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당근을 흔들어대지 말라   

2012. 2.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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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많은 조직에서 차등 보상이 성과 창출을 위한 동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성과가 지체되어 있거나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될 때 차등 보상을 도입하거나 차등의 정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과연 차등 보상이 원하는 효과를 언제나 가져다 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비법일까요?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의 존 피어스(Jone L. Pearce) 등의 학자들은 미국의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연구를 1980년대 초에 수행한 바 있습니다. 사회보장국은 1978년에 제정된 행정서비스 개혁법에 따라 성과를 기반으로 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차등 보상제도가 도입되기 전과 도입된 후에 조직의 성과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차등 보상이 끼친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사회보장국 산하의 지역사무소들로부터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성과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취합된 성과 지표는 모두 4가지 종류였습니다. 이 지표들은 지역사무소의 성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이었고 관리자 자신들의 차등 보상액을 결정하는 데에 40%나 반영되었기 때문에 관리자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죠.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4가지 성과지표의 값을 살펴보니 모두 향상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패턴만 보면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제도가 조직의 성과 향상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그러한 직관적 판단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피어스 등은 조직의 성과가 차등 보상을 도입하기 이전부터 향상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차등 보상이 성과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통계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죠. 차등 보상을 도입했다고 해서 향상되고 있던 조직의 성과가 더욱 높아졌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4개 중 2개의 성과지표는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1981년 이후에 나빠지는 패턴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이 하나의 연구만으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등 보상의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들은 차등 보상이 조직 성과에 기여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시사점이라고 말합니다. 차등 보상이 정말로 성과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른 요인과 떼어 놓고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사실 차등 보상 때문에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 게 아니라,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고 있기에 차등 보상을 실시할 금전적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지 모릅니다. 인과관계의 화살표 방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 연구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기도 합니다.

피어스의 연구 이외에 차등 보상이 조직과 개인의 성과 향상과 관련이 없다(그리고 오히려 성과를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직원들에게 차등 보상이라는 '당근'을 흔들어 대면 성과 향상을 위한 동기가 불끈 솟아오르리라 기대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한낮 동물로 여기는 비인간적 경영방식일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평할 때는 '결코 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돈보다도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는 '돈을 차등해야 열심히 일하려고 할 거야', '돈만 많이 받으면 좋아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신은 고고하지만 타인은 돈 밝히는 속물일 거라 여기는 모양입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성과 향상을 위해 차등 보상을 도입하는 일은 성과가 지지부진한 진짜 이유를 덮어버리고 맙니다. 진짜 문제는 돈을 적게(또는 돈을 똑같이) 주기 때문이 아니라 업무의 본질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경영자가 가져야 할 현명한 관점입니다.

직원들에게 당근을 흔들어대지 마십시오. 당근은 채찍과 다를 게 없습니다.

(*참고논문 : Managerial Compensation Based on Organizational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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