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을 들고 다니는 사나이   

2010. 2. 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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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10번 던졌더니 이상하게도 10번 모두 6 이 나왔다고 해보죠. 어떤 사람이 11번째 던졌을 때 나오는 숫자를 맞히면 그 숫자에 1만원을 곱한 금액을 당첨금으로 주겠다고 할 때(예를 들어, 4가 나올 것을 맞히면 4만원을 딴다), 여러분은 어떤 숫자를 선택하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6이 아닌 다른 숫자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10번째까지 6이 연달아 나왔는데 11번째까지 6이 나오는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번째에 6이 나온 사건과 11번째에 6이 나올 사건은 확률적으로 ‘독립적인’ 상황입니다.

주사위는 결코 10번째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사람만이 그걸 기억할 뿐이죠. 확률의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1번째 시도에도 6에 걸어야 함이 옳습니다. 6이 나올 확률은 1/6로 다른 숫자의 경우와 동일하면서도 당첨금은 6만원이고 기대값은 1만원(=6만원*1/6)으로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수학 저널리스트인 마틴 가드너가 이러한 '오해'를 비꼬아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나이가 누군가 비행기에 폭탄을 휴대하고 탑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뇌관을 제거한 폭탄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고 합니다. 

보안검색이 심한 비행기에 폭탄을 가지고 타는 승객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발생하기 어려운데다가, 폭탄을 가진 승객이 두 명이나 탑승하는 것은 더욱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의 생각이 일리가 있어 보이나요? 잘 생각해 보면, 자신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사나이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하진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사업을 전개하려 하는데, 타사들이 그 사업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해보죠. 신규사업을 시작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타사가 실패를 계속 했으니 이번에는 성공할 거야, 혹은 우리도 역시 그들처럼 실패하고 말 거야' 라고 단순하게 판단하여 신규사업을 전개하거나 접어 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이와 같이 타사의 경험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주사위를 던져 가부를 결정하는 일보다 못합니다. 성공할 건지 실패할 건지의 확률은 신규사업의 컨셉과 전개해 나가는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타사의 경험이 이미 결정해 놓은 것은 아닙니다. 

시장과 고객은 변하기 마련이고 타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타사와는 엄연히 다른 독립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는 '주사위가 10번째의 결과를 기억하지 못하고 11번째의 시도를 시행'하듯 해야 합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물론 있지만, 그것에 얽매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지요.

한참 블루오션이 화두였을 때 레드오션인 산업으로 진출하면 백전백패할 확률이 크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서브웨이는 햄버거가 가지기 어려운 웰빙 이미지로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을 장악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즐거움이라는 차별적 서비스로 기존 항공사를 앞서 나갑니다.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룰루닷컴은 자비출판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 확률을 기초로 판단했다면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 기업들이죠. 기업이든 개인이든 선택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입니다. 다른 기업,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겁게 폭탄 하나씩 들고 다녀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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