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의뢰하지 말고 내부에서 하라
문제 해결을 위해 컨설팅을 받아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컨설턴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부직원들끼리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먼저 판단해 보길 바랍니다. 즉 내부컨설팅팀을 운영해 보라는 말입니다. 제가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란 책에서 밝혔듯이, 컨설팅사의 보이지 않는 전횡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고객들보다 실력이 못한 컨설턴트들에게 회사의 존망을 맡기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일단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 컨설팅사로부터 이미 여러 건의 컨설팅을 받아 본 회사라면, 그 동안 옆에서 컨설팅사의 일하는 방식과 보고서 형식들을 보고 들었을 것이므로 시행착오를 별로 거치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내부컨설팅팀을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아 본 경험이 전혀 없을뿐더러 내부컨설팅팀에 투입시킬 만한 인력도 없는 회사(보통은 중소기업)라면, 스스로 자기네 조직을 컨설팅 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를 필요로 하는 모험일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내부컨설팅팀을 구성할 것을 조언합니다.
내부컨설팅 팀원의 계층은 크게 프로젝트매니저, 시니어 컨설턴트, 주니어 컨설턴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프로젝트의 주제에 가장 적합한 인력들로 팀을 조직하십시오. 프로젝트매니저는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명확히 이해하고 진행과정을 철저히 관리하며 경영진과 원활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자로 임명하면 됩니다. 시니어는 컨설팅 실무를 담당할 자인데, 문제의 근본원인을 꿰뚫을 수 있을 만큼의 경력과 지식을 가진 자로 선정합니다. 주니어는 프로젝트매니저와 시니어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기본적으로 ‘생각할 줄 알고’ 잠재력이 있는 2~4년차 사원 및 대리급으로 구성하면 됩니다.
매니저 1명, 시니어 1명, 주니어 1명은 내부컨설팅팀의 최소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사안의 중요성과 파급효과의 크기에 따라 시니어와 주니어 인력을 증가시키면 되는데, 주니어가 시니어보다 많아지는 상황은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인력의 보강은 컨설팅 실무를 주로 담당할 시니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프로젝트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좋습니다.
그런데 내부컨설팅팀을 구성한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으면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는 지루한 회의만 열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을 도와 한 발자국씩 발을 떼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가 누구겠습니까? 바로 컨설턴트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컨설팅을 진행해 봤던 컨설턴트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략적으로 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문제 해결의 주체가 컨설팅사가 돼 버리도록 그들에게 100% 위임하는 예전의 방식(즉 프로젝트 방식)도 아닙니다. 이 방식은 문제 해결은 어디까지나 내부컨설팅팀이 맡도록 하고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방법론, 도구, 노하우 등은 전문 컨설턴트로부터 도움을 받자는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컨설턴트를 섭외하여 어드바이저(Advisor)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십시오. 그들에게 프로젝트 절차, 방법론, 돌발상황 대처 등에 관하여 폭넓은 자문을 구하십시오.
이렇게 하면, 컨설팅사에게 100% 위임했을 때보다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내부구성원들의 학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때 강의보다는 체험학습이 더욱 효과적인 것처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여러 제약조건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들을 ‘맨 땅에 헤딩하듯’ 섭렵하면 어느새 실력이 향상된 걸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번 내부컨설팅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면 나중에 다른 문제 해결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훈련이 된 만큼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비슷한 중요도를 갖는 문제라면, 처음에는 6개월 걸렸던 일을 경험 축적 후에는 3~4개월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해결코자 하는 문제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갈피를 제대로 못 잡아 허송세월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어드바이저 역할을 할 컨설턴트는 몇 명이면 될까요? 컨설팅사에게 모든 걸 맡겨 버리는 소위 ‘빅뱅(Big Bang)’ 프로젝트에서는 적어도 3~6명의 컨설턴트가 투입됩니다. 그러나 어드바이저는 1명이면 족합니다. 자문하는 사람이 그보다 많을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어드바이저가 매일 고객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프로젝트 경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정계획을 잘 세운다면 일주일에 1 ~ 2회 정도 만나서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필요한 자문을 얻으면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셋째,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방안에 좀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외부인인 컨설턴트들은 고객사의 미묘한 상황이나 처지를 모두 알지 못합니다. 현실보다는 이론에 치우쳐 컨설팅을 하는 경우가 매우 잦고 바로 실행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실행방안을 만들어내는 건 고객에게 미루고 말죠. 그러나 내부컨설팅팀이 문제 해결을 맡게 되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절대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컨설팅 결과물을 낸 내부컨설팅팀이 그대로 실행에 옮길 책임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다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못할 단점은 있습니다. 실행을 염두에 두다 보니까 여기저기 제약조건(특히 회사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들)을 깨지 못한 채 두루뭉실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프로젝트의 원래 목적과 기대효과가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고, 그것과 배치되거나 미흡한 결과물이 나오면 아무리 즉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라 할지라도 기각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지, 빨리만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컨설팅사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기간이 정해져 있고, 끝나고 나서 바로 다른 회사 프로젝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넷째, 어드바이저를 활용할 때의 장점이 되겠는데, 내부의 다른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을 무마시키고 결과물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내부사람이 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명 맞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알지 못하는 의도나 속임수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부모 말은 잘 듣지 않으면서 친구 말은 철썩 같이 믿어버리는 철없는 아이처럼 말입니다.
내부컨설팅팀에 공식적으로 어드바이저로 컨설턴트를 참여시킨다면, 결과물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인 컨설턴트가 결과물을 검증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구성원들을 설득시키기가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컨설팅사의 저급한 컨설팅 서비스 질에 질려버린 회사이거나, 터무니 없이 비싼 수수료 때문에 컨설팅을 엄두도 못 내는 고객이라면, 내부직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조언합니다. 만일 어렵다면,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자문 역할을 할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