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폭력은 나약함 때문   

2024. 12. 24. 08:00
반응형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를 수행한 학자입니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평범한 인간들이 악인의 모습을 나타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원래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상황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죠. 그는 '자신이 나약함이 상대에게 노출될 것을 불안해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를 간단하게 '노출 불안'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지배자의 위치에 있을 때, 그리고 심지가 박약할수록 자신으로부터 지배 받는 사람들로부터 약한 사람이라고 평가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이 커집니다. 만약 자신의 나약함이 드러나면 그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나아가 공격까지 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죠. '나약하게 보이면 저들이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폭동을 일으킬거야' 라는 경직된 사고방식에 휘말립니다. 특히 돌아가는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노출 불안은 극에 달합니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도 노출 불안의 현상이 가끔씩 나타납니다. 내외부 환경이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때,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거나 여러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할 때 노출 불안을 보이는 리더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들은 '구성원들에게 현 상황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서는 안 돼. 그렇게 하면 분명히 나를 우습게 볼거야. 강하게 나가야만 해' 라고 결심하고 소위 '강경책'이라는 카드를 구성원들에게 내보입니다.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유화책보다는 강경책이 더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강경책이 문제 해결의 속도와 효과가 크다고 착각하기 때문인데요, 속을 파고 들어가면 리더 자신의 위신과 신뢰감을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신과 신뢰감이 한번 무너지면 권위가 약화되고 권력을 잃고 만다는 사고의 악순환이 머리 속에서 끝없이 순환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단절, 협상 불가, 무리한 억제 등 강경 일변도의 정책에 더욱 천착하게 됩니다.

피지배 계층의 반발을 강경 진압하거나 협상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 외에 노출 불안의 심리가 일으키는 악효과는 한번 결정한 사항은 절대 수정하지 않고 밀고 가려는 독단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됐다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어와도 이미 실행 중인 계획을 수정하거나 중단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조직에 반하는 내부의 적으로 규정짓기도 합니다.

노출 불안이 이런 잘못된 행동과 의사결정을 야기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상황이나 난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노출 불안 심리를 걷어낸다면 강경책이 아니라 유화책이, 억압보다는 화합이, 일방통보보다는 협상과 설명이 조직(회사, 지자체, 국가 등)의 안정과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테니까요. 존 F. 케네디는 "정중함은 나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남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인정 받고자 나약함을 감추지는 않는지, 그로 인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지 리더는 매순간 스스로를 성찰해야 합니다. 12월 3일, 그 자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분은 다 알 겁니다. 그 짓을 저지른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노출 불안이라는 어두운 심리는 아닐까요?



제 신간 <시나리오 플래닝>이 이제 예약판매를 끝내고 아래의 서점에서 정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구매를 부탁 드립니다.

- 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738690
-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51662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8729619

[다량 구매 혜택]
한번에 10권 이상 구매를 원하신다면, 010-8998-8868로 전화 주시거나, jsyu@infuture.co.kr로 메일 주십시오. 저자 사인과 함께 특별 할인율을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할인율은 문의 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그가 뒷춤에 감춘 은수저   

2024. 12. 20. 08:00
반응형

 

10년 전에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란 책을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책이었는데, 몇 해 전에 소위 '역주행'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습니다. 신기한 일이라서 알아보니, 자기계발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 본인의 책에 <당신은 사업가입니까>를 추천도서로 기재했더군요. 

웬만하면 이런 류의 책은 한번 나오고 별 인기를 끌지 못하면, 그리고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꾸준히 잘 팔리는 책이 되자 출판사측에서 이 책을 재발행하기로 했답니다. 번역자인 저에게 판매량에 따라 주어지는 원고료는 없으니 아주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신기한 일이긴 합니다.

이 책을 지금 감수 중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부자인 빌 게이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읽자마자 이걸 여러분께 공유하고 싶더군요. 

보통 빌 게이츠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그가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주 우수했기에 하버드 대학교 중퇴라는 엄청난 리스크를 이겨내 단숨에 컴퓨터 업계의 스타로 등극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의 성공은 상당 부분 '운' 때문이었고, 성공할 만한 주위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소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금수저', '흙수저'란 말은 없습니다.)

그의 실제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빌 게이츠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친지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른 나이(고등학교 때)에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죠. 학교에서 게이츠는 폴 앨런 Paul Allen(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과 함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는 등 컴퓨터를 가지고 놀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이츠와 앨런의 해킹 실력 덕에 시스템 관리자는 시스템 버그를 잡아내달라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컴퓨터의 무제한 사용을 허락했죠. 덕분에 게이츠와 앨런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높이 산 고등학교 당국은 게이츠와 앨런에게 일정관리 시스템을 컴퓨터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죠.


