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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션을 없애면 '직장 내 괴롭힘'이 늘어납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 2026. 3.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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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션이 전혀 없는 쾌적하고 넓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광경. 여러분이 이런 사무실에서 일한다면 창의성과 협업이 촉진될 것이라고 믿습니까? 반대의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큰 소리로 통화하는 동료를 향해 누군가가 눈살을 찌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휴게실 구석으로 숨어들어 한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을까요?

여러분이 혹시 개방형 사무실(open-plan office)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그 환상을 깨는 게 좋습니다. 스웨덴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8명 중 1명(12.8%) 꼴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다고 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개방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높게 나타났고, 개인 또는 소규모 공유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서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또한, 개방형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직무 만족도가 더 낮았고 퇴사를 고려할 가능성이 더 높았죠.

 



사실 개방형 사무실의 부작용이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의 여러 연구에서도 개방형 사무실이 직원들의 병가 사용률을 높이고, 직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며, 심지어 개방형 사무실에서 기대했던 대면 소통마저 오히려 크게 감소시킨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발표된 바 있으니까요.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위험까지 높인다는 이번 연구 결과까지 있으니 조직 문화와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도입한 개방형 사무실은 조직에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점이 명확해집니다.

혹시 '성격이 예민한 사람들이 개방된 공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나요? 하지만 연구진이 성격 특성의 영향을 조정한 후에도 전통적 개방형 사무실의 문제는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개방형 사무실이 가진 물리적, 사회적 환경 자체가 괴롭힘의 위험을 높인다는 뜻이죠.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칸막이 없는 공간에서는 누군가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긴장감이 높아졌을 때 잠시 물러나 쉴 수 있는 '대피처'가 별로 없습니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기획팀과 끊임없이 외부와 전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영업팀이 파티션 하나 없이 같은 공간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영업사원의 잦은 통화 소리는 기획자에게 엄청난 소음과 방해로 느껴지겠죠. 참다못한 기획팀 직원이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면, 영업사원은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짜증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겠죠.

물리적인 벽을 허문다고 해서 구성원들 간에 연결고리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구성원 각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강제로 떼어버린 격이 될 수 있죠. 진정한 협업은 서로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고, 갈등을 피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여백이 보장될 때 비로소 활성화됩니다.  (끝)


* 참고논문
Rosander, M., & Nielsen, M. B. (2026). Workplace Bullying in the Open: the Risks Associated with Working in an Open Office. Occupational Health Science, 10(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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