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한다'란 말의 비겁함   

2024. 5.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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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을 하면서 고객사 직원들이 써온 '직무기술서'나 '업무분장표' 등을 볼 기회가 많은데요, 그걸 읽는 동안 제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 제법 있습니다. 지난 번에 언급했던 '생각하다'란 단어가 대표적인데, 이 말 다음으로 읽기를 방해하는 단어가 바로 '노력하다'란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입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이 문장은 제품개발 직무를 맡은 연구소의 모 직원이 써온, 본인 직무의 '미션(mission)'이었습니다. 여기에 쓰인 '노력한다'란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고객 니즈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려고 밤이나 낮이나 '무진장' 애를 쓰겠다는 걸 강조하려고 사용된 듯한데, 제품개발 업무를 하는 직원이라면 그런 노력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은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지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사실 '노력한다'라는 말은 좀 비겁한 표현입니다. '노력은 해보겠는데, 안 되면 어쩔 수 없어. 내 책임은 아니야.'란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다가 잘 안 되면 타인이나 외부 환경을 탓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습니다. 설령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구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죠.

 



또한 본인의 성과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노력한다'란 표현에서 드러납니다.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냐 그렇지 못했냐로 본인의 성과를 평가 받고 그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노력을 했냐 안 했냐가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렇게 잘못된 성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난 노력한 것만으로도 응당 대접을 받아야 해. 나처럼 노력한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런데 왜 내 연봉은 이것밖에 안 돼?'라고 불만을 가지고 말겠죠.

'노력한다'에 이 2가지의 잘못된 의도가 없는 경우는 진짜로 노력을 해야 하는 일에 국한됩니다. 어떤 육상 선수가 50년간 깨지지 않은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해보세요.

"저는 앞으로 1년 후에 열릴 경기에서 꼭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매일 노력하겠습니다."

이 문장에 쓰인 '노력하겠다'는 그 자체로 값어치있는 행위입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실패한 일을 본인이 기어코 달성하겠다는 '아름다운' 결심이니까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나 '그 역할에 주어진 일'에 '노력한다'란 말을 쓰지 마세요. 그리고 별다른 노력이 필요치 않은, 아니 누구나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일에도 '노력한다'란 말을 사용하지 마세요. '난 노력했으니까 괜찮다'면서 노력이란 말 뒤에 숨지 마세요. 

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노력을 위한 노력은 '배우는 자'나 '어린 존재'일 때만 유효합니다.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어른의 단어는 아닌 것 같아요.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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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해 달라'는 말을 사용하지 마세요   

2024. 5.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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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꽤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과연 좋을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만약 여러분이 다음 2개의 요청 중 어떤 것을 상대방에게 던져야 도움이 되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1) (아이디어를 설명한 후) "이 아이디어에 피드백할 것이 있으면 가감없이 말씀해 주세요."

(2) (아이디어를 설명한 후) "이 아이디어에 조언할 것이 있으면 가감없이 말씀해 주세요."

 


이 두 문장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피드백'과 '조언' 뿐입니다. 언뜻 보면, 두 문장이 동일한 뜻을 지니는 것 같지만 상대방으로부터 도움이 되는 말을 가능성의 차이는 꽤 큽니다.

답을 알려 드리자면, (2)번처럼 요청하거나 질문해야 여러분은 좀더 유용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통 우리는 '피드백'이란 말을 들으면 '평가'를 바로 연상합니다. '별 5개 만점에 4개' 식으로 혹은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 식으로 평가해 알려주는 것을 피드백이라고 여기죠. 


이처럼 피드백이란 단어 자체가 상대방을 '비평가'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이디어의 단점 부분을 지적 받으면 보완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부정적인 평가가 여러분의 의지를 꺾을 겁니다. 그러니 제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초장에 흐지부지되기 일쑤겠죠. '에이, 그냥 관두자!'라면서.

반면에, "조언을 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은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만 보완하면 이렇게 저렇게 좋아질 것이다'라는 식으로 미래 지향적인 의견을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조언'이라는 말은 누군가를 평가하려고 하기보다 '내가 이 사람을 위해 뭔가 도움을 줘야겠군'이라는 마인드를 형성시키는 마법의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조언을 구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은 속으로 '이 사람은 나의 기술, 경험, 판단을 귀하게 여기는군. 나는 참 가치있는 사람이군'이라는 뿌듯함과 기쁨을 느낍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의미로) 우쭐해지면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까려고 하기보다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아이디어의 '파트너'가 돼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안 그렇겠습니까?

