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자가 여러 번 말할 때 조심하라   

2013. 3. 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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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속한 부서의 어느 직원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란 의견을 제시한다면 '아, 이 의견이 부서 직원들 대부분의 의견인가보다'라고 추측하겠습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 직원 혼자만의 의견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간주하겠죠. 헌데, 그 직원이 그 후로 두 번을 더 찾아와 앞에서 말했던 이슈를 반복해서 제기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같은 직원이 동일한 의견을 세 번 반복했다고 해서 그 의견이 부서 전체를 대변하기는 어렵다고 역시 간주할 겁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렇게 '같은 사람이 같은 의견을 세 번 반복'하면 '세 명의 서로 다른 사람이 동일한 의견을 제기할 때'만큼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즉, 그 의견이 집단 구성원들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오해한다는 것이죠. 이는 킴벌리 웨버(Kimberlee Weaver)가 실행한 일련의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출처: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웨버는 177명의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 뉴저지 주의 녹지 확대에 대하여 찬성을 표하는 3명의 주민 의견을 각각 보여줬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1명의 주민이 혼자서 세 개의 찬성 의견을 제시한 글을 보여줬고, 세 번째 그룹에게는 1명의 주민이 하나의 찬성 의견만을 이야기한 글을 읽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뉴저지 주민들은 몇 퍼센트나 녹지 확대에 대해 찬성할 것 같은가?'란 질문을 던지니, 당연히 첫 번째 그룹이 세 번째 그룹보다 찬성률을 높게 추측했습니다(72퍼센트 대 57퍼센트).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그룹이 세 번째 그룹보다 찬성률이 66퍼센트 대 57퍼센트로 더 높았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녹지 확대에 찬성한다는 말을 세 가지 버전의 문장으로 이야기했을 뿐인데도 참가자들은 한 사람이 한 가지 버전의 문장으로 찬성 의견을 밝힐 때보다 그것이 집단 전체의 의견에 가깝다고 여긴 것입니다.


똑같은 결과가 후속실험에서도 나왔습니다. 웨버는 305명의 참가자들에게 '자크 안데르시'라고 불리는 가상의 정당인이 '재생산 권리(reproductive right)'에 관해 중도적인 의견을 밝힌 문장을 접하도록 했습니다. 그 문장은 페이지 하단에 적혀 있었는데, 첫 번째 그룹은 서로 폰트와 글씨 크기는 다르지만 내용은 동일한 안데르시의 코멘트를 페이지마다 한 번씩(총 3번) 보았고, 두 번째 그룹은 안데르시의 코멘트를 한 번만 읽었습니다.


'이 정당 사람들 중 몇 퍼센트가 재생산 권리에 대해 중도적인 입장을 취할 것 같은가?'란 질문을 던지자, 첫 번째 그룹(총 3번 읽은 참가자들)이 두 번째 그룹보다 그 퍼센테이지를 높게 보았습니다(44퍼센트 대 38퍼센트). 웨버는 '기억 혼선'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 대부분은 페이지에 1번씩 적혀진 안데르시의 코멘트가 모두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같은 의견을 단순히 여러 번 반복하기만 해도(그 의견들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 의견이 집단 전체를 대변한다고 믿게 만들 수 있음을 뜻합니다.


같은 의견을 세 번 반복해서 들은 사람은 한 번 들은 사람에게 비해 그 의견과 관련된 단어를 들을 때 더 빨리 반응한다는 것이 웨버의 후속실험으로 밝혀졌습니다. 웨버는 위의 '뉴저지 녹지 확대' 실험과 동일한 실험 조건을 형성한 다음, 컴퓨터 모니터 위에 '녹지'와 관련된 단어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50밀리초)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키보드를 누르라고 참가자들에게 지시했습니다. 그랬더니, 같은 의견을 세 가지 버전으로 접한 참가자들이 한 가지 버전으로만 읽은 참가자들에 비해 더 빨리 키보드를 눌렀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어느 직원이 "부서 직원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란 말을 한 번 찾아와 이야기할 때보다 세 번 찾아와 이야기할 때 그 의견이 부서 전체의 의견인 양 생각하게 되니 말입니다. 동일한 의견을 같은 직원에게서 세 번 듣게 되면 어디서 '교육'과 관련된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빨리 반응한다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한 사람이 한 번 찾아와 자기 의견을 말할 때보다 세 직원이 찾아와 모두 동일한 의견을 제시할 때 '집단 전체의 의견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세 번 찾아와 똑같은 의견을 제시할 때도 그 의견이 집단을 대변한다고 여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죠. 허나 웨버의 실험에서도 보듯이 우리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맙니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번 찾아와 이야기한다는 것이 부서 전체의 의견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라고(부서 직원이 그만큼 열망하기 때문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겠지만,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목소리 큰' 직원이 그런 모습(여러 번 찾아와 똑같은 의견을 말하는 모습)을 접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는 리더와 직원 사이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나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참고논문)

Weaver, K., Garcia, S. M., Schwarz, N., & Miller, D. T. (2007). Inferring the popularity of an opinion from its familiarity: A repetitive voice can sound like a choru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5),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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