졸업 후에 하버드에 입학한 게이츠는 새로운 마이크로컴퓨터에 관한 잡지 기사를 보고 그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그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이미 만들었다고 허세를 부렸습니다. 허풍을 믿은 그 회사는 프로그램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며 게이츠를 회사로 초대했고, 그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걸 알자마자 게이츠와 앨런은 그제서야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게이츠는 한 학년을 더 다니다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 위해 학교를 떠났는데요, 사실 곧바로 자퇴하지는 않고,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를 위한 사전 대책으로 휴학계를 냈던 겁니다.

 

게이츠의 어머니는 IBM의 전 CEO이자 자신의 친구인 존 오펠을 통해 게이츠를 IBM에 소개했습니다. IBM은 당시 자사 컴퓨터에서 실행될 운영체계를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요, 게이츠는 협상을 통해 자신의 회사(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다는 조건을 얻으며 IBM과 시스템 개발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후 여러분도 알다시피 게이츠는 컴퓨터 제왕의 자리에 올랐죠.


빌 게이츠, 참 운이 좋았고 집안 환경도 좋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는 아니었죠. 우리는 뛰어난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 영웅 서사를 기대하고 어떤 이는 그런 기대에 편승해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뛰어난 이를 평가하거나 그 사람의 성공원인을 찾으려 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안 됩니다. 성공한 이는 자신이 물고 태어난 은수저를 뒷춤에 감추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제 신간 <시나리오 플래닝>이 이제 예약판매를 끝내고 아래의 서점에서 정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구매를 부탁 드립니다.

- 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738690
-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51662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8729619

[다량 구매 혜택]
한번에 10권 이상 구매를 원하신다면, 010-8998-8868로 전화 주시거나, jsyu@infuture.co.kr로 메일 주십시오. 저자 사인과 함께 특별 할인율을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할인율은 문의 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늘 초조하다면 머리가 좋다는 뜻?   

2024. 12. 19. 08:00
반응형

 

평소에 걱정을 많이 하거나 불안과 초조함에 자주 휩싸이는 사람일수록 똑똑한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아마도 여러분은 후자라고 답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이 질문에 답한 연구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자는 100명의 참가자들에게 평소 ‘걱정, 염려, 우려 등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측정했는데(예컨대 “나는 항상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다” 등의 설문으로) 불안감이 높은 학생일수록 지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2012년에 행해진 다른 연구자의 실험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존재함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는 80명의 참가자들을 따로따로 실험실에 불러서 컴퓨터 앞에 앉히고는 소프트웨어가 제시하는 예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라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이 과제는 속임수였죠. 예술품을 평가하려던 참가자들은 화면에서 이상한 창들이 갑자기 팝업되고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작해 놓은 가짜 상황이었죠. 놀란 참가자들 앞에 연기력이 뛰어난 여자(실험 진행자로 위장한 여배우)가 나타나서 ‘책임자에게 이 상황을 알려라’ 라고 참가자들에게 재촉했습니다. 빨리 컴퓨터 기술자를 불러와 문제를 해결해야지 컴퓨터 안의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책임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연구자가 만들어 놓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야 했어요.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서 간단한 설문지에 응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 책임자의 비서에게 갔더니 중요서류를 복사해 줄 것을 부탁 받는 상황, 컴퓨터 기술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누군가가 종이서류 뭉치를 갑자기 발 밑에 쏟아서 도와줘야 할지 말아야지 할지 등 난처한 상황을 만나도록 한 겁니다. 연구자가 참 짓궂기도 하죠?

 


연구자는 참가자들이 ‘컴퓨터를 빨리 복구한다’라는 원래의 목적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딜레이’하는 정도를 계량적으로 측정했습니다. 각 상황에서 딜레이를 한다는 것(설문에 응하거나, 복사를 도와주거나, 도서관 매니저를 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종이서류를 줏어주거나)은 그만큼 문제해결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분석하니, 걱정이나 불안감 수준이 높다고 측정된 학생일수록 컴퓨터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래의 목적에 더 잘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왜 걱정거리가 많고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똑똑한 것일까요? 

