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 중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 문제를 풀 때 두 개의 선택지 중 무엇이 답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던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을 겁니다. 이를테면 직감에 따라 1번을 찍었다가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정답은 2번이 아닐까'하며 두 개의 선택지 중에 무엇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적이 여러분 모두에게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 처음에 찍었던 답을 고수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답으로 바꿔 써야 할까요?

아마 여러분은 '처음에 찍은 답이 맞을 확률이 높다. 답을 바꾸면 틀리기 쉽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봤을 터이고 또 그런 조언이 옳다고 믿고서 처음의 답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번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의 75%의 학생들이 답을 바꾸면 점수가 낮아진다고 믿습니다. 심리학자 저스틴 쿠르거(Justin Kruger)가 텍사스 A&M 대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답을 바꾸는 게 유리하다고 믿는 학생들은 1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두 개의 선택지 중 무엇이 정답인지 '아리까리'할 때 처음에 찍은 답을 고수하는게 진짜 유리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직감으로 찍은 최초의 답을 고수하는 것은 대개 불리합니다. '아리까리'할 때는 처음의 답을 포기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야 유리하죠.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가 여러 학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제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통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쿠르거는 '최초 직감의 오류(First Instinct Fallacy)'의 일종인 이러한 '미신'을 다시금 규명하기 위하여 몇 가지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그는 2000년 가을학기에 '심리학 개론' 과목을 신청한 1561명의 일리노이 주립대(얼바나 샴페인 분교)학생들의 중간고사 시험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객관식으로 치러진 이 시험에서 학생들은 처음에 기입한 답을 다른 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지우개를 사용하는 것 대신에 '지우기 마크'에 표시를 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문항의 답을 교체했는지, 교체한 답의 정답 여부를 쉽게 파악하기 위함이었죠(쿠르거가 논문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방식이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모두 3291개의 답을 교체했는데, 그 중 25%는 처음의 답을 바꾸는 바람(정답에서 오답으로)에 점수가 깎였으나 51%는 답을 교체(오답에서 정답으로)함으로써 정답을 맞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머지 23%는 처음의 답과 나중에 선택한 답도 모두 오답인 경우였습니다. 문항 단위가 아니라 학생 단위로 분석하니, 54%의 학생(666명)들이 답을 바꿈으로써 이득을 얻었고 19%의 학생들만 답을 변경하여 점수가 깎였습니다. 이로써 처음의 직감을 포기하고 다른 답으로 바꾸는 것이 2배나 유리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학생들 중 51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최초의 답이 맞을 가능성과 새로운 답이 맞을 가능성을 질문하니 75%의 학생들이 답을 바꾸는 게 불리하다(최초의 답이 정답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쿠르거는 처음의 답을 고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후속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쿠르거는 학생들에게 1번 문제는 처음의 답을 바꿔서 틀렸고 2번 문제는 처음의 답을 고수해서 틀렸다는 가상의 상황을 제시한 다음, 어떤 경우가 더 후회스럽고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1번 문제가 더욱 후회스럽다고 답했고, 1번 문제를 놓친 상황이 더욱 바보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맞힐 수 있었으나 답을 바꾸는 바람에 틀린 상황을 답을 고수하여 틀린 상황보다 더 안타까워한다는 결과였죠.

쿠르거가 추가로 실시한 다른 2가지 실험(SAT와 GRE 실험, '누가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나(Who want to be a millionaire?)' 퀴즈 실험)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처음의 답을 고수하려 했고, 처음의 답을 바꿔서 틀린 경우를 더욱 애석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정답일지 모르는 최초의 답을 오답일지도 모르는 다른 답으로 바꿀 때 '만약 그렇게 하면....?'이란 생각이 더욱 강하게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쿠르거는 말합니다. 이는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과 연결됩니다. 최초에 선택한 답을 '포기할 때 입을 손실'을 '포기함으로써 얻을 이득'보다 더 크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또한 답을 바꿔서 틀렸던 경험이 답을 변경하여 이득을 본 경험보다 뇌리가 더 강하게 박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초 직감의 오류'는 두 가지 대안 중 하나를 결정하고자 할 때 범할 수 있는 심리적 오류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내렸든 타인이 내렸든 처음에 선택된 대안에 확신이 없을 경우, 그래서 다른 대안으로 바꿀까 말까를 고민할 경우, 최초의 대안을 고수하고 바꾸지 않으려는 관성을 설명해 줍니다. 새로운 대안의 좋지 않은 면을 바라보려 하고 기존 대안의 단점을 무시함으로써 결국 기존 대안에 안주하는 경향은 '매몰비용 효과'나 나약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욕구 등으로 설명되곤 하지만 '최초 직감의 오류'도 상당 부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듯 합니다. 또한, 처음의 대안을 포기했을 때 우려되는 손실을 일종의 벌칙으로 간주하여 '무행동(inaction)'을 선택하려는 동기와도 연결됩니다. 새로운 대안을 선택했다가(즉 행동(action)했다가) 실패로 끝날 때 입게 될 비난과 스스로가 느낄 후회스러움이 더 크고 거세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느낀 답을 다른 것으로 바꿀 때가 더욱 유리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블링크(blink)' 현상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혹여 객관식 시험을 볼 기회가 있다면, 처음에 찍은 답을 의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


(*참고 논문)
Counterfactual Thinking and the First Instinct Fallacy


(*추신)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어떤 분이 경복궁역에서 삼성역까지 퀵서비스를 신청하는 전화를 옆에서 들었습니다. 집에 있는 마우스를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퀵서비스 요금이면 근처 가게에서 하나 살 텐데 말이죠. 얼마나 대단한 마우스일까 궁금했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 도착한 마우스는 그저 평범한 유선 광마우스였습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