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보수적인 진짜 이유   

2010. 12.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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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외부집단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외부인이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 들어오면 공격을 하거나 텃세를 부리거나 해서 외부인을 못살게 굴곤 하죠.

그런데 이렇게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이 바로 '감염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하지 않은 옛 시절에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 했던 것은 세균, 기생충 등 전염에 의한 질병이었습니다. 인간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몸에 침입한 병원균이 질병을 일으키죠.


면역체계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흔히 존재하는 기생충(넓은 의미로 병원균을 포함함)을 처치하도록 학습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면역체계가 '지역성'을 띤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런 지역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온 병원균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기생충이라도 지역이 다르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숙주(즉 인간)를 감염시키기 위해 조금씩 다르게 진화되기 때문입니다(기생충의 진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외부인은 외부의 기생충을 함께 달고 올 가능성이 매우 커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 적합하게 구축된 면역체계를 와해시킬지 모릅니다. 그래서 감염이 위험이 커지죠. 이것이 바로 외부인에게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근거이고, 이러한 무의식적인 생물학적 행동이 외부인을 적대시하는 문화로 굳어졌다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더 발견시켜서 코리 핀처(C. Fincher)와 랜디 손힐(Randy Thornhill)은 "기생충의 총량이 큰 지역의 사람들은 외부인에 대해 적대적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기생충이 많은 지역일수록 외부인에 배타적이고 덜 개방적이라는 말이죠.

그들은 98개 지역의 기생충 총량을 구한 다음에 사람들의 성격 요인과 대비시켜 봤습니다. 그 결과, 기생충 총량과 개방성의 상관관계가 -0.6이 나왔고 기생충 총량과 외향성의 상관관계도 비슷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생충 총량이 높을수록 사람들이 덜 개방적(더 배타적)이고 덜 외향적(더 내향적)이라는 의미죠. 연평균 기온, 수명, 1인당 국내총생산 등의 변수를 제어해도 이러한 상관관계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98개 지역 모두 '집단주의'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기생충 총량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기생충이 많을수록 사람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작다는 말이 되겠죠. 역시 수명, 인구밀도, 1인당 국내총생산, 지니계수를 제어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위의 연구는 집단의 차이를 이야기하는데, 진화심리학자들은 개인들의 차이에까지 동일한 주장을 폅니다. 어떤 사람이 개방적이냐 배타적이냐는 그 사람이 전염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식이 어떻냐에 달려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갖는 사람들은 보수적이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무의식적인 지각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댄 페슬러, 데이비드 나바렛 등이 이런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연구 결과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대담한 가설이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조직이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다면 그것은 그만큼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혐오'은 아닐까요? 

인간의 면역체계로 비유되는 '내부의 조직역량'이 취약하거나 불합리적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외부의 것이 유입되면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잠재적인 불안 심리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 회사는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다"라는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 회사는 외부의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일지 모릅니다. 개방성이 낮으면(외부에 배타적이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끼리끼리 뭉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방어 시스템이 약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조직문화를 혁파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우선 과제는 소위 '이벤트'에 의한 바람몰이가 아닙니다. 비전 선포식, 해병대 입소훈련, OO경진대회 등의 조직문화 활성화 대책은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불과합니다. 

조직을 개방적이고 혁신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면역체계, 즉 내부역량과 프로세스를 다지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어떤 외부적인 충격에도 끄떡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튼튼한 방어 시스템을 갖춰야 외부의 좋은 것들을 수용하여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이 보수적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 아닙니다. 보수주의는 공포나 혐오의 다른 말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도서 : '스펜트, Spent', 동녘 사이언스)
(*참고논문) What is the relevance of attachment and life history to political va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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