제가 아무 근거 없이 이런 주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검증해낸 결과이거든요. 연구진은 '피드백해 달라'는 말 대신에 '조언을 해달라'는 말을 하면, 아이디어 개선 부분을 33% 이상 더 많이 얻는다는 결과를 증명했습니다. 

오늘은 '피드백해 달라'라는 말을 금칙어로 설정해 보세요. 그 대신, '조언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 상대방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더 많이 해줄 겁니다. 어렵지 않죠? 이것이 바로 생활의 지혜!

*참고논문
Blunden, H., Yoon, J., Kristal, A., & Whillans, A. V. (2019). Soliciting advice rather than feedback yields more developmental, critical, and actionable input. Unpublished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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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개과천선을 기대하십니까?   

2024. 4.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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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를 아십니까? 많은 분들이 이미 시청했을 것이고 그래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이 드라마를 제가 추천하는 까닭은 플롯이 재미있거니와 '사람 경영' 측면에서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드림즈>란 프로야구단의 단장인데요, 저는 이 사람보다는 조연으로 나온 '임동규'와 '서영주'란 캐릭터를 주목했답니다. 한 시즌에 홈런을 40개 이상 쳐내는 4번 타자 임동규는 팀의 상징 같은 선수입니다. 그런데 단장은 임동규를 타 팀으로 트레이드한다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획을 발표합니다.

임동규는 당연히 반발했죠. <드림즈>에 영구 결번 선수로 은퇴를 희망했던 그는 엄청난 분노를 터뜨렸고, 그 분노를 단장에게 '물리적'으로 해소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밤늦게 퇴근하는 단장을 향해 여러 차례 배팅 공을 쳐내며 위협했던 것이죠. 그의 분노는 단장의 자동차 유리를 배트로 박살내 놓고 수리비랍시고 돈다발을 던져넣는 폭력, 깡패 둘을 고용해서 단장에게 린치를 가하는 폭력으로까지 급발진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걸 보며 임동규란 인물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야비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살인 미수에 가까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면에서 단장의 방출 결정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방금 제가 '본질적으로'란 말을 쓴 까닭은 임동규가 선하고 속깊은 자로 변모할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제 확신을 깨뜨리더군요. 시간이 지나 임동규가 '팀 플레이어'가 되어 개과천선한다는 흐름으로 극의 스토리가 전개됐으니 말입니다. 폭력배와 다를바없는 이기주의의 총아라 할 만한 임동규가 팀 고참으로서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간다는 식의 줄거리라니! 저는 TV 화면에서 사람 좋은 얼굴을 하는 임동규에게 "이제 와서 좋은 선배 노릇을 하다니, 못된 놈 같으니!"라고 욕을 퍼부었답니다.

개과천선은 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판타지입니다. 살인 미수자가 팀 플레이어로 바뀔 수 있다고 여러분은 믿습니까? 폭력을 일삼던 자가 일시적으로 '차카게 살자' 모드로 전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는 본인의 입지가 불안해지거나 불리해지면 다시금 본모습으로 돌아가 폭력이란 무기를 들지 않을까요? 연봉 제시액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주전에서 벤치 선수로 강등 당하면 또다시 비열하고 초이기적인 짓을 반복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상대 인격을 무시하고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스스럼없이 했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과거에 못된 행동을 일삼던 사람이 개과천선한 경우가 얼마나 됩니까? 몇 번이나 봤습니까?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그는 잘못을 깊이 깨닫고 착한 사람이 됐습니다'란 판타지에 기대는 '도시전설' 같은 드라마입니다. 

누군가의 됨됨이를 평가하려면 그의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보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현재는 미사여구나 변명으로 '잘 포장'될 수 있고, 미래는 '잘 하겠다, 잘 될 것이다' 식의 장미빛에 사람보는 눈이 실명될 수 있어요. 오로지 과거만이 그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사람일지를 95%의 정확도로 일러줍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고쳐 쓰지도 못한다는 가장 비근하면서도 누구나 동의할 만한 예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 알만 한 그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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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때문에 팀의 '성격'이 바뀐다?   

2024. 4.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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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십니까? 올 여름에 파리에서 33회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데요, 전 이 소식을 최근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올림픽 끝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또 올림픽을?' 물론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에 열리려던 도쿄 올림픽이 2021년에 개최되는 바람에 생긴 착각이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2020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훅 지나가 버렸다', '코로나 터진 지 4년이나 됐다니!' 하며 새삼 놀랍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2020년과 2024년 사이의 시공간이 반으로 접힌 걸까요? 코로나는 우리 생의 시간감각마저 마비시킨 바이러스는 아니었을까요?

이제 팬데믹은 종료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지만,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여러 유형의 상흔은 아직 지워지지 않은 듯 합니다. 단적인 예로 '코로나가 우리의 성격을 변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보니 그렇습니다.

