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리즈/유정식의 경영일기

늘 초조하다면 머리가 좋다는 뜻?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 2024. 12.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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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걱정을 많이 하거나 불안과 초조함에 자주 휩싸이는 사람일수록 똑똑한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아마도 여러분은 후자라고 답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이 질문에 답한 연구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자는 100명의 참가자들에게 평소 ‘걱정, 염려, 우려 등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측정했는데(예컨대 “나는 항상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다” 등의 설문으로) 불안감이 높은 학생일수록 지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2012년에 행해진 다른 연구자의 실험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존재함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는 80명의 참가자들을 따로따로 실험실에 불러서 컴퓨터 앞에 앉히고는 소프트웨어가 제시하는 예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라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이 과제는 속임수였죠. 예술품을 평가하려던 참가자들은 화면에서 이상한 창들이 갑자기 팝업되고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작해 놓은 가짜 상황이었죠. 놀란 참가자들 앞에 연기력이 뛰어난 여자(실험 진행자로 위장한 여배우)가 나타나서 ‘책임자에게 이 상황을 알려라’ 라고 참가자들에게 재촉했습니다. 빨리 컴퓨터 기술자를 불러와 문제를 해결해야지 컴퓨터 안의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책임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연구자가 만들어 놓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야 했어요.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서 간단한 설문지에 응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 책임자의 비서에게 갔더니 중요서류를 복사해 줄 것을 부탁 받는 상황, 컴퓨터 기술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누군가가 종이서류 뭉치를 갑자기 발 밑에 쏟아서 도와줘야 할지 말아야지 할지 등 난처한 상황을 만나도록 한 겁니다. 연구자가 참 짓궂기도 하죠?

 


연구자는 참가자들이 ‘컴퓨터를 빨리 복구한다’라는 원래의 목적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딜레이’하는 정도를 계량적으로 측정했습니다. 각 상황에서 딜레이를 한다는 것(설문에 응하거나, 복사를 도와주거나, 도서관 매니저를 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종이서류를 줏어주거나)은 그만큼 문제해결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분석하니, 걱정이나 불안감 수준이 높다고 측정된 학생일수록 컴퓨터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래의 목적에 더 잘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왜 걱정거리가 많고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똑똑한 것일까요? 

아마도 그 이유는 상황을 여러 각도로 살피고 점검하는 ‘인지적 민첩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지적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과거와 미래의 여러 상황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고려하는데, 이런 점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심사숙고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원시사회에서 높은 지능과 높은 불안감은 인간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주요요소였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요소가 높았던 선조들의 후손이겠죠.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기 때문에 지능과 불안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불안해 하고 초조해 하면 곤란하겠지만, 어느 정도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이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 것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진 않을까요? 머리 속에 여러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생각해 낼 줄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똑똑한 사람입니다. 걱정거리가 많고 불안감이 높은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비쳐지지만, 그렇게 불안감이 높은 사람들이야말로 안전사고를 미리 대비하고 재난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보통 불안감과 초조함을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질로 여기지만,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감정'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얼마나 걱정이 많은가요?


*참고논문
Penney, A. M., Miedema, V. C., & Mazmanian, D. (2015). Intelligence and emotional disorders: Is the worrying and ruminating mind a more intelligent mind?.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74, 90-93.

Ein‐Dor, T., & Tal, O. (2012). Scared saviors: Evidence that people high in attachment anxiety are more effective in alerting others to threat.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2(6), 66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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