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환경을 망치려 든다!   

2008. 3. 2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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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2천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위협 받고 있다. 환경부가 오늘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환경 규제 완화 방안 때문이다. 보고의 요지인 즉, 취수장 반경 15Km 이내에 어떠한 산업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을, 폐수만 흘려 보내지 않는다면 한계선을 7Km로 완화하여 주겠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기업 관련 규제 완화 정책에 환경부가 적극 호응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은 날마나 국민들의 뒤통수를 '퍽치기' 하는 느낌이 든다. 환경을 보존하고 잘 가꾸라고 만들어 놓은 부처가 그 환경 정책의 미지막 마지노선을 철수하면서까지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꼴이라니!

15Km라는 한계선은 식수원의 안전성을 위해 포기해서는 안 되는 생명선이다. 7Km로 줄였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호반경을 지금의 반 정도로 줄여도 충분히 식수원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수학의 상식을 알고 있는 자라면 절대로 그 같은 봉이 김선달식 정책을 입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나면, 면적은 네 배로 늘어난다. 반대로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면, 면적은 1/4로 줄어든다. 아래의 그림을 보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수원을 보호할 수 있는 면적이 707제곱킬로미터에서 154제곱킬로미터로 줄어들어서, 기존보다 무려 1/4.6 정도(약 21%) 밖에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기존에 707제곱킬로미터의 상수원 보호 면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환경영향을 1/4도 안 되는 면적으로 방어를 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공간(3차원) 개념까지 동원하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환경의 오염은 땅 위에서 2차원적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알다시피 오염물질은 '허공과 땅 속'을 통해 3차원적으로 식수원을 '입체적'으로 위협한다. 보호 반경이 15Km일 때의 보호권역은 14130입방킬로미터(=4/3*3.14*15*15*15)가 되지만, 환경부 방침대로 7Km로 줄이면 1436입방킬로미터(=4/3*3.14*7*7*7)가 되어 10분의 1 수준으로 그 부피가 급격히 줄어든다.

보호반경이 15Km일 때 1 단위의 환경오염물질이 식수원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환경영향도)를 1 이라고 하자. 그리고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로 허용 가능한 환경영향도를 5 라고 가정하자.

환경부의 논리는 보호반경이 7Km로 줄어들면 환경영향도가 2 정도가 될 것이니 그 정도면 5를 넘지 않으므로 충분히 식수원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내가 위에서 제시했듯이, 보호반경이 7Km로 줄었을 때의 환경영향도는 아마도 10 이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전한 물을 더 이상 보장 받을 수 없으며, 머지 않아 공장시설의 압박 때문에 숨지기 직전의 팔당호를 살리니 마니를 놓고 한바탕 난리를 피우게 될 것이다.

보호반경을 줄여서 기업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해법이 아니다. 환경정책의 주무부서로서 환경부는 본래의 존재 목적에 충실하길 강력히 요구한다. 보존할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보존하는 것이 환경부의 미션이 아니던가? 왜 환경부가 앞다투어 기업 발전을 걱정하는가? 그런 건 경제 부처가 알아서 할 일이니, 제발 제 할 일이나 잘 하시라. 그렇게 기업 발전이 걱정이면 국토해양부 소속의 국(局)으로 스스로 강등을 요청하라.

이명박 정부는 기업을 편하게 해주는 걸 지속가능경영이라고 알고 있는 모양인데, 그 같은 근시안적이고 인기영합적인 '기업 프랜들리 정책'으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오용하지 말기 바란다. 환경을 한번 훼손하면 복구하는 데에는 오염시킨 기간의 수십, 수백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권은 겨우 5년 뿐이지만, 더럽혀진 환경은 수백년 동안 우리를 괴롭힌다.

식수원 보호반경 축소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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