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리즈/유정식의 경영일기

그래도 직원들에게 결정을 위임하고 싶다면?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 2024. 10. 7. 08:00
반응형

 

지난 번에 보내드린 360호 '직원들은 '위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란 글에서 상사가 직원들의 동기를 높이려고 자신의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면 직원들로부터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지고 같이 일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나중에 책임을 뒤집어 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래도 모든 의사결정권을 리더 혼자만 독차지해서도 곤란합니다. 직원들이 언제까지 그 자리에 머무르겠습니까? 그들을 미래의 리더로 성장시키려면 의사결정을 연습하는 훈련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위임받는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욕을 얻어 먹는 한 예행연습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여러 의사결정 사안 중에서 어떤 것을 직원에게 위임해야 할까?"

오늘은 이 질문에 답해 보겠습니다.

 


첫째, 해당 사안에 충분한 전문성을 보유한 직원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여러 사안들 중에는 특정 직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되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혹은 그 직원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직원을 불러서 "자네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니 이 사안을 결정해 보게."라고 위임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그 직원이 해당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그가 '인사 담당'이라는 직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에게 "새해부터 직원들 대상의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할까 하는데 자네가 그걸 주도해 주게."라고 해서는 곤란하죠. 수년간 복리후생 프로그램 설계를 '구체적'으로 경험한 자에게만 이런 위임에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의사결정의 파급효과가 해당 직원의 책임 범위에서 끝나는 것만 위임해야 합니다. 이 말은 의사결정의 결과가 잘못됐을 때 그 파급효과가 그 결정을 내린 직원 내에서 끝나거나 적어도 그 직원이 혼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위임해도 좋다는 뜻입니다. 잘못될 경우에 본인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여야만 직원들은 상사의 의사결정 위임을 (그래도) 기꺼이 수용하지 않겠습니까? 

의사결정의 파급효과가 팀을 벗어나 전사로 확대될 수 있다든지, 제법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든지, 여러 사람들이 뒷수습에 동원돼야 한다든지 등이 기준이겠죠. 하지만 이보다 우선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입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될 경우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사안이라면 해당 직원이 그 일에 얼마나 전문성이 있는지에 상관없이 의사결정을 위임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고객과 관련된 사안에는 무조건 상사 본인만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셋째, 부정적 사안보다 긍정적 사안의 의사결정권을 위임해야 합니다. "어떤 직원을 내보내야 할지 자네가 책임지고 결정하게."라는 부정적 사안보다는 "어떤 직원을 이번에 포상 대상자에 올릴지 자네가 후보를 결정하게."라는 긍정적 사안을 위임 받을 때 직원들은 부담을 덜 가지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에게 불이익이 되는 결정은 상사 본인이 책임져야 하고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직원에게 위임하는 게 좋습니다. '손에 피를 묻히는' 결정은 절대 위임하지 마세요. 만약 이 경고를 무시하고 그대로 위임을 강행한다면 직원들에게서 불공정한 리더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절대 억울해 하지 마세요.

넷째, 해당 직원의 승진이나 역할 확대에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면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머지 않아 리더로 성장한 인재라면 지금보다 확대된 역할을 먼저 경험케 하는 것이 좋은 트레이닝 방법입니다. 또한 그 직원도 상사가 자신에게 권한을 위임해 줄 것을 기대하기도 하죠. 의사결정권을 위임받는 것을 일종의 보상이라 여기기도 하고요.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의사결정권 위임을 기꺼이 수용하지는 않습니다. 위의 4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위임이어야 직원들은 해당 위임이 자기 성장의 기회라 인식할 겁니다. 이런 기준없이 "권한을 내려주면 직원들은 좋아하겠지? 난 그냥 그그 결과만 잘 받아보면 돼."라고 기대하는 리더가 있다면 무지하고 무능하며 무도하다는 평가를 웃으며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하기 : https://infuture.stibee.com/

 

유정식의 경영일기

경영 컨설턴트 유정식이 드리는 경영 뉴스레터 <유정식의 경영일기>

infuture.stibee.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