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을 점유하라   

2011. 3.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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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S라는 말을 아십니까? RMS은 Relative Market Share의 약자로서 우리말로는 '상대적 시장점유율'을 뜻합니다. 단순히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경쟁사에 비해서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냐를 측정하는 개념이 바로 RMS입니다.

우리 회사의 RMS를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RMS =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 / 가장 큰 경쟁사의 시장점유율

만약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고, 가장 큰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이 60%이면, 우리의 RMS는 0.5가 되죠. 여기서 많은 분들이 약간 헷갈려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몇몇 분이 '가장 큰 경쟁사'란 말을 오해하더군요. 예전에 'BCG 매트릭스를 그리는 법'이란 글을 올렸는데, 제가 잘못된 지식을 전달한다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습니다. RMS가 이런 공식으로 계산되는 것이라면, RMS가 절대 1.0 보다 클 수가 없다, 라는 내용의 댓글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댓글을 단 분은 '가장 큰 경쟁사'란 말을 '최대 기업'으로 잘못 이해했더군요. 그래서 RMS가 1.0 보다 크게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가장 큰 경쟁사'란 말은 '최대 기업'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를 제외하고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는 경쟁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시장점유율이 1등이면, '가장 큰 경쟁사'는 시장점유율이 2등인 회사를 뜻합니다. 만일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2등이나 3등이면 '가장 큰 경쟁사'는 시장점유율이 1등인 회사를 말합니다. 어쨌든, 잘못된 지식을 전달한다는 평을 받은 제가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제가 그 글에서 '가장 큰 경쟁사'가 의미하는 바를 좀더 자세히 기술하지 못한 탓입니다.

RMS는 브루스 핸더슨이란 사람이 창안한 개념입니다(제가 알기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학습곡선 이론 등을 개발한 사람이기도 하죠. 그는 시장점유율이 큰 것보다는 RMS가 시장의 지배력을 더 잘 나타내는 수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시장을 지배하려면 '시장점유율을 점유하라'는 것이죠. 왜 그는 RMS가 중요하다고 말한 걸까요? RMS는 바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냐 그렇지 않으냐와 깊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RMS가 1등인 기업이 갖는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구매의 이점을 가집니다. 워낙 많은 원부자재를 구매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죠. 어느 정도의 이점이 있을까요?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RMS 2.0 이상이면(예를 들어 우리의 M/S가 60%, 가장 큰 경쟁사의 M/S가 30%이면), 최소한 2~3% 정도로 할인된 금액으로 경쟁사와 동일한 원부자재를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재료비가 매출액에서 40~50% 정도를 차지한다면, 이 정도의 할인률은 이익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둘째, 마케팅이나 광고와 같은 '판촉비'의 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와 경쟁사가 각각 1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다면 제품 하나당 광고비용은 우리 회사가 더 낮습니다. 왜냐하면 생산하는 제품의 양적 규모가 커서 1억 원이란 돈을 경쟁사보다 더 '잘게'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연구개발비나 간접비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분산 효과'의 이점을 갖습니다.

셋째, 우수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RMS가 1위인 기업이 갖춘 최고의 시설과 장비, 그리고 최고의 대우가 우수인력을 끌어모으는 동력이 되는 것이죠. 이를 '마태 효과'라 합니다. 성경의 마태 복음에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리라'라는 글에서 유래된 말이죠. RMS 1위 기업은 마태 효과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는 선순환의 흐름을 탈 수 있습니다.

넷째, 막강한 자금력을 갖습니다. 투자나 인수 등 자금력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 RMS 1위 기업은 경쟁사보다 많은 돈을 쓸 여력이 있기 때문에 경쟁사의 추격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강점을 가집니다. '돈'을 진입장벽을 높게 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소리죠.

다섯째, 시장을 '계획'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시장을 계획한다는 말은 자기네들이 '제품 및 서비스 리더십', '비용 리더십' 등을 쥐고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약화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운 운영체계 업그레이드 계획이 PC산업과 소트트웨어 산업, 그리고 반도체 산업까지 리드했듯이 RMS 1위 기업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지렛대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큰 강점이죠.

RMS는 사실 1960년 대에 나온 개념이고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 잘 맞는 개념입니다. 단순하게 RMS가 1위를 달성한다고 해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Value Chain 상의 가장 중요한 Activity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막강한 유통채널을 구축함으로써 시장을 리드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RMS는 중요합니다. 비록 기업의 성과(결국 이익이죠)가 여러 가지의 변수로 이뤄진 함수라 해도 RMS는 적어도 제조업이나 전통적인 서비스업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삼성이 애플이 선점한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하려고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1+1 전략'을 실행했던 것도 RMS를 끌어올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라 짐작됩니다. 또한 RMS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을 실현하는 데에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RMS가 1위 제품에서 대부분의 이익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입니다. RMS 1위 제품은 '이익의 파이프라인'입니다. 이는 BCG 매트릭스에서 RMS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입니다.

금년 사업계획에 '시장점유율을 높이자'는 말이 있다면 '시장점유율을 점유하고 리드하자'는 말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더 뚜렷하고 '도전적인' 목표이니까요.

(*참고도서 : 'The Art of Profi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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