심리학에서 인정하는 성격 유형으로 'Big 5(빅 파이브)'가 있습니다. '외향성', '성실성', '신경증', '친화성', '개방성'이라는 다섯 개 요소로 한 사람의 성격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이 다섯 개의 요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연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분석을 해보니, 개인의 88~97%는 성격 특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코로나가 성격 변화의 동인은 아니었다는 뜻이죠.

그런데 개인이 아닌 집단 수준에서 보니까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집단의 '성실성' 수준은 증가했고 '외향성' 수준은 감소했던 것이죠. 특히 팬데믹 초기라서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의 공포감에 휩싸이던 2020년 3월부터 7월 사이에 '외향성'이 뚜렷하게 감소됐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팬데믹 상황에 익숙해진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는 '성실성' 수준이 증가했죠.

상상해 보면 이 같은 성격 변화는 당연합니다. 팬데믹 초기에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물리적, 심리적 록-다운(Lock-down) 상태에서 외향성을 제대로 발산하기 어려웠을 테죠.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팬데믹 시대를 건강하게 견디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손 닦기 등을 '성실'하게 준수해야 했기에 '성실성'이 늘 수밖에 없었겠죠.

이 연구는 '집단 심리'의 관점에서 저에게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가설이 제 머리 속에 떠오르더군요. '환경이 집단의 성격을 지배한다.'  다시 말해, 환경의 변화가 개인 수준의 성격 변화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집단 전체의 성격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입니다. 

여기에서 환경이란 코로나 같은 거시 환경만은 아닙니다. 직장이라면, 나와 함께 일하는 주변 동료와 리더가 나를 둘러싼 환경이겠죠. 어떤 리더가 우리팀을 이끄느냐에 따라 팀원 전체 수준의 Big 5가 변화하지 않을까요? 팀이나 회사 같은 조직에서 리더십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환경은 없으니까요.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리더를 만나면 직원 전체의 성실성은 증가하겠지만 외향성과 개방성 등은 낮아지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물론 개인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 연구도 개인 수준의 성격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니까요. 문제는 개인과 개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의 성격은 환경 변화에 따라 밀물과 썰물처럼 바뀐다는 것이죠.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고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말을 또 한 번 해 봅니다.

이 나라의 리더라 불리는 이를 보며...  

 

*참고논문
Kyle, K. M., Ford, B. Q., & Willroth, E. C. (2024). Personality Trait Change Across a Major Global Stress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4122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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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할 때는 무조건 만나야 합니다   

2024. 4.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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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반드시 생기죠. 아주 비일비재하게 말입니다. 아무리 혼자서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리고 남에게 신세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자일지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늘 발생하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타인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움을 요청할까?’, ‘요청을 거절 받을 가능성을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까?’가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거절의 확률을 낮추고 수락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면’으로 부탁하라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대면으로 부탁하기보다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부탁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요? 

연구자들은 대면, 화상 통화, 음성 통화, 영상 메시지, 음성 메시지로 5명의 친구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도록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면 부탁이 다른 채널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수락율이 가장 높았던 것이죠.

 



그런데 실험 참가자들은 화상 통화와 영상 메시지가 대면 부탁 만큼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대면 부탁의 효과를 과소평가했다는 뜻이죠. 대면 요청이 화상 통화나 영상 메시지보다 더 좋은 부탁 수단임을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 실험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그렇다면 부탁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이메일이란 채널은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연구자가 이 의문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참가자들은 5명 중에 3명은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5명 정도만 오케이했습니다. 생각보다 수락율이 굉장히 낮죠. 이메일로 무언가를 부탁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답신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러려니 해야 합니다. 

직접 만나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부탁하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거니와 설득의 기본입니다. 여의치 않으면 화상통화도 좋고 영상 메시지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대면해야 한다. 특히 어렵고 복잡하며 상대방의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야 하는 요청일 때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이메일 '띡' 보내 놓고 아무런 답신이 없다고 투덜댄다면 그것은 본인 잘못입니다. 여러분은 그러지 않으시죠? 

(덧붙이는 글)
하나의 팁을 더 드린다면, 중요한 사안의 경우 대면을 하거나 전화로 부탁을 하기 전에 요청할 내용을 간단하게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보내 놓는 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입니다. 상대방이 준비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밑도끝도없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들이대면' 안 되겠죠.

*참고논문
Roghanizad, M. M., & Bohns, V. K. (2021). Should I Ask Over Zoom, Phone, Email, or In-Person? Communication Channel and Predicted Versus Actual Complianc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21106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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