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 과연 해야 할까?   

2011. 5.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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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회사가 지금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고 가정해보기 바랍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이익은 오래 전부터 빨간불이 커졌습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우리 회사 제품을 찾지 않습니다. 경쟁사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멀찌감치 달아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묘안을 다 동원해도 성과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백약이 무효하니, 이제 최후의 수단만 남았습니다. 바로 '임금 삭감'입니다.

경영진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직원들에게 임금을 삭감하고 각종 비용을 강력하게 통제하겠다는 말을 전달합니다.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면 모두 원래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호소합니다. 바로 다음달부터 임금을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괄적으로 15% 정도 깎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회사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이유가 산업 트렌드의 변화와 같은 외적요인이 아니라 바로 '경영진의 전략 실패'라면 직원인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예를 들어 직원들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물리치고 핵심역량과 동떨어진 비관련 분야에 투자했다가 이익은커녕 엄청난 손실을 보는 바람에 기존 사업까지 영향을 받아 휘청거리는 거라면, 여러분은 경영진의 임금 삭감 조치에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 여러분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경영진을 좋은 눈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거칠게 말하면 '하지 말라는 것을 해서 실패해 놓고 왜 우리에게 짐을 지우냐?'는 반응을 보이겠죠. '그래, 직원으로서 회사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동참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소수일 겁니다. 설령 위기의 원인이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산업 트렌드의 변화라고 해도 경영진의 고통분담 호소에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렵겠죠. '왜 미리미리 전략을 세워서 대처하지 못했나? 전략을 수립하는 건 경영진의 몫이 아닌가?' 라고 말입니다. 경영진의 용단에 박수를 보내는 직원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당장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회사가 어려워져서 임금을 삭감해야 할 상태까지 이르면 직원들은 나름대로 먹고살 방법을 궁리합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겠죠. 모르긴해도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지고 나면 집에서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이직을 결심하거나 실제로 이직에 성공하는 자의 대부분은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가진 지식, 노하우와 같은 암묵지들이 함께 조직을 빠져나감으로써 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동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것이 임금 삭감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돈으로 따지기가 어렵지만 비즈니스 위크 지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하는 직원 1인당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 값은 평균일 뿐입니다. 만약 핵심역량을 보유한 우수직원이 이직하면 그 기회비용은 3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겠죠.

임금 삭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 번째 비용은 직원들의 '태업'에서 발생합니다. 이직하지 않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깎인 임금만큼 일을 덜함으로써 보상을 받겠다는 심리를 표출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죠. 예전에 올린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에서 이런 보상심리를 언급했었습니다. 임금이 삭감된 직원들의 업무태도는 눈에 띄게 수동적으로 변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건수도 줄어듭니다. 생산성이 늘어나줘야 하는데 정체되거나 하락하겠죠. 위기 타개를 위해 절실한 품질 개선이나 성능 혁신은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 또한 위기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동력을 갉아먹습니다.

임금을 삭감하면 업계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회사에서는 빠져나가는 우수직원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채용시장에서 대체인력을 찾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어렵긴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누가 임금이 삭감되는, 외견상 휘청거리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할까요? 아마 직원을 새로 채용하더라도 그사람의 역량이 이직한 직원에 비해 떨어질 확률이 큽니다.

이렇게 임금 삭감 조치로 인해 얻는 노동비용의 감소분보다 위의 요인으로 발생하는 증가분이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결국 회사의 성과에 악영향을 끼치고 맙니다. 임금 삭감 이전보다 더 안 좋아져서 다시 임금을 삭감하거나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제 살 깎아먹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에 처하죠.

임금 삭감을 통한 노동비용의 감소가 총비용의 감소로 이어지고, 총비용이 감소하면 이익이 증가할 거라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버려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노동비용을 감소시키려는 인위적이고 단기적인 조치는 오히려 총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제프리 페퍼는 그의 책 '지혜경영'에서 "그러한 어설픈 가정은 잘못된 의사결정, 나아가 형편없는 사업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꼬집어 말합니다. 

경영진의 전략 실패로 인한 짐을 직원에게 지운다면 위험을 기회로 반전시키는 데에 절실하게 필요한 직원들의 도움을 받기가 불가능해집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을 건드리는 쉽고 단순한 미봉책에 기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직원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임금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다든지, 직원들의 교육 훈련을 강화한다든지, 아니면 거꾸로 임금을 인상하는(물론 소폭으로) 등의 역발상을 취하면 어떨까요? 

상식과 반대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회사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한 것은 직원 여러분의 충성과 기여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동력이고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것이죠.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그들이 비용 감소를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내놓을 겁니다. 또한 품질과 성능 향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죠. 이렇게 해서 얻는 이득 증가분은 임금 삭감으로 얻는 비용 감소분을 훨씬 초과합니다. 또한 역발상의 조치들은 회사의 역량을 손상시키지 않고 강화하기 때문에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엄청난 동력을 제공하겠죠. 직원들의 자발적인 변화 의지를 끌어낼 수 있다면, 위기에 처할수록 직원들의 임금을 보호하거나 오히려 인상시킴으로써 지출되는 비용은 기꺼이 지출할 수 있겠죠.

임금 삭감은 '계정과목 인건비'의 감소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회계로 잡히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증가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가 임금 삭감을 조치를 내렸다고 해서 그 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면 그것은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임금 삭감은 비용 감소가 아니라 비용 증가입니다. 그래서 반대로 주가가 더 떨어져야 하는 게 맞죠. 직원들에게 짐을 지우는 임금 삭감 조치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안다면 말입니다.

제프리 페퍼는 말합니다. "직원들의 주머니를 그만 노려라" 라고 말입니다. 현명하고 강직한 경영자라면 섣불리 임금을 삭감하는 오판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참고도서 : '지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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