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나'가 '지금의 나'를 보며 놀라는 이유
경영일기 독자라면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알 겁니다. 예전 일기에서 다룬 심리학 용어이니까요.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설명하면, 실력은 별로 없으면서 혹은 아는 건 조금밖에 없으면서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 심리가 바로 ‘더닝-크루거 효과’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우리 속담과 궤를 같이 하죠.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질문'할 줄을 모릅니다. 본인이 척 보면 안다고 자신만만하니 질문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질문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다. 여전히 '고만고만한' 지식의 울타리 안에 머물면서 성장하지 못하겠죠.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법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더닝-크루거 효과가 미약해지는 때가 오는 법입니다. 해당 분야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혹은 같은 분야의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는 인식하기 마련이죠. 이런 깨달음이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문제일 겁니다.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 이때도 남들에게 질문하기가 두려워집니다. '넌 그것도 모르냐! 멍청하게시리.'고 남들이 흉을 볼까 두렵기 때문이죠. 혹은 남의 시간을 뺏는 것은 아닐까, 지나치게 미안해 하기 때문입니다.
질문하기를 두려워 하니까 어떻게 되겠습니까? 배움이 이루어질 수 없겠죠. 배움이 없으니 성장이 없고, 성장이 없으니 전문가 수준에 오르는 시간이 더딜 수밖에요.
무언가를 배워가는 초기에는 질문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하지 않으려는 기제가 작동합니다. 이를 매순간 상기해야 여러분이 각자 영역에서 전문가로 보다 빨리 보다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습니다. 무지를 부끄러워 하지 말고, 매일 자신의 '무지 영역'을 1밀리씩 지워간다는 느낌으로 질문을 던지세요.
연구에 다르면, 멍청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질문을 던질수록 실제로 똑똑해진다고 합니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려는 의지가 클수록 더 빨리 배우고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고장난 워크맨 수리를 취미삼아 하고 있는데, 모델마다 메커니즘이 달라서 수리방법을 도대체 알 수 없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런 것도 모르냐?'라고 비아냥을 들을 각오를 하고 인터넷 카페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배터리를 새것으로 바꾸거나 나사를 조여 보라는 식의 답을 들으면 '어이쿠, 내가 이런 것도 모르다니! 창피해 죽겠군.'이라는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다음번엔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을 테니 몇 초 창피한 것 치고는 남는 장사라는 뿌듯함이 앞섭니다.
워크맨 수리라는 취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한 8개월 됐는데 이제 왠만한 워크맨은 두려움 없이 분해 조립할 수 있으니 그리고 수리 성공률이 50%는 넘으니, 만약 작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꽤 놀랄 겁니다. 이게 다 질문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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