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팀장에게 말할까?   

2015. 2.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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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회사 내에서 이제 사양사업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보면 분명 접어야 할 사업인데 경쟁사들도 여태 버리지 않는 사업이라서 먼저 사업을 철수했다가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수의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살 각오를 해야 해. 소위 말하는 ‘계륵’인 사업이야. 내가 왜 이 부서에서 일하게 됐냐고? 신입사원으로 뽑혀서 이 팀으로 배정 받았으니 난들 이 팀의 사정을 알았겠나? 그저 날 뽑아준 회사에 감사했었어.


내 자랑인데, 사양부서에서 4년 동안 일하면서 나름 열심히 일한 까닭에 팀장으로부터 인정도 받았고 자기네 팀으로 오라는 타부서의 러브콜을 수도 없이 받았어. 근데 왜 여태 이 팀에 있냐고? 생각해 봐. 일 잘하는 직원을 다른 팀에 뺏기고 싶은 팀장이 어디겠냐?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팀장은 회사에서 무능하고 실력 없는 사람이라고 찍혔거든. 나 아니면 팀장 노릇을 못할 사람이란 말이야. 그런 팀장이 날 놔주겠냐고? 몇번 팀장을 찾아가서 타부서로 이동하고 싶다는 의중을 보였어. 하지만 ‘잘해주겠다’는 말로 매번 날 설득했고 인사평가 점수도 매년 최고로 주더군. 난감했지만 덕분에 동기들보다 1년 먼저 대리로 승진할 수 있었지. 무능한 팀장이라 해도 인간적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배신하기가 어렵잖아? 답답하지만 이 팀에 있을 수밖에 없었지.





근데 말야, 기회가 왔어. 기뻐해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팀장이 해임된 거야. 어제까지 팀장이었다가 나와 동등한 팀원이 되고 말았어. 대신 타부서의 팀장이 우리팀 팀장으로 이동 배치됐고. 여기까지는 좋았어. 그런데 불행히도 새로 온 팀장은 회사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란 거야! 버려야 하는 사업부서니까 조직에서 밀어내야 할 사람이 팀장으로 온 거지, 뭐. 새 팀장은 자신이 팽 당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잖아? 잔뜩 화가 나 있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내가 타부서로 이동하겠다고 말하면 그가 과연 허락을 할까? ‘너 좋은 꼴 못 본다’는 심보로 날 주저앉힐지 모르잖아. 만일 그가 날 못 가게 만든다면 국으로 2년은 이 팀에서 썩어야 해. 그러다가 회사에서 사업을 접는다고 하면 구조조정 당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자포자기해서 ‘그래 니 맘대로 해라’하면서 순순히 날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애.  난 새 팀장이 어떻게 나올지 그게 참 불확실해. 내가 옮기고 싶은 부서에서는 언제든지 나를 받아들일 자리가 있다고 하기 때문에 그 점은 불안한 점이 없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 팀장에게 다른 팀으로 옮기게 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까? 거부 당하더라도 지금 말해야 할까? 팀장이 잔뜩 골이 나 있으니까 6개월 정도 있다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 내가 일 잘하는 직원이란 점을 보여주면 인간적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할지 모르지. 물론 예전 팀장처럼 날 붙잡고 안 놔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팀장의 비위를 살살 맞추며 설렁설렁 일하는 것도 방법이지. 어쩌면 과장까지 남들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부서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뭐해? 그랬다가는 ‘저 놈도 무능하니까 여태 그 팀에 있는 거겠지’라고 인식할 것 같애.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회사를 알아볼까? 이쪽 업계에서 4년간 일한 경력은 어디서나 환영 받거든. 뭐, 내가 사양사업에서 일했다는 걸 알면 뽑아줄지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이런 고민을 이모에게 털어 놓으니까 이모가 이렇게 말하더군. 


  “시나리오 플래닝을 해봐.”

  “그게 뭔데? 먹는 거야?”


이모는 내 머리를 억세게 쥐어 박더니만 나에게 <전략가의 시나리오>란 책을 던져줬어. 아쉽게도 먹는 건 아니지만, 내가 책을 좀 좋아하잖아. 게다가 공짜로 받았으니까 열심히 책을 읽었어. 사무실에서 당당하게. 어차피 요즘은 할일도 없거든. 나는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내가 처한 딜레마를 가지고 시나리오 플래닝을 직접 해봤어. 좀 어려웠지만, 내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어.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을 한다고 해서 항상 최고의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지만(이건 저자가 강조하더구만), 적어도 최악의 결정은 막을 수 있는 것 같았지.


내가 처한 불확실성은 새 팀장이 나의 팀 이동을 허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되겠지. 그에 따라 두 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시나리오 1: 팀장이 허락한다

시나리오 2: 팀장이 불허한다


아까 두서 없이 말했지만, 내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4가지가 있어.


대안 1: 지금 바로 이동을 요구한다

대안 2: 상황을 보다가 이동을 요구한다

대안 3: 그냥 이 팀에서 일한다

대안 4: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


책에서는 시나리오와 대안을 서로 묶어본 다음에 ‘이 시나리오에서 이 대안이 얼마나 좋은지’를 평가해 보라고 하더군. 물론 그 전에 어떤 지표로 평가를 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한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경력개발 상의 이득’과 ‘심적 스트레스’, 이렇게 두 가지를 판단지표로 삼고나서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내렸어. 3점이 가장 높은 점수야. 동의 못한다고? 하지만 이건 내 결정이고 내 판단이니까!





자, 이렇게 나온 결과를 보니까 대안 2 ‘상황을 보다가 이동을 요구한다’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나왔어. 지금 말할까 말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좀 기다리다가 팀장이 안정될 때 이동을 요구하는 게 낫다는 거지(결과값은 경력개발 상의 이득에서 심적 스트레스를 빼서 나온 값이야). 





물론 대안 2가 최상의 대안은 아니야. 지금 당장 요구했는데(대안 1) 팀장이 순순히 허락하는 게 사실 최상이거든. 아까 말했지만 시나리오를 세우는 목적은 최악의 결정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런데 만일 6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요구했는데 팀장이 불허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때는 뭐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수 밖에 없지. 그때 나에게 주어진 불확실성에 따라 다시 시나리오를 짜면 되겠지, 뭐. 


물론 이 평가 결과는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어. 시나리오를 세우는 이유는 내가 처한 상황 전체를 조망하고 계속 변해가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야. 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전략가의 시나리오>를 좀 읽어. 거기에 아주 상세하게 방법이 나와 있으니까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거야. 나한테 밥 사면 내가 코치해 줄게. 그래도 좀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3월 21일에 열리는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을 수강해 봐. 여기를 클릭하면 자세한 안내를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난 이만 가봐야겠어. 새 팀장이 사업부장한테 엄청 깨졌대. 가서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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