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전략을 수립하면 성공할까?   

2011. 8. 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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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동차 회사 혼다(Honda)는 1959년에 미국 시장에 모터사이클(오토바이)로 첫 진출했는데, 1960년엔 겨우 50만 달러이던 매출액이 1965년이 되자 7천 7백만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게다가 1966년에는 미국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63%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지 고작 7년만에 거둔 성과이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모터사이클 경쟁자였던 야마하와 스즈키는 혼다의 성과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습니다.



혼다의 성공을 두고 여기저기서 '성공의 비결'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성공기업에는 응당 이런 식의 '사후평가' 작업이 진행되기 마련이죠. 사람들이 성공기업의 비결을 알고 싶어하고, 그 비결을 배우면 자기네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곳(제 생각에)은 미국의 컨설팅사인 BCG(보스톤 컨설팅 그룹)이었습니다. BCG는 영국 정부의 산업부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은 터였습니다. 영국의 모터사이클 산업(넓게 보면 자동차 산업)이 왜 몰락했는지, 타개책은 없는지가 연구 주제였죠. BCG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스타기업이 된 혼다의 성공사례를 분석했습니다. 혼다의 성공요소를 파악하여 그것을 영국 정부에 제안할 목적이었나 봅니다.

BCG는 혼다의 성공포인트가 목표시장을 세분화(세그멘테이션)하고 그에 따라 치밀한 전략을 수립한 데 있다고 봤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혼다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모터사이클은 250cc 이상의 오토바이가 아니라 배기량이 50 ~ 100cc인 소형 오토바이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대형 모터사이클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혼다가 소형 모터사이클로 빈 틈을 파고 들었고 그게 시장에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는 것이죠. 그리고 소형 오토바이의 성공을 발판으로 대형 오토바이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게 BCG가 분석한 내용의 골자입니다.

BCG는 혼다의 제품 디자인과 혁신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났고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수익성 달성을 위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실행했다고 주장합니다. 혼다가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후에야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높은 이익을 거둬들였다고 말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혼다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죠. 간단히 말해, 규모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이익이라는 공식을 영국 정부에게 제안한 것입니다.

하지만 BCG의 분석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리차드 파스칼(Richard Pascale)이라는 맥킨지의 컨설턴트였습니다. 파스칼은 혼다가 미국에 진출할 당시에 활동했던 임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혼다 성공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인터뷰한 가와시마 기하치로(나중에 미국 혼다 회장에 오른 인물)는 "우리는 그저 미국에 뭔가를 팔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별다른 전략은 없었다. 그저 미국은 신천지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BCG의 주장과는 달리, 혼다가 치밀한 사전 계획과 전략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접근한 것이 아니었고, 그런 사전 전략을 통해서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는 결론 내립니다. 혼다의 소형 모터사이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전혀 엉뚱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됐죠. 미국은 원래 장거리 이동에 대한 수요가 워낙 커서 50cc짜리 오토바이는 고객의 니즈와 거리가 한참이나 먼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력제품이 아니었죠.

그랬던 제품이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는 미국 지사 직원들이 간단한 용무를 보기 위해 자기네가 만든 50cc짜리 오토바이(모델명은 Supercub)를 타고 왔다갔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눈에는 그 오토바이의 모습이 꽤나 신기하고 귀여웠던 모양입니다.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혼다의 경영진들은 원래 중대형 모터사이클 쪽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50cc 오토바이 판매에 주저했죠. 하지만 워낙 죽을 쑤고 있었기에 그냥 한번 팔아보자는 심정으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았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50cc짜리 오토바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파스칼에 따르면, 혼다에게 치밀한 사전 전략(세그멘테이션-->규모의 경제-->비용 감축-->이익 달성-->타 세그먼트로 확장)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냥 한번 팔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내놓았던 게 우연히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죠. 파스칼은 혼다의 성공포인트가 '유연한 태도'와 '학습과 적응'에 있다고 말합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한 결과를 다시 적용하면서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치밀한 사전 전략보다 더 중요하고 성공확률도 높인다는 것이죠. 파스칼은 이를 '혼다 효과(Honda Effect)'라고 명명합니다.

혼다의 성공을 놓고 BCG와 파스칼의 분석은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됩니다. 간단히 말해, '사전 전략' 대 '사후 학습' 입니다. 누구의 의견이 옳으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스칼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기업들에게는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능력이 있을 거라고 추론합니다. '선형적인(linear)' 인과관계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입니다. 성공을 우연히 거둔 게 아니라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논리적인 판단이라고 여겨지고 그래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래서 한껏 포장된 성공 스토리가 나오게 되죠. BCG도 이런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래에 관련 논문을 첨부했으니 읽어 보고 판단하기 바랍니다.
(논문엔 하나의 관점이 더 있습니다.)

(*참고논문 :  The Many Faces of Hon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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