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가 강자를 가지고 노는 전략   

2010. 4.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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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공석이 된 조직의 '넘버 원' 자리를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그들의 힘을 동그라미의 수로 정량화해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홍길동   OOOOO
김삿갓   OOO
박문수   OO

보다시피 홍길동의 힘이 제일 막강하고, 박문수가 제일 약한 힘을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박문수는 자신의 힘이 제일 약함에도 불구하고 넘버원 자리를 향한 야망은 누구보다 강렬한지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세입니다.

최약자의 설움(?)


여러분이 만약 박문수의 입장이라면 어떤 전략이 가장 좋을까요? 박문수가 머리가 좋은 친구라면 김삿갓이나 홍길동과 일대일로 '맞짱'을 뜨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붙어봤자 질 게 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박문수의 입장에서는 홍길동과 김삿갓 중 하나와 연합을 이룬 다음에 선택받지 못한 자와 대적하는 전략을 취하는 게 현명합니다.

그렇다면, 박문수는 홍길동과 김삿갓 중에서 누구와 동맹을 맺을까요? 누구와 짝을 이루는 게 훨씬 유리할까요? 

박문수가 머리가 좋다면 김삿갓과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 그럴까요? 만일 5개의 힘을 가진 홍길동과 동맹을 맺으면 박문수는 자신의 힘 2개를 합해 총 7개의 힘으로 김삿갓(3개의 힘)을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물리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삿갓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박문수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제의 동맹이었던 홍길동이 적으로 돌변해서 자신을 공격할 테니 말입니다. 2개의 힘으로는 5개의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곧이어 김삿갓과 똑같은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박문수는 애초에 홍길동과 동맹을 맺어서 얻는 이득이 하나도 없습니다. 홍길동에게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토사구팽되고 마는 거죠.

반대로 박문수가 김삿갓과 동맹을 맺어 홍길동을 공격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김삿갓의 힘 3개와 박문수의 힘 2개를 합해 총 5개의 힘으로 홍길동과 대립하면 서로 힘이 똑같기 때문에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홍길동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해도 둘(김삿갓과 박문수)이 힘을 합해 자신에게 주먹을 부라리는 모습을 보고 위축될 겁니다. 그래서 김삿갓-박문수 동맹이 이길 확률이 홍길동보다 더 클지도 모릅니다.

김삿갓-박문수 동맹이 홍길동을 물리친다면 그 이후엔 어떻게 될까요? 홍길동이 떨어져 나갔으니 김삿갓과 박문수는 넘버원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게 될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김삿갓의 힘이 박문수보다 하나 더 강하기 때문에 박문수가 김삿갓에게 "우리 맞짱 뜨자"라고 덤빌 가능성은 적습니다. 

또한 김삿갓도 박문수를 쉽사리 공격하지 못합니다. 박문수를 쳐내고 나면 넘버원 자리는 독차지하겠지만, 문제는 그 영광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겨우 3개의 힘은 '왕국'을 다스리기엔 미약해서 또다른 경쟁자에게 쉽게 정복 당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김삿갓은 박문수를 자기 옆에 둠으로써 5개의 힘을 계속 유지하려 합니다. 그래서 박문수는 김삿갓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로서 위상이 커집니다.

박문수도 김삿갓의 아래에서 '넘버투' 자리를 차지하는 데에 만족할 겁니다. 고작 2개의 힘이지만 자신의 힘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김삿갓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넘버원이 된 김삿갓이 언제 권좌를 잃을지 전전긍긍한 반면, 박문수는 그보다 더 많은 권세를 '편안하게' 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새로 얻은 권세를 이용해서 힘을 키워서 나중에 김삿갓을 몰아내고 권좌에 오르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단, 김삿갓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곤란하니 철저하게 물밑에서 은밀하게 진행해야겠죠.

힘이 약한 자가 동맹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최강자보다는 2인자와 연합을 맺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고 또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최소 승리 연합(minimal winning coalitions)'이라고 부릅니다. 비슷한 말로 정치에서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라고도 하죠.

역사상 많은 동맹의 사례들은 최소 승리 연합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고구려의 막강한 힘에 저항하기 위해 최약체인 신라가 백제와 '나제 연합군'을 형성한 것이 대표적이죠.

(지금은 서로 돌아섰지만) MS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애플과 구글이 끈끈한 동맹을 맺었던 것처럼 기업들 간의 성공적인 전략적 제휴도 최소 승리 연합의 원리를 따라 이루어집니다.

최약자가 누구와도 연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쟁하는 것(일대일로 맞짱 뜨기 전략)은 '하수(下手)의 전략'입니다. 최약자가 최강자와 연합하는 것은 그보다 더 못한 '최하수(最下手)의 전략'입니다. 2인자와 동맹하여 최강자와 대적하는 것이 '고수(高手)의 전략'입니다. 그야말로 약자가 강자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전략이죠.

여러분(혹은 여러분의 회사)은 지금 어떤 위치입니까? 최약자라면,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까? 만약 어쩌다가 처음부터 최하수의 전략(최강자와 동맹)을 썼거나, 2인자인 줄 알았던 파트너가 어느새 최강자가 되었다면 그 그늘에서 빨리 탈출해서 2인자와 연합하는 전략으로 급선회할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때 항우에게 밀려 2인자에 불과했던 유방(劉邦)이 천하를 제패하도록 도왔던 한신(韓信)은, 황제가 되어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유방의 그늘에서 속히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죠. 

반면,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서 오나라를 멸망시키지만 구천에게서 속히 빠져나오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이 사실(史實)들은 생존을 위해 항상 최소 승리 연합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웁니다.

사리(私利)를 위해 동맹을 깨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구요? 어쩌겠습니까? 경쟁은 원래 그런 속성인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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