아마도 그 이유는 상황을 여러 각도로 살피고 점검하는 ‘인지적 민첩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지적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과거와 미래의 여러 상황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고려하는데, 이런 점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심사숙고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원시사회에서 높은 지능과 높은 불안감은 인간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주요요소였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요소가 높았던 선조들의 후손이겠죠.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기 때문에 지능과 불안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불안해 하고 초조해 하면 곤란하겠지만, 어느 정도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이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 것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진 않을까요? 머리 속에 여러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생각해 낼 줄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똑똑한 사람입니다. 걱정거리가 많고 불안감이 높은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비쳐지지만, 그렇게 불안감이 높은 사람들이야말로 안전사고를 미리 대비하고 재난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보통 불안감과 초조함을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질로 여기지만,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감정'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얼마나 걱정이 많은가요?


*참고논문
Penney, A. M., Miedema, V. C., & Mazmanian, D. (2015). Intelligence and emotional disorders: Is the worrying and ruminating mind a more intelligent mind?.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74, 90-93.

Ein‐Dor, T., & Tal, O. (2012). Scared saviors: Evidence that people high in attachment anxiety are more effective in alerting others to threat.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2(6), 667-671.




제 신간 <시나리오 플래닝>이 이제 예약판매를 끝내고 아래의 서점에서 정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구매를 부탁 드립니다.

- 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738690
-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51662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8729619

[다량 구매 혜택]
한번에 10권 이상 구매를 원하신다면, 010-8998-8868로 전화 주시거나, jsyu@infuture.co.kr로 메일 주십시오. 저자 사인과 함께 특별 할인율을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할인율은 문의 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그냥 하는 것'의 힘   

2024. 12. 18. 08:00
반응형

언젠가 생태학자 최재천 선생 부부와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최재천 선생이야 워낙 유명한 분이니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되겠죠? 식사를 마치고 우리집에 두 분을 모시고 와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최재천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분의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채널은 구독자수가 74만 명이 넘는, 남들의 부러움을 가득 살 만한 파워 채널입니다. 어쩌다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알고 보니 ‘돈’ 때문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생태학자, 제인 구달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텐데, 요침팬지가 주요 연구 주제인 그녀는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고 우리나라에도 몇 번 방문했습니다. 동물생태학 혹은 동물행동학이라는 같은 연구 분야에 있는 최재천 교수와 구달 박사는 1996년에 처음 만났고 생명 존중과 환경 보존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끝에 2013년에 7월에 ‘생명다양성 재단’이라는 비영리 공익재단을 설립했죠.

“제인 구달이 워낙 유명한 학자라서 재단을 설립하면 여기저기에서 후원금이 들어올 줄 알았죠.” 박사는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헌데 그건 그냥 저만의 생각이더라구요. 재단을 운영하고 직원들의 인건비를 충당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돈이 필요한데, 그 돈 마련하기가 아주 빠듯한 거에요.”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가 유튜브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거에요.”

기업이나 독지가의 도움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정말로 돈 때문에 시작한 유튜브였다고 하더군요.  

 



“채널을 개설하자마자 6, 7천명까지는 빠르게 구독자가 늘어났어요. 아마도 나를 잘 알고 내 책을 좋아하는 팬들이 그 정도 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래서 분위기가 좋았는데요, 그 다음부터는 구독자 증가가 지지부진하더군요. 1년이 다 돼도 그 수준에서 크게 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요, 나중에 제작팀이 고백을 하나 하더군요. 제가 영상을 찍으러 스튜디오를 들어올 때마다 속으로 ‘아마 이번까지만 찍고 그만하자고 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런 소리를 한번도 하지 않더랍니다. 동영상 찍을 때가 되면 여지없이 가방을 둘러메고 매주 스튜디오에 나오길래 자기네끼리 놀랐다고 해요. 구독자수에 연연하지 않고 영상을 찍고 홍보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날 뭔가가 터졌는지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어섰고 지금은 42만명(이야기 나누던 당시)이 넘게 됐답니다.”

“어렸을 때 나는 어른들한테 엄청 혼났어요. 약간의 ADHD끼가 있었는지 뭐 하나에 집중을 하지 못했죠. 그랬다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저도 모르게 크게 변했어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꾸준히 하게 됐답니다. 다른 거 별로 생각하지 않고 말이에요. 유튜브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부부가 돌아가고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저는 ‘업적’이란 단어의 뜻을 떠올렸습니다.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의미있는 무언가를 쌓아 올린 것’이 곧 업적인데, 그 쌓아올림의 과정은 길고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돌 하나’를 쌓아올리는 것으로는 어제와의 차이점을 전혀 느낄 수 없죠. 

