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는 '합의'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아마도 만장일치나 합의(Consensus)를 가장 민주적이고 이상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여길 겁니다. 여러 의견을 골고루 청취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실행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AI 시대에도 이런 '합의식 의사결정'이 최선일까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26년 4월호에는 "AI 시대에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은 작동하지 않는다(Decision-Making by Consensus Doesn’t Work in the AI Era)"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는데요, 다소 논란을 일으킬 만한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모두의 동의를 구하는 합의 방식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과 병목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지금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고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봅니다. 기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다양한 리스크를 검토하기 위해서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회의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여 최적의 대안과 예측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놓고 '합의'를 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모두가 만족할 만한 타협점을 찾으려는 것은 가장 평범하고 안전한 결정으로 귀결되어 파괴적인 혁신은 애초에 불가능할 겁니다.
저자는 합의 대신에 명확한 책임자가 결단을 내리는 단독 의사결정 모델이나 'Consent(반대 없음)' 모델로 전환할 것을 강하게 권고합니다.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리더가 결정을 내리면 반대했던 사람조차 그 결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100% 매진하는 프로세스가 그 예가 될 수 있죠.
또한 애플이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직접 책임자) 제도를 운영하듯이 어떤 프로젝트나 회의 안건이든 최종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한 명의 사람을 명확히 지정하는 것도 AI 시대에 어울리는 의사결정 방식일 겁니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거나,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방관자 효과를 시스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모두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중대한 투자 건처럼 합의와 숙고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AI가 비즈니스의 속도를 가속시키는 지금, 기존의 느리고 무거운 의사결정 방식을 맹목적으로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모두를 만족시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날카로운 결정을 가장 민첩하게 내릴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AI 시대의 리스크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동의를 기다리다 골든 타임을 놓쳐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끝)
*참고기사
https://hbr.org/2026/04/decision-making-by-consensus-doesnt-work-in-the-ai-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