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직원일수록 변화를 거부한다?
여러분의 팀에 입사 이래 인사고과에서 최고 등급을 기록하는 우수사원 '김 대리'가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는 회사의 핵심가치와 비전을 줄줄 외울 뿐만 아니라, 급박한 상황에 처하면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일합니다. 일도 잘하고 회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핵심인재죠.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회사가 전사적으로 'AI 기반의 애자일(Agile) 업무 시스템'이나 지금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파괴적인 혁신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이 일 잘하고 열정적인 김 대리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그 변화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려 할까요? 이 질문의 답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입니다.
조직의 가치관과 개인의 성향이 일치하는 정도를 뜻하는 '조직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이 높은 직원일수록, 즉 김 대리 같은 직원들이 회사가 추진하는 혁신에 가장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믿지만, 충격적이게도 그 반대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오히려 변화를 거부하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연구자는 디지털 전환(DX)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와 가치관을 얼마나 공유하는지(조직 적합성), 그리고 새로운 디지털 업무 방식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수용하고 학습하는지를 측정한 것이죠.
결과는 경영진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조직 적합성이 '보통' 수준인 직원들은 회사의 새로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조직 적합성이 '매우 높은' 최상위 그룹의 직원들은 오히려 변화를 거부하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을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연구자가 밝히기를, 조직 적합성이 높은 직원들에게 기존의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은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할 규범'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정체성'입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나 프로세스의 변화는 본인이 오랫동안 헌신해 온 고유한 정신을 훼손하는 위협으로 느끼고 그에 따라 조직의 변화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언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입니다.
여러분이 리더의 입장이라면 일 잘하고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일수록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에 뭔가 배신감 같은 게 느껴질지 모르겠는데요, 그들을 변화에 제일 먼저 동참케 하는 것이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의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끝)
*참고논문
Do, T. T., et al. (2025). Employees' perception of digital human resource management changes and proactive behavior: the mediating role of work engagement and moderating effect of person-organization fit. Frontiers in Psychology, 16, 1623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