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평범한 직원의 성과를 무시하나?   

2011. 8.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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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축구나 농구의 감독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팀 성적을 높이려면, 그리고 리그에서 우승팀으로 만들려면 선수들에게 무엇을 강조해야 할까요? 무엇을 잘 해야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야 할까요? 아마도 여러분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팀워크(teamwork)를 선수들에게 매일 강조할 겁니다.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것이 다른 선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오히려 해가 됨을 잘 알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여러분(감독)은 팀 플레이에 많은 기여를 한 선수들에게 높은 평가를 내리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화려한 개인기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영역에서 팀 승리에 더 많이 공헌하는 선수들이 높은 보상을 받을까요?



오하이오 스티븐 커(Steven Kerr) 교수는 이 질문에 'No!' 라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는 대학 농구팀 선수들에 대한 평가 기록을 살펴보고 그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팀 동료들에게 공을 패스하는 선수들이 골을 넣는 선수들보다 인상적인 평가점수를 받지 못하고 프로팀으로 입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합니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는 주자를 진루시키는 데 공헌한 선수들이 타율이 높고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들보다 연봉 인상률이 낮다고도 말합니다.

말로만 팀플레이와 팀워크를 강조할 뿐 보상은 그에 기초하지 않고 오히려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혹은 조직)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관행은 비단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죠. 꽤 많은 기업들이 그들의 '기업 가치'나 인재상에는 분명히 팀과 조직 전체에 기여하는 인재를 추구한다고 명시하면서도 평가제도와 연봉제를 들여다 보면, 개인이 다른 사람과 얼마나 차별적으로 성과를 달성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려고 합니다. 갖가지 평가지표들을 양산해 내지만 결국 개인의 노력을 측정하는 쪽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장기적인 성과와 단기적인 성과 사이의 구도도 그렇습니다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전략 실행이 필수적이라고 여러 전략책에서 언급하고 경영자들도 신문 인터뷰에 나올 때마다 부르짖지만, 또 하나의 대표적인 클리셰(cliche)입니다. 1년 마다 한번씩 평가하는 지금의 성과평가제도가 고쳐지지 않는 한 장기적인 목표는 annual report에나 등장할 상투적인 문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A를 중요시하면서도, 정작 B에 대해 보상하는' 관행이 조직 곳곳에서 벌어지는 걸까요? 스티븐 커는 측정하기 쉬운 정량적인 지표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포지션에서 다른 선수를 지원하는 선수의 기량은 리바운드 개수, 득점 수, 홈런 수 등이 높은 선수의 실력보다 측정되기가 어렵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직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하면서 다른 직원에게 협력하는 직원들의 성과를 높은 매출을 내고 여러 계약을 성사시키는 스타 플레이어 직원들의 성과보다 측정하는 데에 애를 먹습니다. 겉으로 눈에 보이는 '화려한' 성과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에 그런 성과를 보이지 않는, 즉 밍숭맹숭한 성과를 내는 직원들은 평범하게 보이죠.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들의 화려한 성적(성과)는 일반직원들의 기여 없이는 달성되지 못합니다. 어떤 CEO는 "우리 회사에 누구누구만 있어면 회사가 굴러간다"라며 공공연히 말하고 돌아다녔는데,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사람들만 놔두고 나머지는 다 잘라 버린 채 회사를 운영해 보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CEO가 과장법을 쓴 것일테지만 팀워크보다는 '개인 중심의 성과'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행동은 회의 때마다 "매출 달성을 위해서는 직원들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던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고 모순적입니다. 개인 성과와 단기 성과에 집중된 보상 관행에서 어떻게 협력이라는 가치가 자라날 수 있을까요? 평범한 직원들의 성과를 무시하는 그에게는 '협력과 팀워크 추구'는 듣기 좋고 하기 좋은 말에 불과합니다.

'A를 중요시하면서도, 정작 B에 대해 보상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A라는 가치는 요원할 겁니다. 조직이 직원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데, 직원들이 A라는 가치에 몰입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말로만 A라고 말하면서 B에 보상하지 않는지 관리자들은 반드시 매번 확인해야 할 일입니다. 비단 인사제도 뿐만 아니라 곳곳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늘 살필 일입니다. 

(*참고논문 :  On the folly of rewarding A, while hoping for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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