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객관적이야"라고 믿는 리더가 있다면
혹시 여러분은 스스로가 매우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믿습니까? 많은 리더와 직장인들이 "나는 편견 없이 오직 팩트(Fact)와 데이터만 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곤 하죠. 하지만 여러분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그 '팩트'가 과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일까요?
최근 발표된 코헨(Cohen)의 연구는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믿음이라는 두꺼운 렌즈를 통해 세상을 '편집'해서 본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코헨은 15명의 참가자에게 페이스북 로고, 헐크, 정지(Stop) 표지판 등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16가지 대상의 흑백 포스터를 보여주며 어떤 색이 보이는지 물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실험은 조명과 형태를 달리하며 진행되었는데요, 그 결과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 환한 조명 (명확한 상황): 환한 조명 아래서 전체 흑백 이미지를 보여주면 참가자들은 색깔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 어두운 조명 (모호한 상황): 조명을 아주 어둡게 낮추고 전체 흑백 이미지를 보여주니 참가자들의 반응이 극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참가자들은 흑백 페이스북 로고를 보고 '파란색'이 보인다고 일관되게 답했으니까요. 머릿속에 있던 '페이스북은 파란색'이라는 사전 지식이 어두운 조명이라는 모호한 상황이 되자 파란색이 보인다고 대답했던 겁니다. 실제로는 흑백인데도 말이죠.

코헨의 설명에 따르면, 정보가 아예 없는 깜깜이 상황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알지만 모호한 상황일 때' 우리의 편견과 지식이 가장 강력하게 개입하여 팩트를 왜곡합니다.
이 실험 결과는 여러분의 조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오해와 갈등 상황에 대입해 보세요. 예를 들어, 한 팀원이 프로젝트를 끝냈는데 관련 부서와 마찰을 벌였고 마감일도 간신히 맞췄다고 해보죠. 만약 여러분이 평소에 이 팀원을 '열정적인 에이스'라고 믿고 있었다면 "완벽을 기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겠지"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반대로 이 직원을 평소에 못마땅해 했다면 "협력할 줄 모르는 고집쟁이"라며 부정 평가를 하게 되겠죠.
시장 데이터를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의 착각이 벌어집니다. 신제품 출시 후 20대 타겟층에서 매출이 소폭 상승한다고 해보죠. 여러분이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다면 "트렌드 세터인 20대의 반응이 일어나니까 조만간 전체 시장에서 수요가 터질 것"이라고 희망에 부푼 전망을 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제품 출시를 반대했던 CFO는 "기대보다 턱없이 부족한 반응이니 곧 실패할 것이다"라며 "그럴 줄 알았어"란 냉소를 보이겠죠.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 각자의 기대에 따라 전혀 다른 현실을 보는 것은 실제로는 회색을 보면서도 "파란색이 보인다"라고 답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알다시피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믿고 싶은 대로 봅니다. 객관성이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는 차원에서 오늘은 "내가 믿는 것이 과연 맞을까? 회색을 보는데 파란색이 보인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심해 보세요. 자신의 객관성을 의심하는 것, 이것이 훌륭한 리더십의 시작입니다. (끝)
* 참고 논문
Cohen, M. A., Shanahan, M., Besch, K., Rios, A., Min, E., & Lafer-Sousa, R. (2026). Top-down knowledge can affect perception when the input is ambiguou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55(4), 951–960. https://doi.org/10.1037/xge0001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