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리즈/유정식의 경영일기

가능하다면 빚을 빨리 갚고 싶습니까?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 2024. 10.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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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가정의 '빚'은 얼마입니까? 아마도 이 질문에 "우리집은 빚이 없다"라고 대답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몇 천만원 혹은 몇 억원 정도는 기본으로 깔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고, '마이너스대출' 류의 신용대출은 '필수 대출상품'으로 사용 중인 분들도 꽤 많을 겁니다. 

금액이 어느 정도이든 어떤 이유로 대출을 했든 간에 여러분은 그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고 싶을 겁니다. 20년 간 분할 상환하기로 대출 계약을 맺었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지는 시기가 되면 가능한 한 목돈을 넣어서 매달 나가는 원리금을 줄이려 할 겁니다. '20년이 아니라 10년 내에는 빚을 갚겠다'는 식의 목표를 세웠을 테니까요. 

하지만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런 다짐은 '비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대출을 갚는 데 넣는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 대출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대출 상환액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대출 갚기를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출을 먼저 갚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죠.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더 선호할까요?

(1) 바로 돈을 받되 100을 받는다.
(2) 3개월 기다렸다가 101을 받는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연 이자율 4%에 해당하는 (2)번을 선택해야겠지만, 80%가 넘는 사람들이 (1)번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받아야 할 빚을 빨리 정산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겠죠.

이번엔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 판단해 보세요. 다음 두 옵션 중에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1) 바로 돈을 갚되 101을 납입한다.
(2) 3개월 기다렸다가 100을 납입한다.

아마 이번에는 (1)번을 택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3개월만 기다리면 102가 아니라 100만 납입해도 되는데 빚을 없애고 싶다는 열망이 훨씬 크기 때문에 1을 기꺼이 더 내려고 합니다. "1 정도는 더 내도 돼. 빚 부담에서 깔끔하게 벗어날 수 있다면 말야."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그만큼 빚 갚기라는 '완료되지 않은 목표'는 커다란 정신적 부담을 안기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빚을 갚는 게 유리함에도 빚을 빨리 갚으려는 까닭은 어쩌면 목표를 빨리 달성하려는 욕구 때문일지 모릅니다. '내가 빚 갚기라는 목표를 드디어 완료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끼려는 심리적 욕구가 '내가 경제적으로 빚을 갚아왔구나'라는 합리성을 앞서는 것이죠.

이해하기 쉽도록 빚 갚기를 소재로 글을 썼는데요, 빚 갚기는 '없애거나 줄여야 하는 목표'를 대표합니다. 이런 식의 목표가 그저 '완료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빨리 완수하려는 오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목표를 완수하는 데 올-인하는 것보다 그 힘을 다른 것에 쏟으면 삶 전체로 볼 때 지금보다 더 플러스이지 않을까, 한번 성찰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는 욕구가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Roberts, A. R., Imas, A., & Fishbach, A. (2023). Can’t wait to pay: The desire for goal closure increases impatience for co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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