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보다 신뢰가 최고의 자산이다   

2011. 6.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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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상대할 때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대답할까요, 아니면 믿지 못하겠다는 후자의 대답을 할까요?

이 질문은 클레어몬트 대학원의 교수인 폴 자크(Paul Zak)가 1996년에 실시한 연구에서 42개국 사람들에게 던진 설문입니다. 그는 '신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한 그는 국가별로 사람들이 느끼는 신뢰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변수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자크가 던진 질문에 각 국의 사람들이 답한 결과는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신뢰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브라질 사람은 겨우 3%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항상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지는 않을까 경계의 눈초리를 곤두세울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죠. 반면에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인 나라는 65%를 기록한 노르웨이였고, 두 번째는 60%를 나타낸 스웨덴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동아시아 국가가 높은 값을 보였고,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구 공산권 국가들의 신뢰도는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얼마로 나타났을까요? 조금 실망스럽지만 3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 값은 미국(36%), 일본(42%), 인도(약 38%)보다도 못한 수치죠. 아래의 그래프가 요약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Korea)는 스페인과 멕시코 사이에 있습니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자크는 신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이 연구를 통해 주장합니다. 물론 신뢰가 높다고 해서 경제 수준(해당 국가의 경제력)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인도, 대만, 중국(1996년 당시의 중국)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허나 자크는 GDP 성장률과 신뢰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둘 사이의 관계가 상관관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경제 발전의 기반과 잠재력에 영향을 미친다는(즉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후속연구를 통해 얻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신뢰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상대방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협상을 통해 이것저것 단서조항을 달고 안전장치를 해둬야 하는데 그것들이 거래비용을 급증시킬뿐만 아니라 거래를 지체시키고 거래의 횟수 자체를 정체시키기 때문이겠죠.

그는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신뢰를 구축하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경제 정책도 직접적이고 단편적인 경기부양책에서 벗어나 신뢰를 제고하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칩니다. 자크는 언론 출판의 자유, 통신 인프라, 거래의 자유, 시민권 보호, 쾌적한 환경 등이 신뢰와 연관성이 있음을 또한 밝혔습니다.

신뢰도가 높아지면 진짜로 부(富)가 늘어날까요? 자크는 면밀한 정량모델을 기초로 '신뢰의 가격'을 계산해냈습니다. 그는 '타인이 믿을 만하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15% 증가하면, 1인당 연간소득이 1%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신뢰도는 30%인데 이 값이 34.5%로 높아지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소득을 대략 2만 달러로 볼 때 모든 국민들은 1년에 200 달러를 더 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00 달러에 우리나라 인구(대략 5천만 명)를 곱하면, 1년에 100억 달러(=10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1996년에 이뤄진 연구라서 현재는 이런 정량적 관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만 하기 바랍니다.)

자크의 연구는 국가 경제와 신뢰 사이의 관계를 초점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신뢰와 회사 성과 사이의 정성적인 관계는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직원만족도를 조사하면서 신뢰라는 항목을 필히 포함합니다. '만족'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모두 공감한다는 증거겠죠. 신뢰가 없으면 협력이 없고 오해가 증폭되어 미움과 다툼으로 비화되고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상황으로 악화됩니다. 신뢰가 직원만족의 중요한 요소이고 직원만족이 회사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보면, 직원들 간의 상호신뢰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품질을 높이고 기술을 개발하는 일들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직원들 간의 신뢰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크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의 기회와 횟수를 증가시키는 인프라를 갖춰야 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유, 효과적인 의사소통, 직원 우선주의, 부서 사이의 이기주의 철폐, 상대방 업무에 대한 이해, 청결한 근무환경, 상대적 박탈감의 최소화, 협력에 대한 보상 등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인 장치와 조직문화가 구축되어야겠죠. 상호작용의 질과 양을 떨어뜨리는 장치들(이를테면 개인 중심의 성과주의 제도들, 정보기술에 치우진 의사소통 방식 등)은 신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직원들 사이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 말이 공공연하게 직장 내에서 오고 간다면 근본적인 대책 실행 없이는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아끼고 가꿔야 할 최고의 자산은 기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재도 아닙니다. 최고의 자산은 신뢰입니다. 신뢰가 없다면 인재도 없고, 기술도 없습니다. 인재는 다 나가버릴 테고, 팔을 걷어부치며 기술을 개발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참고논문 : Tru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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