마음 속에는 10미터 이상의 탑을 그리고 있는데, 오늘은 고작 몇 밀리미터를 쌓을 뿐이니 “이거 해서 뭐 하나?”란 자괴감이 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꾸준함과 우직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는 자신의 성과물에서 어제와 다른 오늘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나중에 커다랗게 쌓아올려진 탑을 마음에 그리는 것은 어쩌면 오늘 쌓는 작은 돌멩이를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하찮게 느껴지고, 보다 빠른 지름길이나 편한 길이 있지 않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느라 집중력을 잃고 말죠. 

섣불리 꿈꾸지 마세요. 지금 각자가 무엇을 계획하든 먼훗날에 쌓아올려질 멋진 모습을 상상하지 마세요.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결승선을 멋있게 통과할 자신을 상상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내가 내딛는 한 발 한 발에만 집중하면 언젠가 결승점을 지나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업적은 그런 것입니다.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죠. ‘뭘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이 업적입니다.



제 신간 <시나리오 플래닝>이 이제 예약판매를 끝내고 아래의 서점에서 정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구매를 부탁 드립니다.

- 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738690
-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51662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8729619

[다량 구매 혜택]
한번에 10권 이상 구매를 원하신다면, 010-8998-8868로 전화 주시거나, jsyu@infuture.co.kr로 메일 주십시오. 저자 사인과 함께 특별 할인율을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할인율은 문의 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

'아는 것'이 '진짜로 아는 것'이 되려면   

2024. 12. 17. 08:00
반응형

 

무언가를 '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우리가 무언가에 관한 '지식을 안다'고 주장할 때 그 '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늘은 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안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주장할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짚어보겠습니다.

플라톤 시절부터 철학자들은 '세 갈래 이론'이라고 불리는 세 개의 기준을 통해 '안다는 것', 즉 지식을 정의해 왔습니다.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하면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고, '그것을 안다'면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한다는 뜻이죠. 그 세 가지 기준은 바로 '믿음', '정당화', '진리'입니다.

첫 번째 기준인 '믿음'은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1+1=2를 안다고 주장하려면 그것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믿지 않는다면 그것을 안다고 주장할 수 없겠죠. 당연한 말이지만 '믿음'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절대적인 지식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동일한 사실을 누구는 믿고 누구는 믿지 않는다면, 그걸 믿는 사람에게는 지식이 되지만 믿지 않는 이에게는 지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믿음을 '안다는 것'을 정의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본다면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여러 발견이 사실임을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그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자역학의 태동에 기여한 위대한 과학자가 왜 그랬을까요?

 



두 번째 기준인 '정당화'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말하려면 자신의 믿음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학적 증명이든, 과학적 실험이든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어야만 우리는 그것을 지식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1 + 1 = 2임을 안다면, 그걸 믿어야 하고 그걸 증명해야 하는 의무감도 함께 부여됩니다. 

옥스포드 소사전(Shorter Oxford Dictionary)에서 믿음을 뜻하는 ‘Belief’는 “제안, 진술, 사실을 ‘권위나 증거를 기반으로’ 진실로 인정하는 정신적 동의나 수용”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 정의에서 보듯이 믿음을 믿음답게 만드는 것은 믿음에 관한 증거입니다.
 
세 번째 기준인 '진리'는 결과론적인 기준입니다.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할 수 있더라도 그 믿음이 앎이 되려면 진짜로 옳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또한 당연한 말이죠.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믿고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지식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은 이들이 믿었고 충분히 정당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리가 아니었던 사례를 무수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천동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는 보통 단지 그 새의 이름만 알 뿐인데도 모든 걸 안다고 자부하곤 합니다. 누군가 개똥지빠귀 이야기를 하면 “아, 나 그 새에 대해 알아”라고 참견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물의 이름을 아는 것과 사물의 본질을 아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새가 어떤 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소리로 우는지, 어떻게 새끼를 키우는지 등을 체험과 증명을 통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죠.

안다는 것은 적극적이고 동적인 과정입니다. 무언가를 굳게 믿고 그것이 진리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여러분은 그것을 비로소 '아는 것'입니다. 안다는 것의 세 가지 기준을 들여다 보면서 '내가 아는 것'이 진짜로 지식인지 고찰해 보기 바랍니다. 그저 믿음으로 그치면 '나는 옳다'라고 우기는 이들이 꽤 많아서 하는 소리입니다. 



제 신간 <시나리오 플래닝>이 이제 예약판매를 끝내고 아래의 서점에서 정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구매를 부탁 드립니다.

- 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738690
-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51662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8729619

[다량 구매 혜택]
한번에 10권 이상 구매를 원하신다면, 010-8998-8868로 전화 주시거나, jsyu@infuture.co.kr로 메일 주십시오. 저자 사인과 함께 특별 할인율을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할인율은 문의 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