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을에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반반씩 섞여 살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없이 이타적인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한없이 이기적인 사람들입니다.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이 각각 50%의 구성비를 가지고 한 마을에 살기 시작했다면, 나중에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는 어떤 유형의 사람들만이 남게 될까요? 이기적인 사람들일까요, 아니면 이타적인 사람일까요?

만일 그 마을에 이기적인 행동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그리고 먹고 살 자원의 양이 충분하다면), 마을에는 이기적인 사람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타적인 사람이 이타적인 사람을 만난다면 서로 이득을 나눠 가지거나 돕겠지만, 이타적인 사람들은 50%의 확률로 이기적인 사람들도 만나야 합니다. 그럴 경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인 사람이고, 이타적인 사람은 손해만 봅니다. 


결국 이타적인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이 궁핍해지고 영양 상태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자식을 번성시킬 여력을 상실하기 때문이죠.  또한 원래 이타적인 사람이었다 해도 이기적인 행동이 생존에 좋은 전략이라는 걸 학습한 후에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상의 마을엔 이기적인 사람들만 득실거리게 되죠. 어쩌다가 이기적인 부모들에게서 이타적인 자식이 돌연변이로 태어나거나, 이타적인 사람이 이 마을로 이사 온다고 해도 얼마 못 가서 퇴출되어 버릴 겁니다. 그만큼 이기적인 전략은 (적어도 이 마을에서는) 절대적으로 우위를 누리는 생존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상황은 이기적인 행동을 제재하지 않거나 특별한 제도를 실시하지 않을 때 예상되는 결과입니다. 실제로는 이기적인 사람들만 득실거리는 상황은 나오기가 힘듭니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자연도태되는 '선택압'을 줄이는 장치들이 대개의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 장치는 이기적인 행동을 제재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제도나 관습들을 말합니다.

소득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방법은 오래 전에 인류가 수렵채취 생활을 할 때부터 사용되던 사회적 장치 중 하나입니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시달리면서 줄어드는 소득(그로 인해 증가하는 소득의 격차)을 보상해 줌으로써 이타적인 사람들이 사회에서 도태되는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타적인 사람들이 기여하는 이타성의 결과(이기적인 사람들이 절대 내놓지 않는)를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기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이기적인 행동들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적인 부(富) 향상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형성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행동으로 이룬 부를 이기적인 개인들 각자가 부여잡고 놔주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세금이나 기부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를 제아무리 많이 쌓아봤자 사회 전체적으로 얻는 혜택은 한계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볼 때, 이타성과 이기성의 긴장 상태를 얼마나 적절하게 유지하느냐가 사회의 질서와 공공의 복리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기적인 행동을 필요 이상으로 장려하고 심각한 이기적 행동에도 눈을 감는 사회라면 머지않아 이기적인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으로 변해 스스로 붕괴하고 말지도 모릅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상황이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주의다 뭐다 해서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하여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이타적인 개인들을 옥죄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기적이지 않으면 좋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직원들에게 준다면, 본디 이타적이고 협조적이었던 직원들도 이기적인 직원들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단기적으로 회사 전체의 성과는 향상될지도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조직은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울 겁니다. 회사가 새로운 변화(신사업이나 조직 혁신 등)를 시도할 때 직원들의 희생이 필요한데 아무도 나서지 않고 눈치만 보거나 대충 성의만 보인다는 식으로 행동할 겁니다. 총대 메고 나섰다가 평가를 잘못 받아서 성과급을 못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압도되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개인이 추구하는 이기심이 잦은 충돌을 일으키는 조직은 결국 발전동력이 상실된 조직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게다가 이타적인 직원들로 똘똘 뭉친 경쟁자가 출현한다면 쇠망의 길로 접어들고 말겠죠.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성과주의 제도가 설계되었다면 이를 이타적인 행동을 장려하거나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개인 중심의 보상을 조직 단위의 보상으로 균형을 맞추거나, 이타적인 행동을 지표화하여 개인에게 부여하는 등의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스타급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해 주더라도 그들이 누구인지 겉으로 드러내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제도는 지양해야 하겠죠.

조직은 이타적인 직원과 이기적인 직원 모두를 필요로 합니다. 이기심이 이타성을 압도하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지혜, 이것이 조직의 장기적인 안녕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중용의 경영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얼마나 이기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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