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많아지면 술주정꾼이 는다?   

2008. 5. 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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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통계학자가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술주정꾼 검거 건수와 침례교 목사 수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본 통계학자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술주정꾼이 많아져서 그들을 계도하려고 목사들이 많아졌다"라고 말이다. 목사가 많아진 원인이 술주정꾼이 늘어서 그렇다는 소리다. 과연 그럴까?

한마디로 그의 결론은 엉터리다. 술주정꾼이 많아진 것이나 침례교 목사가 많아진 것이나 둘 다 미국 인구의 증가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술주정꾼과 목사 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바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목사 수가 많아져서 그런 시대상황을 개탄(?)하느라 술주정꾼이 많아졌다"고는 왜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위의 일화는 실제가 아니라,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자신의 저서 '풀 하우스(Full House)'에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하는 경향을 비꼬기 위해 쓴 내용이다.(각색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슨 가족'에 캐릭터로 출연한 스티븐 제이 굴드


전문가들이라고 별 수 없다. 그들도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받아들이는 오류에 쉽게 빠지고 만다. 어떤 분이 보내 주시는 뉴스레터를 보니, 이런 제목이 눈에 띈다.
"경총, '성과배분제 실시 기업이 경영성과 좋아' "
(경총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발표 내용은 성과배분제를 도입해야 기업 성과가 좋아진다, 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경총은 기업이 성과를 높이려면 성과배분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한다. 언뜻 보면 옳은 말 같다. 명제 형식으로 바꾸어 보면 아래와 같다.

                                      "성과배분제 도입 --> 기업 성과 향상 "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자료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성과배분제 도입 여부와 기업성과의 향상 여부 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말이지, 결코 두 요소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기업성과를 향상(결과)시키려면, 성과배분제를 도입(원인)해야 한다는 인과관계로 오해하면 안 된다.

통계분석이라는 어려운 도구를 써야 권위가 있다고 생각할런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사람들을 헛갈리게 해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려는 행위를 하곤 한다. 이런 식의 보고서가 딱 그런 경우이다.

기업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요소는 성과배분제 이외에 무수히 많다. 어쩌면 성과배분제 도입 때문이 아니라 제품이 좋거나 시장 상황이 좋아서 기업의 성과가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혹은 기업성과가 좋기 때문에 성과배분제를 도입할 만한 여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별 이유없이 우연히 그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이런 보고서를 볼 때마다 분석의 내용이 상관관계를 말하는지, 인과관계를 말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성과배분제를 기업성과를 높이는 '도깨비 방망이'로 오해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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