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음식, 죽음에 대한 단상   

2010. 9.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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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짧은 생각 3가지를 '짧게' 올립니다.

1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두뇌의 10%만 쓰고 나머지 90%는 활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머지 90%의 두뇌(잠재력)를 개발하려면 여러가지 창의력 개발기법들이 유용하다"고.

이러한 고정관념이나 '만들어진' 격언들은 과연 옳을까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90%의 잠자는 두뇌란 없습니다.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로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접해 왔죠. 그 때마다 끊임없이 지혜를 짜내고 궁리를 했을 겁니다.

그렇게 수많은 인간들이 태어났다가 죽으면서 10%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이 분명 생겨났을 테고 그것이 생존이 유리하다면 자연선택에 의해서 '머리 좋은' 유전자를 후대에 남겼겠죠. 따라서 후세의 우리들은 당연히 10%보다 더 큰 두뇌를 활용해야 옳지 않을까요?

진화를 거치면서 우리의 두뇌는 기능할 수 있는 만큼, 기능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만 발전해 왔다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두뇌를 온전히, 100% 활용합니다. 90%의 비활용 영역이 있다는 말은 잠재력을 개발하라는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지, 유전학적으로, 해부학적으로 진짜 그렇다는 말이 아니죠.

우리는 이미 두뇌의 100%를 씁니다. 90%는 어둠 속에 잠겨 있다구요? 말도 안 됩니다. ^^


2
아이와 함께 식당에 갈 때마다 주저합니다.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먹일 만한 음식이 딱히 없어서죠.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음식에는 고추가루가 들어갑니다. 맵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아주 어렵죠. 하다 못해 버섯볶음에도 매운 청양고추가 들어 갑니다. 어느 날 식당에서 맵지 않을 리라 생각하고 부침개를 먹였다가 그 속에 숨어 있는 청양고추를 씹고 아이는 연신 물을 찾았습니다.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음식에는 마늘, 파, 고추가루, 소금, 설탕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화학조미료 역시 당연히 첨가되죠. 음식 재료의 본연의 맛은 5대 양념과 MSG의 자극적인 맛에 묻혀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음식의 맛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짜고 맵고 달고. 대중음식의 질 차원에 보면 우리나라의 음식은 과연 몇 점짜리일까 생각해 봅니다.

도올 김용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천박해진 이유는 일제강점시기와 6.25를 겪으면서 음식을 즐길만한 여유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살기 바빠 죽겠는 상황이니, 모든 걸 함께 넣고 푹 끓일 수밖에 없었죠. 미식은 사치였고, 먹는 일은 그저 생존의 일환이었으니까요.

이유야 어떻든, 음식 본연이 가진 정갈한 맛을 즐길 수는 없을까요?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어른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함께 차려지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식 조리법이 공존하는 음식문화는 요원한 걸까요? 


3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죽는 순간에 찾아올지 모르는 막대한 고통, 죽은 뒤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 미지의 그곳, 지옥으로 가 펄펄 끓는 유황 불못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여러 종교의 경고...

어릴 적 친구 따라 멋모르고 간 일일성경학교에서 들었던 선한 눈빛을 가진 목사의 설교는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 믿는다 해도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안돼. 교회 나와야 천당 간다."

선동은 간결하고 단순해야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나 봅니다. 어쨋든 목사의 말은 내가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음에도 아직까지 유전자처럼 박힌 서글픈 콤플렉스입니다.

마크 트웨인의 말을 들여다 보며, 그 선한 눈빛의 목사의 잔영을 유전자 속에서 파내어 봅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나는 태어나기 전 영겁에 걸친 세월을 죽은 채로 있었고 그 사실은 내게 일말의 고통을 준 적이 없다."

마크 트웨인은 역시 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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