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 2만 달러의 허구   

2011. 4.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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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2010년 우리나라의 1인당 GNI(1인당 국민총소득)가 2만 달러를 다시 회복했다는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지표만 보자면 우리가 예전보다 더 잘 살게 됐다는 뜻이죠. 실질 GDP 성장률도 6.2%로 기록했는데 2009년의 0.2%에 비하면 우리 경제가 크게 상승했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 기사를 보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콧방귀를 뀌기도 하더군요. 아마 여러분들도 그랬을 것 같네요. 피부로 체감하는 부(富)와 괴리가 크게 느껴지는 탓이겠죠. 1인당 GNI가 늘었다고 해서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부를 제외하고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2008~2009년에 1인당 GNI가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원/달러 환율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헌데 작년 들어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대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원화 가치 덕에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회복한 겁니다. 경제의 펀더멘탈이 강해졌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저 환율로 인한 착시효과죠. 

사람들이 1인당 GNI의 증가를 자신의 부의 증가로 일치시키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소득 불평등의 심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 계수'를 보면 1990년 이래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니 계수란 전체가구(인구)의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1사이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뜻입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어떨까요? 이 값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값이 클수록 소득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큼을 나타냅니다. 역시 1990년 이래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위 소득 50% 미만의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 역시 증가하고 있죠.



1인당 GNI가 증가한다고 해서 단순히 좋아할 수 없는 까닭은 이처럼 소득의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1인당 GNI 안에 포함된 소득의 '질'이 과연 좋으냐 나쁘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총소득(혹은 국내총생산) 안에는 자동차 사고, 환경오염, 통근, 질병 등 사람들의 생활방식 때문에 생겨나는 각종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용들이 모두 '소득' 혹은 '생산'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함께 합산되기 때문에 일종의 '허수 효과'를 나타냅니다. 경제전문가들이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단기적으로는 하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까닭은 재해 복구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결국에는 경제성장에 기여(?)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1인당 GNI(혹은 1인당 GDP)는 오직 숫자로 산출되는 소득액이나 생산액만 다룰 뿐, 양육이나 가사 노동과 같이 사회의 결속과 안녕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의 기여도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1인당 GNI(혹은 1인당 GDP)는 국가와 사회의 경제적 발전과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외하고, 가사노동과 육아로 인한 유익함을 더해서 새롭게 지표를 산출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만든 지표를 '1인당 실질진보지표(Genuine Progress Indicator, GPI)'라고 명명합니다. J. 베네툴리스와 C. 코브는 1950년부터 2002년에 이르는 미국의 1인당 GPI를 계산했습니다. 그랬더니, 1인당 GDP는 1만 달러에서 3만 5천 달러 선까지 크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GPI는 5천 달러와 1만 달러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던 겁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1인당 GDP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으로 인해 과다하게 부풀려졌음을 뜻하는 건 아닐까요?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1인당 GPI를 관리하지 않지만, 만약 산출해 본다면 미국과 비슷한 패턴이 나오리라 추측됩니다. 개인적으로 통계청에서 GPI를 꼭 관리하기를 요청해 봅니다.

오늘은 만우절인데,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말았군요. 하지만, "1인당 GNI 2만 달러 회복"이라는 말처럼 만우절에 어울리는 주제가 있을까요?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참고 사이트 : 통계청)
(*참고자료 : The Genuine Progress Indicator 1950-2002 (2004 Upd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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