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리즈/유정식의 경영일기

AI를 많이 쓰면 무능해 보인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 2026. 4.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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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동료가 쓴 보고서. 문장은 유려하고 오타 하나 없습니다. 서론, 본론, 결론이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고, 마치 유능한 컨설턴트가 쓴 것처럼 세련된 단어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뇌리를 쓰칩니다. "이거 혹시 챗GPT로 돌린 거 아냐?" 이런 경우, 여러분은 그 동료를 스마트하고 유능한 인재로 평가할까요? 아니면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느낄까요?

스탠퍼드 대학교 제프리 핸콕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대방의 메시지가 AI에 의해 작성됐다고 의심하는 순간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하향 조정한다고 합니다. 실험을 해보니, AI가 생성한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발신자를 덜 따뜻하고(less warm), 신뢰하기가 좀 그렇고(less trustworthy), 심지어 지능이 낮은(less intelligent) 사람으로 평가했습니다. 겉보기엔 완벽한 내용이지만 인간적 고뇌가 결여됐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이런 질 낮은 기계적 업무 결과물을 워크 슬롭(Workslop)이라 부릅니다. 소나 돼지에게 주는 잔반(Slop) 같다는 뜻이죠. 요즘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에 알고리즘을 노리고 AI로 찍어낸 영양가 없는 뻔한 콘텐츠, 이른바 트렌드 슬롭(Trend-slop)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데요, 조직 내에서 만들어지는 워크 슬롭을 보며 우리는 똑같은 불쾌감과 불신을 느낍니다.

워크 슬롭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는 초안의 구조와 뼈대를 잡는 데만 활용하고, 문제 해결의 핵심 인사이트는 반드시 여러분의 사고로 직접 채워 넣어야 합니다. 또한, 리더가 AI를 소통 도구로 쓰려면 문법 교정용으로만 제한해야 합니다. 팀원 개개인에 대한 구체적 에피소드를 담는 '휴먼 터치'를 결코 생략하지 않아야 하죠.

AI가 인간의 평범함을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가치는 오직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숙고(Deliberation)에서 나옵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보내는 중요한 메일 한 통만큼은 AI의 도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당신의 손과 머리로 직접 작성해 보세요. 여러분의 진심은 AI 기술보다 강하니까요. (끝)


*참고논문
Lagerwater, M. T., & Hancock, J. T. (2023). The AI-mediated communication effect: How AI involvement in communication shapes social perception and interpersonal trust. Journal of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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