. 자기가 권력자라고 인식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주사위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기가 남에게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고 인식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주사위를 던져 달라고 더 많이 부탁했다. 이상하지 않나? 주사위를 본인이 던지든, 남이 던지든 확률은 똑같다. 


그런데 왜 권력자가 되면 자기가 주사위를 던지려 할까? 바로 주사위 게임 같은 ‘우연’도 권력을 가지면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미래를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 어떻게 될까? 면밀하게 분석해서 결정하지 않고, 자기 마음이 가는대로 결정해서 무리수를 두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지도자의 권력욕이 높을수록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5. 힘 있는 위치에 가면 조심해야 할 것은 또 무엇이 있는가?


직장에서 팀장이나 임원의 위치에 올라가면, ‘자기중심적’으로 변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야 한다. 청취자들도 한번 따라해보면 좋겠는데, 먼저 눈을 감고, 자기가 남을 지배해 본 경험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보라. 예를 들어, 시험 감독을 했다든지, 남에게 훈계를 했다든지 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상상해 보는 거다. 그런 다음에, 알파벳 대문자 E를 손가락으로 자기 이마에 써보라. 


이때 E를 어떤 방향으로 쓰느냐가 중요한데, 아마도 권력자의 이미지를 잘 상상했던 사람들은, 자기가 볼 때 알파벳 E가 제대로 보이게 썼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관점’으로 E를 썼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남들은 그게 E 라고 안 보이고, 숫자 3처럼 보일 거다. 이처럼 조직에서 힘 있는 자리에 올라가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 중심적이 될지 모른다.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6. 권력에 대한 욕구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이 뭔지 안다면 좋을 텐데, 어떤 특징이 있는가?


사실 좀 안타까운 일이지만, 권력욕이 높은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 남자들에 비해 여자를 많이 학대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가 돈이 많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을 때 더 학대한다고 한다. 이렇게 권력자가 되면, 자기보다 권력이 쎈 사람보다는 여자나 부하 직원과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을 괴롭힌다고 한다. 아마도 힘을 얻게 되면 자기가 힘이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다. 흔히 ‘권력에 취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힘을 얻으면 테스토스테론 말고도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된다. 그런데 도파민은 마약의 성분과 비슷하다. 진짜로 권력에 취한다는 말이 맞다.


하지만, 권력 있는 자리에 가면 부작용도 있다. 얼마 전에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5년 전의 사진과 지금의 사진을 비교해서 올려 놓은 것을 봤는데, 5년 사이에 엄청나게 노화가 진행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권력자가 되면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기 때문에, 권력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7. 그런데, 권력욕이 어느 정도 있어야 조직이 유지되는 것 아닌가? 권력욕이 항상 나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권력욕에도 좋은 권력욕과 나쁜 권력욕이 있다. 권력욕은 ‘P권력욕’과 ‘S권력용’으로 크게 나뉜다. P권력욕은 개인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권력욕을 말하는데, P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세상을 ‘내가 이기고 너는 지는’, 그런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한다. 무모한 선택을 자주하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S권력욕은 조직이나 사회 전체의 목적을 추구하는 권력욕이다. S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변화를 추구하고, 절제를 할 줄 알고 자기판단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P권려욕과 S권력욕이 가지고 있는데, 그 비율이 사람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S권력욕의 비율이 높다. 조직에서 팀장을 뽑을 때나,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 그 사람이 P권력욕과 S권력욕 중에서 무엇이 높은지 잘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8. 끝으로, 힘 있는 위치에 가게 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 하나를 일러준다면? 


1986년에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는가? 알고 보니, 부하직원들이 원자로의 상황을 윗사람에게 제대로 보고하면, 소위 말해서 ‘깨질까봐’, ‘혼날까봐’, 두려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자기가 힘을 가졌다고 과시하거나 밑의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면, 입을 닫아버리고 ‘될대로 되라’, 이렇게 생각해 버린다. 이런 현상을 ‘침묵 효과’라고 부른다. 이게 바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들이 별로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직원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자기가 너무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끝)


참고도서 : <승자의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