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안면이 없으면 협력도 없다   

2011. 5. 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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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린다 캐포랠(Linnda Caporael)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그녀와 동료들은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 않고 '사회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련의 실험을 10년 동안 수행했죠. 그들이 수행한 실험들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캐포랠은 서로 알지 못하는 9명의 참가자를 모아놓고 그들에게 각각 5달러씩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이야기했죠. "여러분 중 5명 이상이 방금 드린 5달러를 모금함에 기부하면, 9명 모두 10달러의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이면 돌려 받는 돈은 없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만일 9명 중에서 5명 이상이 기부에 동참(협력)하면, 기부한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10달러의 돈을 얻게 됩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기부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15달러를 벌 수 있겠죠. 만일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인 상황이라 해도 기부하지 않은 참가자들은 처음 받은 5달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기부에 동참함으로써 돈을 더 벌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으면서 남들의 협력에 무임승차하여 돈을 추가로 벌 것인가, 남들이 충분히 협력하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가진 돈이라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참가자들에게 부여한 것입니다. 

실험을 직접 해보면 기부에 협력하는 사람이 5명을 넘게 될까요? 애석하게도 매번 실험을 할 때마다 5명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참가자가들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상태에서는 '남들이 벌이는 잔치에 숟가락만 얹어놓자' 혹은 '가만히만  있으면 5달러라도 벌 수 있는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서 협력이 일어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총대 메주기(기부하기)를 원했죠.

캐포랠은 실험의 조건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실험 시작 전에 각자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즉 기부해서 돈을 추가로 벌지, 기부하지 않아서 불로소득을 챙길 것인지 등)를 놓고 10분 동안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기부에 동참하는 참가자가 5명이라는 문턱값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평균적으로 7~8명이 기부했던 겁니다. 그래서 9명의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평균 110~115달러의 돈을 번 셈입니다. 실험하기 전에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참가자들은 토론 그룹과 대비하여 평균적으로 60%의 돈 밖에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이 실험은 구성원 간의 협력이 더 큰 부(富)를 이루는 데에 필수적임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과 '안면'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강한 유인(誘因)이라는 사실입니다. 10분 간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안면을 틈으로써 협력을 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가 부여됐던 겁니다.

동료들 간의 협력, 부서 간의 협력이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경영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개인 이기주의와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려고 이런 저런 묘책을 강구합니다. 때로는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지표를 만들어서 평가하겠다는 채찍을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을 강요하는 제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협력을 일으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모 기업에서 부서간 협조도를 도입했더니 이게 협조를 강화하기는커녕 평가시즌만 되면 상대부서를 공격하는("저 부서가 괘씸하니 평가점수를 낮게 줘야지") 용도로 쓰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협조를 잘하는 부서에게 상을 주는 평가가 아니라, 우리 부서를 친절히 대하지 않은 부서에게 벌을 주는 방법으로 평가가 운영되었죠.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협조도 평가지표'와 같이 협조하는 듯이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과 부서 간의 벽을 두텁게 만들 뿐입니다. "두고보자. 다음에 너네 부서의 협조도 점수를 낮게 줄 테니까" 라고 말입니다.

협력은 신뢰가 바탕이 되고, 신뢰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서로를 잘 앎'에서 출발합니다.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평가지표 도입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다는 뜻이고, 또한 피상적인 해결책에 젖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협력을 공고히 하려면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도록 순환보직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순환보직이 지나치게 잦으면 직무의 전문성을 해칠 염려가 있지만, 순환보직을 통해 상대방 직무를 더 잘 이해하고 자주 의사소통함으로써 얻는 득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순환보직은 장려되어야 합니다.

순환보직이 어려우면 잠시라도 다른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일부러 만드는 것도 좋겠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임원들은 공항 카운터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을 자주 맡기도 합니다. 사보나 홈페이지에 올릴 이벤트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니즈와 고충을 직접 몸으로 겪어 봄으로써 회사 전략을 수립할 때 탁상공론에 빠지지 않기를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서로의 일을 잘 알게 되면서 신뢰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 간, 부서 간의 이기주의가 심하여 남들이 벌여 놓은 잔치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의사소통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고 안면을 터주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평가지표는 갖다 버리십시오.

(*참고문헌 : Getting out from number one: selfishness may not dominate human behavi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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