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티모시 윌슨(Timothy D. Wilson)과 조나단 스쿨러(Jonathan W. Schooler)가 1991년에 발표한 논문은 '직관'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윌슨과 스쿨러는 학점에 유리한 점수를 부여하겠다고 하고서 '잼 시식 테스트'에 참가할 49명의 대학생들을 피실험자로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실험에 참가하기 3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요청했죠.



학생들이 시식해야 할 잼은 '컨슈머 리포트'라는 잡지에 소개된 45개의 잼 중 5개였습니다. 1985년에 발행된 컨슈머 리포트에는 잼 전문가 7명이 45개의 잼을 맛보고 나서 달콤함, 씁쓸함, 향 등 16가지의 항목 평가를 통해 매긴 순위가 실려 있었는데, 윌슨과 스쿨러는 그 중에서 5개의 잼을 구입했습니다. 무작위로 고른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각각 1등, 11등, 24등, 32등, 44등이라고 점수를 매긴 잼들을 구입했죠. 순위의 격차가 커야 학생들이 맛 평가를 내릴 때 혼동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윌슨과 스쿨러는 학생들이 과연 전문가들과 비슷하게나마 '맛 감별력'을 나타낼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달리해서 말입니다. 그 한 가지 조건은 '맛에 대한 심사숙고'를 하느냐 마느냐였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잼의 맛을 본 다음 곧바로 1~9점의 척도로 평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각각의 잼을 시식하고서 왜 그 잼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이유를 종이에 적은 다음에 1~9점으로 평가하라고 했죠. 다시 말해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자신의 '맛 평가'를 분석해야 했던 겁니다.

어느 그룹의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맛 평가와 유사했을까요? 아마 자신의 맛을 분석하고 심사숙고한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평가와 유사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맛에 대해 생각할 시간 없이 바로 평가해야 했던 학생들이 전문가들과 상대적으로 비슷하게 평가 내렸으니 말입니다.

왜 맛에 대한 분석과 심사숙고가 평가의 질을 떨어뜨린 걸까요? 왜 미각에 따라 곧바로 평가 내린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평가와 유사했던 걸까요? 맛 감별에 있어 문외한이라고 할 만한 학생들이 고민하고 분석한다고 해서 맛에 관한 정보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맛을 분석하려고 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상한 정보가 끼어 들어가 맛을 '오판'하기가 쉽죠.

게다가 미각은 감각이라서 논리적인 분석(심사숙고)의 대상이 아닙니다. 감정적인 반응이니 논리로 설명하려고 하면 왜곡이 나타나는 겁니다. 물론 컨슈머 리포트의 잼 전문가들이 16가지의 항목으로 미각을 분석해서 평가했다지만, 그것은 그들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충분하게 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고민해야 할 때와 그럴 필요가 없는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민한다고 해서 더 이상의 정보가 생기지 않는 경우에는 심사숙고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숙련된 잼 전문가들처럼 맛의 여러 가지 특성을 구분함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심사숙고가 좋은 의사결정(혹은 선택)에 도움이 되지만, 아무리 애써도 직면한 상황 이외의 정보가 없다면 고민스러운 분석은 무용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해롭기까지 합니다.

윌슨은 '잼 시식 테스트' 뿐만 아니라 '그림 고르기 실험'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윌슨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모네와 고흐가 그린 그림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동물 그림 3점, 이렇게 5점의 그림을 보여주고 자기 집에 걸어놓을 그림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미술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인상에 따라 선택하라고 하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모네와 고흐가 그린 작품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왜 그 그림을 좋아하는지를 묘사(분석)하라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동물 그림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보다는 동물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를 대기가 더 쉬웠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동물 그림을 자신의 집에 걸어놓은 참가자 중 75% 정도는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바로 떠오르는 직관에 따라 모네와 고흐 그림을 선택했던 참가자들은 아무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그림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분석을 해봤자 더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나쁜 선택을 하게 됨을 알 수 있는 실험입니다.

이 실험들은 분석보다는 직관이 더 우수하다는 인상을 우리에게 주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이 실험의 숨겨진 교훈은 우리가 의사결정에서 직관을 적용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분석을 하면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다각도로 얻을 수 있는 상태인데도 빠르게 의사결정을 한답시고 직관을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잼 전문가들의 직관이 뛰어나서 바로 평가를 내리는 것 같지만, 실은 10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되어 잼에 맛에 관한 한 여러 가지 정보를 혀를 통해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니까요.

의사결정에 있어 직관이 유리하냐 분석이 유리하냐는 질문은 단순하게 대답할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직관을 믿고 따라야 할 때와 분석을 통해 좀더 많은 정보에 접근해야 할 때를 분명히 판단할 줄 알아야 옳은 의사결정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용'의 문제라 쉽지만은 않죠.

(*참고 논문 :
http://www.som.yale.edu/faculty/keith.chen/negot.%20papers/WilsonSchooler_Think2Much91.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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