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 vs 직원만족, 뭐가 먼저일까?   

2011.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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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회사의 CEO라고 가정해 보세요. 회사의 성과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운이 좋게 어떤 고객으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만 잘 성사되면 회사의 재무상태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생길 것이라 기대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고객이 제시한 금액이 상당히 크지만 요구사항의 범위도 그만큼 큽니다. 그러니 직원들을 프로젝트에 많이 투입해야 하겠죠? 하지만 회사가 그동안 어려운 탓에 충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위해서 인력을 급하게 채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무리하게 현재의 인력만으로 고객이 의뢰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무래도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하다보면 직원들에게 가해질 업무 로드(load)가 과중하겠죠.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면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끝날 일을, 10시간 아니 12시간씩 일하거나 주말이나 휴일을 반납해야 겨우 납기를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직원들 사이에서는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건강 상의 문제를 호소하기도 하겠죠.



CEO는 직원들에게 조금만 참고 견뎌 달라고, 이것만 끝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이지만, 그보다는 직원들의 고통이 나태함과 무력감으로 이어져서 고객의 눈에 띌까봐 노심초사합니다. 예컨대 고객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같은 사소한 일에 불만을 제시한다든지 정해진 마일스톤(milestone) 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추궁한다면 CEO는 프로젝트 팀에게 압박을 가하겠죠. 이때 예외없이 '고객 만족'이라는 말이 CEO의 입에서 나올 겁니다. '고객을 만족시켜야 성과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고, 회사가 발전해야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논리로 직원들을 강하게 독려합니다. 여기에 고객만족의 정도를 가지고 팀과 개인의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을 달리하겠다는 정책도 새로 들여올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가상의 것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와 비슷한 일들을 비일비재합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 '직원 만족'을 희생시키거나 무시하는 일들 말입니다. '고객이 있어야 회사가 있다' 혹은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말이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말로 확대 해석되어 고객 접점에 서있는 직원들에게 과중한 임무를 부여하고 그 임무를 달성하지 못할 때 보상이라는 채찍으로 불이익을 주는(혹은 불이익을 줄거라 엄포를 놓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직무에서 자아실현의 만족감을 느끼기는커녕 회사의 소모품이 된 듯한 열패감에 종종 빠지고 맙니다. 기회만 있으면 회사를 떠나려고 하겠죠.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이직한 후에 불만이 가득한 잠재고객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 회사에 입사하면 좋아?"라고 누가 물어보면 돌아올 답은 뻔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회사의 가치로 설정하고 기업의 모든 활동을 그 가치에 정렬시키는 회사들을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입니다. 이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직원들에게 일할 의욕을 주고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CEO 허버트 캘러허는 "사업전략을 구상할 때 고객, 직원, 주주 중에 누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는다. 당연히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곤 했습니다. 직원들을 만족시키면 자연스럽게 고객들을 만족시킬 것이고, 만족한 고객은 다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결국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고객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고객 만족의 실행 주체인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가 지속적으로 달성되고 유지된다고 믿습니다. '고객 만족의 엔진은 바로 직원'이라는 철학이죠. 또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어떠한 직원도 고객을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행동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합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이 같은 철학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직원 만족보다 고객 만족을 먼저 부르짖는 기업들 중에는 직원들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부득이하게 회사에게 손실을 입힐 경우에 직원에게 패널티를 물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고객 만족을 제1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고객 만족 활동에 의한 손실은 인정하지 않겠다니, 이처럼 큰 모순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충되는 평가 잣대 하에서 당연히 직원들은 고객 만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겠죠. 괜히 나섰다가 회사에서 찍힐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애초에 고객 만족이 가능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고객 만족을 강요하는 모순은 여기저기에서 목격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팔자 좋게 직원 만족을 이야기할 수 없다" 고 토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오늘 내일 하는' 어려운 상황이면 직원 만족이고 뭐고 일단 매출을 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해서 "조금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거야" 라고 직원들의 행복을 박탈하거나 유보시키기 쉽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가상의 이야기처럼 고객 만족의 엔진을 '꺼뜨리는' 우를 범하죠.

가끔 경제신문을 펼치면 CEO과의 인터뷰 기사가 나옵니다. CEO가 지닌 사업전략의 방향이나 기업경영의 철학을 서술한 문장에는 '인재가 중요하다'는 말이 거의 여지 없이 등장하죠. 하나 같이 인재가 회사의 궁극적인 경쟁력이라는 말과 함께 인재 양성을 위해서 회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혹은 다할 것이다)고 말합니다. 약방의 감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물론 그 CEO들 중에는 직원들의 행복과 만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설정한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업전략을 맨 위에 놓고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되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개념으로 '인재 경영'의 소신을 이야기합니다. 직원들의 행복, 직원들의 자아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그에 따라 사업전략과 운영 시스템을 정렬시킨다는(혹은 정렬시킬 거라는) 생각을 지닌 경영자는 사실 매우 드물죠.

직원들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사업전략과 운영 시스템을 맞춰 나간다는 발상이 수용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의 행복과 만족에 저해가 되는 일이라면 매력적인 사업전략이나 사업상 좋은 기회라 할지라도 거부하거나 유보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략보다 가치를 우선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치를 어떤 일이 있어도 고수할 경우에 얻는 이득은 매우 큽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사업 초기에 경쟁 항공사들이 자신들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법정 공방을 벌인 탓에 큰 손실을 입으며 기업을 안착시키는 데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직원 행복이라는 가치는 절대 훼손시키지 않았죠. 회사로부터 존중 받고 배려 받은 직원들은 높은 생산성으로 회사에 보답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해서 승객들과 짐을 내려놓은 후에 새로운 승객들을 탑승시키고 연료를 주유하는 등 이륙 준비를 완료하는 데까지 겨우 15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다른 항공사는 35분이나 걸리는 데 말입니다. 이런 생산성이 오늘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입지를 구축했고, 그 경쟁력은 '행복한 직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 여러분은 무엇이 먼저라고 생각합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해묵은 논쟁처럼 느껴집니까?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한 가지는 명쾌합니다. 직원이 고객 만족의 엔진이라는 점입니다. 중용의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라면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 중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알고 있을 겁니다.

"고객 만족, 발로 뛰겠소!" 라고 외치기 전에 직원들의 발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는지 먼저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도서 : '숨겨진 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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