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니즈, 알면서도 만족 못 시키는 이유   

2014. 3. 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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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기업이 고객들의 '반(反)정서'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이 회사가 왜 고객들로부터 비아냥을 받는 대상이 됐을까요? 표면적인 원인은 고객들의 니즈를 '무시'하고 어떤 경우에는 고객들을 깔보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또 왜 그렇게 됐을까요? 이렇게 된 이유에 관하여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문답식으로 간단하게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문) 이 회사는 과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을까요? 

(답) 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알면서도 왜 안 하는 겁니까?

(답) 바로 '부분 최적화' 때문입니다.


(문) 부분 최적화라고요? 왜죠?

(답) 회사 전체가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해도 여전히 각 사업부나 부서들은 부분 최적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문) 왜 부분 최적화를 할 수밖에 없나요?

(답) 그래야 성과를 인정 받을 수 있고, 성과급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문)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답) 고객 니즈가 '뛰어난 품질'이라고 해보죠. 품질 높이는 거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사실 품질을 높이려면 그만큼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가격을 높여야겠죠? 


(문) 가격 높아지면 고객들이 구매를 꺼리지 않을까요? 

(답) 그렇죠. 그러니 영업에서는 가격 올리는 걸 싫어합니다. 실적이 떨어지면 성과급도 덜 받게 될 테니까요.


(문) 다른 부서들은요?

(답) 원가관리 부서는 또 어떨까요? 눈에 안 보이는 부품을 싸게 만들어서 가격 상승분을 벌충하려고 하는 시도가 일어납니다. 이런 게 바로 풍선효과죠. 한쪽의 품질을 높이면 다른쪽의 품질이 나빠지는 가죠.


(문) 그렇다면 각 부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려면 어떤 부서는 실적이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그 '목표'에 협조해야 합니다. 성과급 같은 것도 포기해야 하고요. 


(문) 하지만 어떤 부서가 그런 상황을 받아 들이겠습니까? 

(답) 당연히 그렇겠죠. 당장 해당 부서의 성과지표가 하락하면, 경영회의 때 CEO로부터 질책 받을 게 뻔하겠죠. 고객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서 전사 차원에서 노력을 하더라도, 그게 매번 공염불로 끝나는 '근본적' 이유는 부분 최적화를 용인하는(겉으로는 부분 최적화를 배격하자고 말은 하지만) '성과주의 제도' 때문입니다. 이런 성과주의 체계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한,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자는 목표는 요원할 겁니다.


(문) 성과주의 제도를 없애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까요?

(답) 당근과 채찍이 있어야만 직원들이 열심히 할 거라는 발상은 제발 버려야 합니다. 당근과 채찍은 짐승에나 쓰는 겁니다. 성과주의 제도 없이도 직원들은 잘 할 겁니다. 그렇게 믿는 것이 먼저입니다. 성과주의의 폐해는 너무나 말을 많이 했으니,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이 블로그의 글들을 참조하세요.



(정리) 고객 니즈가 뭔지 잘 알아도 조직이 그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알고보면 조직을 옥죄는 '성과주의 제도'입니다. 사업부별 평가, 부서별 평가... 이런 것이 부분 최적화를 정말로 최적화시키는 주범이고 고객이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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