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하면 그 사람의 성과는 높아질까요, 낮아질까요? 올바로 평가만 이루어진다면 일반적으로 평가는 동기를 유발하여 성과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다 줍니다. 헌데, 그 성과가 숙련된 기술이나 풍부한 지식이 아니라 '발견적인' 창의력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평가가 성과를 향상시키는 장치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까요?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M. Amabile) 등 3명의 심리학자들은 브랜다이스 대학의 여학생 40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주어진 재료만을 써서 개인별로 콜라주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평가 여부'와 '청중 여부'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모두 4가지 실험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먼저 '평가-청중' 조건에 무작위로 배정된 학생에게는 한쪽에서만 보이는 거울 뒤에 미술가 4명이 앉아 자신이 콜라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일러줬습니다. '평가-무청중' 조건의 학생들에게는 콜라주 작품이 완성되면 미술가들이 평가를 내리겠지만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무평가-청중' 조건의 학생은 자신들의 작품이 평가될 거라는 일체의 언급을 듣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그에게 그저 콜라주를 만들고 난 후의 기분을 알아보기 위한 거라고 거짓으로 설명했죠. 다만, 한쪽에서만 보이는 거울 뒤에 다른 피실험자들이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콜라주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다고 말했습니다. '무평가-무청중' 조건의 학생은 평가에 대한 언급도, 자신을 지켜보는 청중의 존재도 듣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콜라주 작품을 다 만든 후에 10명의 미술가들에게 평가를 의뢰했습니다(창의성 점수 신뢰도 0.93). 그랬더니 청중의 유무와 관계없이 평가를 예상하지 않은 집단의 창의성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평가-무청중' 조건의 학생들은 창의성 점수가 24점에 근접한 반면, '평가-무청중' 그룹의 점수는 19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즉 미술가가 평가하리라 예상한 피실험자들은 평가 받을 것에 집중력이 분산된 까닭에 창의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콜라주 만들기가 끝나고 연구자들이 '평가' 그룹('평가-청중', '평가-무청중')의 학생들에게 돌린 설문 결과에서도 평가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났습니다. 그들은 '무평가' 그룹보다 불안감을 많이 느꼈다고 보고했고 작품을 만드는 동안 미술가의 평가 결과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말했습니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든 것이죠. 테레사 아마빌레가 수행한 또 다른 실험들에서도 평가가 창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규명되었습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정보사회에서 소셜 네트워크 사회로 진화되면서 개인과 조직에서 창의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창의성이란 절차와 규칙을 따르기만 하면 누구나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과연 어떻게 해야 개인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그것이 고객의 의표를 정확히 찌를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지 여러 조직들은 고민을 거듭합니다. 업무 공간의 형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든지,업무 스타일과 업무 시간을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한다든지의 해법들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절차와 규칙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기업에서 수용하기에는 문화적 장벽이 아직 높습니다. 그러한 조치가 직원들의 방종을 야기해 통제를 와해시키거나 제품의 하자로 이어질지 염려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몇몇 기업은 창의성을 평가하여 보상이나 승진에 반영하겠다는 악수(惡手)를 두고 맙니다. 평가가 악수인 이유는 위 실험에서 보듯이 평가가 창의성을 제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창의성을 좀먹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평가가 필요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절차적이며 기술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에 평가가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가가 능사는 아닙니다. 조직이 창출해야 할 성과가 창의성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창의성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결정된다면, 평가를 통한 창의성 제고는 헛된 망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평가해야 할 영역과 평가하지 말아야 할 영역을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뭔가를 도입하여 추진하고자 할 때 산업시대의 틀에서 사고하는 경영자들 대부분은 ‘하면 된다’라는 기치에 몰두하여,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에도 강압적이면서도 중앙집권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산업시대의 성공요소였던 ‘빨리빨리’ 문화가 창의성 향상에도 먹히리란 환상을 갖습니다. 평가라는 통제적인 장치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는 기술적으로는 좋아보여도 전혀 창의적이지 못합니다. 그저 누군가가 먼저 나선 길을 뒤늦게 쫓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순응’에 지나지 않습니다.

'발견적 창조'에 평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발목만 잡을 뿐입니다.

(*참고논문 : Social influences on creativity , Evaluation and performance: A two-edged kn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