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리즈/유정식의 경영일기

옛날 디자인이 더 예쁘게 보이는 이유는?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 2025. 10.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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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이 알다시피 저는 오래된 Sony의 워크맨을 수리하는 것을 취미로 즐기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뜯어서 청소하고,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면서 리스토어하다 보면 머리를 깨끗이 비울 수 있는데요, 그러다가 이런 질문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왜 옛날 디자인이 지금 디자인보다 더 멋져 보일까?"

실제로 많은 분들이 낡고 오래된 자동차, 음향기기, 가구 등을 보며 “요즘 것보다 예쁘다”, “감성적이다”, “왜 요즘은 이렇게 만들지 못할까?”라고 말하는데요, 이것은 단순한 기분 탓일까요? 아니면, 심리학과 디자인 이론 측면에서 근거가 있는 현상일까요? 찾아보니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로 옛날 디자인이 요즘 디자인보다 멋있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가장 큰 이유는 ‘향수’입니다.  사람은 과거를 떠올릴 때, 실제보다 더 따뜻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기억하곤 합니다. 옛 물건을 보면 그 시대의 감정과 추억이 함께 떠오르기에, 디자인 자체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워크맨으로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하면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 길거리에서 들리던 소리, 심야 DJ의 목소리 등이 되살아나기에 그때의 디자인이 예쁘게 보이겠죠. 첫사랑의 떨림과 그리움에 가슴아프던 기억들. 그런 기억이 ‘묻어있지 않은’ 요즘의 기기는 딱딱한 기계로 보일 뿐이구요.


두 번째 이유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 때문입니다. 이 효과는 익숙하다는 것 자체만으로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오랫동안 보아온 디자인일수록 더 편안하고 예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옛날 물건들은 기능보다 형태와 개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니의 초기 워크맨은 내부 설계뿐 아니라 외관 디자인에도 명확한 개성이 있었습니다. 색감, 버튼의 위치, 로고의 각인 방식까지도 '오브제'로서 완성도가 있었지요. 반면, 요즘것들은 효율과 대량생산의 용이성을 위해서 단순하고 비슷비슷한 디자인을 채택하죠.

또한, 시간이 일종의 필터로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살아남은 디자인은 대부분 ‘좋은 디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도 지금처럼 수많은 디자인이 있었지만, 미적 가치만 높은 것들만 사람들의 선택을 ‘계속’ 받기 때문에 ‘옛날 디자인이 더 예쁘다’라고 인식하게 되는 거죠. ‘바우하우스(Bauhaus) 스타일’의 디자인이 대표적입니다.

이 4가지가 ‘옛날 디자인이 더 예쁘게 보이는 심리적 이유’인데요, 그래도 요즘 디자이너들이 너무 안이하지 않은가란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비용이나 효율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없을 때가 많겠지만, 그래도 좀 분발해 주기를,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해내서 앞으로 수백년 넘게 이어질 디자인을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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