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뭐가 좋은가?   

2011. 1.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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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정할 때 항상 고민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절대평가가 좋은가, 아니면 상대평가가 좋은가'하는 문제죠. 아마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평가 방식을 결정할 때 이런 고민을 분명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모두 장단점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죠.

알다시피 절대평가는 직원 한 사람을 놓고 그가 정해진 목표나 기대하는 역량 수준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팀원들이 다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들에게 모두 높은 평가등급을 매길 수 있죠. 반면에 상대평가는 목표나 기대수준에 얼마나 도달했는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팀원들이 다 목표를 달성해도 반드시 1등과 꼴찌로 서열을 매기죠.



평가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대평가 방식을 채용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회사도 그럴 겁니다. 물론 상사가 부하직원을 평가할 때는 절대평가 방식을 쓴다고 말로는 그럴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 연봉 인상률을 정하거나 성과급 지급액을 결정할 때는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거리가 꼭 붙습니다.

상대평가는 단점이 매우 많습니다. 우선, 상대평가는 성과를 왜곡합니다. 어떤 팀에 소속된 팀원들이 모두 역량이 뛰어나도 그 중 몇 명에겐 '일못하는 직원'이란 꼬리표가 붙습니다. 반면 역량이 저조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팀에서는 객관적으로 봐도 별볼일 없는 직원이 '일잘하는 직원'이라는 부당한 횡재를 누리죠.

또한 상대평가는 직원들의 협력을 깨뜨리는 촉매(?)로 작용합니다. 상대평가는 같은 부서(또는 같은 사업부)에 속한 동료들을 누르고 올라가야 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줍니다. 말이 동료지 그들은 모두 '나의 경쟁자'가 되어 버리죠. 거의 모든 기업의 업무 특성상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동료를 도와주면 자칫 '나의 상대점수'가 하락할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내 할일'만 하는 게 최고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강하게 심어주고 말죠.

다시 말해, 상대평가는 내부경쟁을 부추기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직원들의 경쟁을 가속시키는 게 무슨 잘못이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만일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했다면 '직원들의 경쟁은 성과 창출의 동기를 극대화시킨다'란 '경쟁주의적 철학'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달리기를 할 때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경쟁자와 함께 뛰어야 기록이 잘 나오니 말입니다.

그러나 달리기는 개인이 혼자 모든 것을 관장하고 결정 내릴 수 있는 운동입니다. 옆 줄에서 같이 달리는 사람과 상호작용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경쟁은 상호의존도가 낮을 때만 유용합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회사가 크든 작든 다른 직원의 직간접적인 도움 없이 전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어떤 직원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도 그건 그 직원 혼자만의 업적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이미 업무와 업무, 직원과 직원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입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개인들의 성과를 무 자르듯 구분하고 1등과 꼴찌를 가리겠다는 발상은 매우 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입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직원들 간의 끈끈한 동료의식과 협동심을 깨뜨리기 때문이죠.

결국 상대평가는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내부경쟁을 부추겨서 직원들의 협력이 사라지고 이기주의가 판을 칩니다. 일 잘하는 직원은 점차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거나(그래서 무임승차자가 되어 버리거나) 회사를 나가 버립니다. 일 못하는 직원들은 상대평가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일 잘하는 직원인 듯 자신을 포장하는, 기회주의적인 무임승차자로 남습니다.

"상대평가를 하지 말라는 소리 같은데, 그러면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은 어떻게 결정하란 말인가요?"란 질문이 생깁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그래도 상대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입니다. 상대평가를 해서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효과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의 크기를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고작 차등 보상을 위한 수단으로 상대평가를 채용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이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절대평가는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을까요? 물론 절대평가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을 달성하기로 약속했는데 시장환경이 좋지 않아서 5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1년 내내 고생을 했더라도 인정 받지 못합니다. 섭섭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죠. 반대로 시장이 좋아 20을 달성했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두둑한 성과급을 받아가겠죠. 이렇듯 절대평가에는 직원 자신이 콘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성과가 좌우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평가보다 덜하지만 절대평가도 내부경쟁을 독려하는 터라 직원 간, 부서 간의 협력을 깨뜨립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나 기대수준을 달성하려면 옆에서 도움을 청하는 동료를 가능한 한 무시하고 오직 그것만 보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소위 '잘 나가는' 부서에 배치되면 높은 보상을 받, 매번 죽을 쑤는 부서(또는 일이 힘든 부서)에 배치되면 일 잘하는 직원이라도 적게 보상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함도 상대평가와 마찬가지로 불거집니다. 인사부서에 로비를 잘 하느냐, 얼마나 목소리를 크게 내느냐에만 신경 쓸 가능성이 크죠.

이쯤에서 여러분은 "상대평가도 문제, 절대평가도 문제라면 도대체 평가를 하란 소리요, 하지 말란 소리요?"라는 생각을 가질 겁니다. 이에 대한 저의 답은 이렇습니다. 평가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절대평가로 해야 하며, 절대평가로 한다 해도 차등 보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가의 목적은 직원들에게 비전/전략 달성의 방향을 가이드함으로써 비전/전략 달성에 직원들을 몰입시키는 데 있습니다. '최고의 품질 달성'이라는 회사의 목표를 개인 단위로 끌어내려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지표로 설정하고, 직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함으로써 목표에 차츰 다가서기 위함이 평가의 본래 목적입니다. 누가 일 잘하고 일 못하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습니다. 얼마나 차등 보상해야 하는지는 더욱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별이든 사업 단위별이든 모든 '차등 보상'은 상대평가를 반드시 수반할 수밖에 없고 위에서 말한 온갖 폐해를 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등 보상을 폐기하거나 극소화하고, 대신에 회사 전체의 잉여 성과를 직원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 방식으로 보상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경쟁이라는 '제로섬 게임'에 빠지지 않고 경쟁사와의 외부경쟁에 직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습니다. 경쟁은 외부(타사)를 향해야지 결코 내부를 향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내부경쟁을 없애고 회사 전체의 성과를 공평하게 공유한다는 생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이유는 바로 무임승차자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무임승차자는 '언제 어디서나' 생기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평가 결과를 개인별로 차등 보상하는 데 활용하면 오히려 무임승차자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그들은 필요악이죠.

그들에게 부당하게 지출되는 비용이 아깝다고 해서 내부경쟁을 가속한다면(특히 상대평가를 통해), 더 큰 비용이 발생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지 모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직원 모두를 동참시키고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무임승차자는 발붙일 곳을 찾기 어려울 겁니다.

남성 의류 유통업체인 '더 멘즈 웨어하우스'란 회사는 판매원 중에 누군가가 독보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하면 그에게 경고를 줍니다. 그가 동료들에게 갈 고객들을 나누지 않고 독차지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죠. 그가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혼자만 높은 성과를 올리면 그를 해고한다고 합니다. 일반 회사와 정반대의 조치죠?

이 회사는 이렇듯 협력을 추구하는 문화를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확고합니다. 직원들 간의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면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으리라 예상하겠지만, 혼자서 높은 매출을 올린 판매원을 내보내니 오히려 매장 전체의 성과는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개인평가든 조직평다든, 평가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러나 평가가 내부경쟁을 부추기고 협력과 상호작용을 저해하는 주범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를, 개인 성과보다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금전적 보상보다는 성공 경험을, 내부경쟁보다는 외부경쟁을,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를 추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합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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