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중독됐는가?   

2011. 9. 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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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팅에서 에드워드 L. 데시의 '소마(Soma) 퍼즐'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실험은 퍼즐 과제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를 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내면의 동기'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죠. 보상을 받으며 퍼즐 과제를 수행한 사람들은 보상이 중단됐을 때 퍼즐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실험의 시사점이었죠.

데시는동기부여에 어떤 요소가 큰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 소마 퍼즐 실험을 여러 가지로 변형해서 수행했습니다. 



첫 번째로 '벌'이나 '위협'이 동기부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데시는 피실험자를 둘로 나누어 한 그룹의 피실험자들(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만약 소마 퍼즐 과제를 제대로 제 시간에 풀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아마도 학점을 적게 주겠다는 식으로 위협했겠죠. 그리고 다른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런 위협을 하지 않았습니다.

벌이라는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퍼즐 과제를 잘 풀었습니다. 이 결과만 보면 위협이 성과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겠죠. 하지만 지난 번 실험처럼 학생들이 실험실에 소마 퍼즐과 함께 남겨졌을 때,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소마 퍼즐을 가지고 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벌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인해 내면의 동기가 크게 약화됐다는 증거죠.

이로써 보상이나 위협은 동기를 부여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동기를 훼손시킨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신상필벌은 조직의 위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직원들 내면의 동기를 북돋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남발할 경우 그들의 동기를 크게 저하시키고 맙니다.

두 번째 실험의 주제는 '경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경쟁을 시킬 때 동기가 크게 올라가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알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남들과 겨루어야만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운동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향을 보이죠. 족구 게임을 할 때도 '내기'를 해야 내면의 동기가 상승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회사 내에서도 경쟁 방식을 동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왔습니다. 데시는 피실험자 절반에게 소마 퍼즐 과제를 내주면서 앞에 앉은 실험조교(경쟁자 역할을 맡은)와 겨루어서 '승리'해야 한다고 목표를 부여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피실험자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실험조교와 나란히 앉아 퍼즐을 완성하도록 했죠.

경쟁자 역할을 맡은 실험조교는 매번 일부러 져주었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이 항상 승리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경쟁에서 매번 이기고도 내면의 동기는 경쟁 상황에 처하지 않은 피실험자들보다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쟁 상황이 끝나자 소마 퍼즐 과제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보상이 중단됐을 때 퍼즐에 흥미를 느끼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겨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기'를 걸지 않으면 족구 게임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에 중독된 셈입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 사용된 조건은 목표 설정에 대한 '통제'였습니다. 데시는 첫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 어떤 퍼즐 과제를 풀 것인지, 그것을 얼마 동안 풀어낼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A 과제를 10분 안에 풀겠다"라고 정하게 한 것이죠. 그런 다음 두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정한 대로 퍼즐을 풀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그룹은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한 것이고 두 번째 그룹은 타율적으로 지시를 받은 셈입니다.

이 실험은 여러분이 충분히 예상했을 겁니다. 자율적으로 퍼즐 과제와 제한시간을 결정했던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혼자 남겨졌을 때) 소마 퍼즐을 오래 가지고 노는 모습이 관찰된 것으로 보아 내면의 동기가 강화된 것이죠. 반면 두 번째 그룹 학생들은 그보다 못했습니다. 사실 두 그룹 모두 똑같은 과제, 똑같은 제한시간이 주어졌지만 자율이나 타율이냐에 따라 내면의 동기는 크게 영향 받았던 겁니다.

흔히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가 불명확하거나 목표가 top-down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그만큼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물론 직원들을 방치하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되겠지만, 일일이 세부적으로 목표를 정해주고 통제를 가하는 '마이크로 매니징' 또한 직원들의 동기를 갉아먹는, 좋지 않은 행동이죠.

보상, 위협, 경쟁, 통제 모두 직원들의 동기를 고양하는 데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입니다. 데시는 특히 보상에 대해 이런 말을 합니다. "좋은 길은 보상을 동기부여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보상이 잘된 일에 대한 인정이나 감사의 표시로만 보상을 사용해야 하지, 전면적인 성과주의 인사제도처럼 보상을 동기부여의 전략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동기부여는 직원의 자율성으로부터 나옵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것이면 아무리 긍정적이라 해도 내면의 동기를 발화시키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훼손시키고 맙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하며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올바른 조직관리이자 직원관리가 아닐까요?

우리 기업이 보상, 위협, 경쟁, 통제에 중독되지 않았는지 뒤를 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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