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건축가들이 AI를 멀리하는 이유
최첨단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던 건축 업계에서 최근 들어 다시 '연필과 종이'를 꺼내 드는 건축가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AI 렌더링 도구를 사용하면 단 몇 분 만에 벽돌의 질감과 창문에 비치는 햇빛의 각도, 심지어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구현된 조감도를 뽑아낼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왜 건축가들은 번거로운 손 스케치로 돌아가는 걸까요?
Inc.com의 기사에 따르면, AI가 만든 완벽하고 극사실적인 이미지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합니다. 클라이언트에게 AI가 만들어낸 완벽한 실사 이미지를 보여주면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아, 건축가가 이미 모든 결정을 내렸고 설계가 다 끝났구나"라고 착각한다는 것이죠. "좋긴 한데, 이 공간의 용도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같은 상상력을 발휘해 제안하기가 어렵다는 점! AI가 아이디어의 창발을 원천봉쇄하는 꼴이라니!

이런 한계를 경험한 건축가들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불완전한 손도면(Hand-Drawn Sketches)을 클라이언트에 내민다고 합니다. 연필로 그린 흔들리는 선, 목탄의 거친 질감, 수채화의 번짐 같은 '불완전함'과 '여백'은 클라이언트에게 안도감을 준다고 해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니, 내 의견을 더해도 되겠구나"라는 심리적 여유를 주는 것이죠. 이처럼 거친 스케치는 과정(Process)에 집중하게 만들어 관계를 형성하지만 AI 렌더링은 결과물(Output)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 이것이 손 스케치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일상적인 업무 환경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기획의 초기 단계에서 여러분이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AI의 도움을 받아서 완벽하게 세팅된 PPT를 들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동료들은 아이디어의 본질에 의문을 던지기보다 겉모습의 화려함과 완벽함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AI가 창의성과 협업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죠.
지난 경영일기에서도 언급했지만, 혁신은 질문을 던지고 합의를 만들어가는 약간은 지저분한 과정 속에서 생겨납니다. 진정한 협업의 가치는 완벽하게 포장된 결과물이 아니라, 듬성듬성 비어있는 미완성의 여백 속에서 숨을 쉬죠. 건축가들이 왜 AI를 멀리하고 손 스케치로 돌아왔는지, 그 이유를 새겨보기 바랍니다. (끝)
*참고기사
https://www.inc.com/fast-company-2/why-architects-are-ditching-ai-renders-for-hand-drawn-sketches-again/91315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