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분 나쁜 리플을 삭제할 권리가 있다   

2008. 3. 1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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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문 앞에 요상한 내용이 쓰인 쪽지가 붙어 있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그냥 놔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장에 그걸 떼어내고 어떤 녀석이 그런 짓을 했는지 나름의 '수사'에 들어간다.

내 블로그의 어떤 글에 기분 나쁜 리플이 달렸다면, 어떻게 할까? 그걸 지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 놔두자니 신경 쓰이고, 지우자니 좀스럽게 보일 것 같다. 명백한 악플이라면 지우는 게 마땅하지만, 껄끄러운 리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 리플이 달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싶지만, 글을 읽을 때마다 따라 붙는 리플이 눈에 거슬린다. 그냥 너그럽게 놔둘까, 클릭 한 번으로 지워 버릴까?

블로그를 방송이나 언론 같은 공적 매체로 볼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순수한 이야기 나눔터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그런 '기분 나쁜 리플 처리'에 관한 의사결정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를 가상의 공간에서 존재하는 일종의 미디어로 보게 된다면, 주인장 맘대로 지우기가 뭣하다. 반면에 블로그가 개인적 공간이라면 지우거나 남기거나 모두 주인장 맘대로다. 마치 집에서 속옷만 입고 있다고 해서 누가 뭐라지 않는 것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자유롭게 행동할 자유가 있다.

상업적 목적을 가진 블로그라면, 공적 매체로 볼 수 있을까? '구글 광고' 클릭으로 조금이라도 돈을 버는 개인 블로그는 모두 상업적 블로그로 봐야 하나?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업적이냐, 아니냐를 가릴 수 있을까? 참 어렵다.

나는 기업에서 마케팅용으로 운영하는 일부 블로그를 제외한 모든 블로그는 순수한 개인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는 가상의 공간에 만들어 놓은 '마이 하우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집의 주인장은 자기 집 문 위에 요상하게 적힌 기분 나쁜 쪽지를 뜯어 내버릴 권리가 있다(반대로 그냥 둘 자유도 있다). 여긴 내 집, 내 공간이니까.

예의를 갖춰 내 의견을 반박하는 리플들은 매우 환영한다.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착한 리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 리플은 절대 지우지 않는다. 그러나 그냥 멋대로 뇌까리듯이 던져 놓고 가버리는 '무척 성의 없고 기분 나쁜 리플들'은 반드시 지워야겠다. 그건 주인장 맘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긴 내 집, 내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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