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제품으로 승부할 겁니까?   

2011. 4.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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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성장 가도를 걷다가 매출이 정체되고 이익률도 차츰 저하되는 상황에 처하면 많은 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뭔가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제품에 기능을 추가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며 디자인을 세련되게 변경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입니다. 어떻게든 떨어지는 성과를 만회하려고 마케팅과 영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설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 먹더라도 여전히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고치는 것에 머물고 맙니다. 이익을 벌어들이는 방법인 '이익 모델(profit model)'은 '제품을 경쟁사보다 잘 만들면 된다'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열심히 마케팅하고 열심히 영업하자'라는 판에 박힌 '공격경영'의 기치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매든 그래픽스(Madden Graphics)라는 작은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형할인점이나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판촉용 인쇄물과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던 기업이었습니다. 요즘 마트에 가면 카트에 광고물이 부착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매든 그래픽스가 만들었던 거죠.

이 회사의 사장 도나휴는 1988년에 이상한 일을 목격합니다. 매든 그래픽스는 미국 최대의 료품 체인에게 점포 판촉용 디스플레이를 10만개나 납품하는 계약을 따냅니다. 6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금액은 당시 회사 매출의 10%나 되는 큰 금액이었죠. 이에 한껏 고무된 도나휴는 자기네 디스플레이 인쇄물이 매장에서 잘 사용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헌데 이상하게도 매장에서 자기네들이 만든 디스플레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10만 개나 납품을 했는데도 식료품점에서 보이지 않는다니 아주 괴이한 일이었죠. 심지어 상품 저장창고에서도 인쇄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쓰지도 않을 디스플레이를 수십만 달러나 지불하고 자기네들에게 주문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나휴는 고객사의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자기네들이 디스플레이 인쇄물을 과잉납품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과잉남품되는지 원인을 찾아내야 했겠죠? 도나휴는 고객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몇 달에 걸쳐 원인 탐색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객(식료품점)들이 꼭 필요한 양 만큼만 인쇄물을 주문하면 그들의 본사에서 '이 지역에 할당된 인쇄물 양은 2만 개인데, 왜 이번엔 1만 개밖에 주문하지 않는가? 뭔가 잘못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추궁이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그래서 각 식료품 매장에서는 쓰지도 않을 인쇄물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매장에서 매든 그래픽스가 만든 디스플레이 제품이 눈에 띠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고객들은 한번도 쓰지 않은 인쇄물을 저장하는 데에, 또 쓸모 없어진 인쇄물을 폐기업자들에게 의뢰하는 데에 돈을 낭비하고 있었죠.

도나휴는 이런 실태를 눈으로 확인한 후에 위기감을 느낍니다. 자기네들이 과잉납품한다는 사실을 고객의 본사 측에서 알게 되면 실수량 만큼만 주문을 내리도록 조정할 것이고 그에 따라 매든 그래픽스의 매출과 이익이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큰 계약을 따냈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일이 아니었죠. 지금까지는 고객들의 '맹목적인 관행'으로 성장해 왔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혁신하지 않으면 그저그런 디스플레이 제작업체 중의 하나로 전락하거나 경쟁에서 밀려날 거라고 도나휴는 생각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획기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라고 그는 직감했지요.

그는 용감하게도 고객의 본사를 찾아가 자기네들이 과잉납품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도와 판촉업무와 판촉행사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매장의 판촉업무나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폭적으로 줄이면서 효과는 높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객에게 제안했던 겁니다. 단순하게 디스플레이용 인쇄물을 만드는 회사에서 벗어나 판촉행사 전반에 대한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죠.

매든 그래픽스는 '매든 커뮤니케이션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인쇄회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회사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한 대표적인 회사가 되었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이익 모델'의 무게중심을 바꿈으로써 9년 만에 매출 6백만 달러의 회사에서 1억 2천만 달러(1997년 기준)가 넘는 회사로 20배나 성장시켰죠.

매출의 위기, 이익률 하락의 위기에 처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제품 본위'의 사고방식에 함몰됩니다. 제품을 더 잘 만들고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을 섹시하게 바꾸면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리라 기대합니다. 이러한 순진한 생각은 많은 경우 어리석은 결정으로 판명됩니다. 제품에 기능을 덕지덕지 입혀서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앞서 나가는 제품을 카피하는 소위 'Me, too' 제품을 양산함으로써 타사 제품과의 차별성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이렇게 되면 매출과 이익은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질 뿐입니다. 잘해봤자 그냥저냥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죠.

고객들은 어떤 제품에 익숙해지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제품의 기술적이고 외형적인 속성보다는 제품이 가져다주는 '경제성'과 '효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그 제품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자신의 사업 수행에 얼마나 큰 가치를 전달해 주는지에 관심을 가지죠. 바로 이럴 때 '제품 본위의 사고방식'을 깨고 '서비스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잘 만들어진 제품보다는 잘 구성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할 시점이 되는 것이죠.

여러분의 회사가 제조업을 영위한다면 제품 본위의 사고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검토해 보기 바랍니다. 잘 만들어진 제품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아니니까요. 언제까지 제품으로만 승부를 걸 건지 숙고해보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수익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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