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보내버리는 해결책을 찾자   

2009. 7. 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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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모든 분석(실증)을 끝내고 나면 가설 목록에 적힌 가설들 중 어떤 것은 X표가, 어떤 것은 O표가 돼 있을 겁니다. 기각되거나 채택됐다는 의미죠. 이제 여러분은 이 결과를 토대로 해결책을 구상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가설 목록의 예(또는 이슈 트리)


하지만 그 전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사는 실증이 끝내면 곧바로 해결책 수립에 임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간을 들여서 분석의 결과를 '해석(interpretation)'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문제해결이 시급하다고 해도 생략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단계입니다.

관찰 --> 분석 --> 해석 --> 해결

해석이 올바로지 않으면 기껏 분석을 잘 해놓고서 효과가 적은 해결책을 수립한다든지, 쓸데없이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늘어놓아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다든지, 해결책이 오히려 더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비화된다든지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해석에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 해결책의 품질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설은 목적에 따라 2개의 종류로 구분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가설과 문제의 해결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가설로 나뉘는데요,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인터뷰, 자료 분석, 설문 등의 실증 과정이 끝나고 난 후에 살아남은(즉 참인) 가설들은 문제의 근본원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을 가능한 한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탐색하고 검증하면 "팀장이 CEO의 수행비서 노릇을 하느라 팀 업무를 등한시한다", "임원들이 자기 사업부만을 챙기는 데 연연한다",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바람에 업무가 확 줄었다" 등의 근본원인들과 만날 겁니다. 

이러한 근본원인들은 해결책의 단초를 제공하는 귀중한 결과입니다. 운이 좋다면 각 근본원인을 뒤집어 보면 해결책이 금세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CEO가 지시한 일을 하느라 팀을 등한시한다"라는 게 직원들이 태만하게 된 근본원인 중 하나라면 "팀장이 팀 관리에 전념하게 한다" 또는 "다른 사람을 팀장으로 영입한다" 등의 해결책을 궁리할 수 있겠지요. 물론 근본원인을 뒤집어본다고 해서 항상 해결책을 뚝딱 만들지 못하지만, 적어도 해결책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근본원인들(가설 목록에서 살아남은 제일 밑단의 가설들)이 5개라면 일단 5개의 서로 다른 해결책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거나, 임원평가를 도입해서 기강을 확립하고, 고객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하는 잠정적인 해결책이 나오겠지요. 이 단계에서 문제해결사는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잠정적인 해결책을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모두 하려면 얼마나 비용(시간,인력,돈)이 소요될까?" 

하지만 문제해결사가 던져야 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해결책들 중에서 하나만 실행에 옮긴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입니다. 이 말을 바꿔 생각하면,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여러 근본원인들 중에 그것 하나만 해소하면 나머지 근본원인가지 술술 풀리는 것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게 의뢰인이 문제해결사에게 요청한 문제일 때, 다음의 근본원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추측해 보기 바랍니다. 분석 과정을 통해 참임이 증명된 가설들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아래의 내용은 가상이 아니라 제가 실제의 사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1) 팀장이 CEO의 수행비서 노릇을 하느라 팀 업무를 등한시한다
2) 임원들이 회사보다 자기 사업부의 목소리만을 대변한다
3) CEO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나쁘고 매년 하락한다
4)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바람에 업무가 확 줄었다
5) IT시스템이 확충되어 허드렛일이 줄었다
6) 업무량이 늘지 않았는데 매년 일정 규모의 직원을 채용한다
7) '총대 맨 사람'에게 책임을 중하게 묻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무엇인지 감이 잡힙니까? 무엇이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일까요? "전반적으로 이 회사의 기강 체계가 무너졌네"라고 느꼈다면 여러분은 문제해결사로서 충분한 자질을 보유했다고 자찬해도 좋습니다. 엄연히 규정된 업무가 있는데 임의대로 일을 시키는 CEO, 회사 목표를 등한시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는 임원들, CEO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 업무분장과 인력 운용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도 관성에 따라 경영하는 태도, 혁신의 의지가 매도 당하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쟁사보다 낙후되는 서비스의 질과 고객의 소리 없는 이탈 등은 회사의 관리시스템의 기반이 붕괴됐음을 알리는 지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붕괴의 중심에는 CEO가 떡 하니 존재합니다. 바로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이 CEO라는 의미입니다. CEO의 리더십이 와르르 무너졌거나 애초부터 지극히 약한 탓에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임원과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으며 '대충주의' 마인드가 고객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그리고 결국 직원들이 대체로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나쁜 문화'가 형성되고만 거죠.

해결책을 얼른 던져주고 놀러가고 싶으시죠?


문제의 입장에서 보면 위의 7가지가 모두 근본원인이지만, 근본원인들 중에서도 다시 파고 들어가면 핵심이 되는 근본원인은 하나입니다. 이를 근본원인(Root Cause)과 구분하기 위해서 제 마음대로 '핵심원인(Core Cause)'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문제헤결사가 의뢰 받은 문제 하나에 1~2개의 핵심원인이 존재합니다. 해석의 과정은 바로 이 핵심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핵심원인(Core Cause) 
=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
= 핵심해결책(Core Solution)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원인

해석이 올바르게 되면 한방에 모든 표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해결책(Core Solution)'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CEO의 리더십 부재가 핵심원인이므로 CEO의 리더십을 어떤 식으로든 확립하는 것이 핵심해결책의 근간을 이룰 겁니다. CEO를 교체하거나 리더십을 함양하도록 교육시키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고, CEO가 임원들과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도구(조직구조, 제도, 시스템 등)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서 CEO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또는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법도 있겠군요.

그런데 아마 여러분은 의뢰인인 CEO에게 '당신이 바로 문제이니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식의 해결책이 과연 가당키나 한가 의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CEO가 회사의 오너라면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이렇게 해결책을 내놓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핵심해결책이 물리적으로 실현 가능하냐의 여부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실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문제해결사의 능력이라고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위의 예를 보고 어쩌면 여러분은 곧바로 'CEO가 근본원인의 핵심이구나'라고 간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이런 예시처럼 쉬우면 좋겠지만 실제 문제해결사가 접하는 문제들은 핵심원인을 꽁꽁 감추는 바람에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인과분석(Causality Analysis)'라는 시각적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혹은 내일) 자세히 하겠습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의 보송보송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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